스무살 터울에 신경전, 펠레와 마라도나 “최고는 둘일 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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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와 2020년 11월 25일 세상을 먼저 떠난 아르헨티나 출신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영예를 놓고 은근히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아르헨티나의 유력 매체 클라린이 펠레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리오넬 메시 이전 자국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마라도나와 펠레의 애증 관계를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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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와 2020년 11월 25일 세상을 먼저 떠난 아르헨티나 출신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영예를 놓고 은근히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주위에서 부추긴 측면이 있겠지만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유력 매체 클라린이 펠레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리오넬 메시 이전 자국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마라도나와 펠레의 애증 관계를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끈다. 이 매체는 “마라도나와 펠레가 축구계의 양대 산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두 사람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은근히 신경전을 펼쳤다고 돌아봤다.
첫 만남은 스무 살 위의 ‘대선배’ 펠레가 ‘샛별’ 마라도나를 격려한 4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4월 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펠레의 자택에서 두 사람은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아르헨티나 스포츠 신문 ‘엘그라피코’(El Grafico)가 인터뷰로 기획한 자리였다. 일년 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마라도나는 조국이 우승하는 감격을 함께 누리지 못해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펠레는 열일곱 살에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조국에 첫 우승을 안겼는데 마라도나는 펠레보다 한 살 많았는데도 월드컵 출전 기회조차 막힌 것이었다.
펠레는 마라도나에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고,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에 사인까지 해주며 다독였다. 그 응원이 힘이 됐을까?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우승 주역으로 발돋움해 1978년의 악몽을 떨쳐냄과 동시에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그런데 둘 사이는 마라도나의 도핑 의혹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인 마라도나에 대해 펠레는 “(도핑은) 새로운 세대의 축구선수들에게 나쁜 사례”라고 비난했다. 마라도나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권력에 고개 숙인 기성세대’라고 맞받아쳤다.
2000년 들어서도 펠레는 “브라질에는 마라도나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 넘쳐난다”며 마라도나를 깎아내렸다고 클라린은 보도했다. 둘의 신경전은 2년 뒤 한일월드컵 공동개최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월드컵 개최 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였고, 브라질 출신 주앙 아발랑제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펠레는 일본을 적극 밀고 있었다. 반면 마라도나는 뒤늦게 뛰어든 한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 일은 두 축구 스타의 애증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전히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둘 모두 나이가 들어가며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2016년 프랑스 파리의 광고 캠페인에서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쌓인 앙금을 풀었다고 클라린은 전했다. 그리고 2년여의 터울을 두고 펠레가 마라도나를 뒤쫓아 올라간 하늘에서 공을 주고받게 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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