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전기차도 ‘리스 차량’은 IRA 보조금 받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북미 최종 조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산 전기차도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할 경우에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IRA로 미국 시장에서 차별받는 한국산 전기차가 그나마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 관련 추가 지침을 공개하고 ‘자주 하는 질문’(FAQ)에서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상업용 전기차의 정의를 설명했다. 재무부는 상업용 전기차를 ‘납세자가 재판매가 아닌 직접 사용 또는 리스를 위해 구매한 차량’이라고 정의했다. 상업용 전기차의 범위에 리스 회사가 사업용으로 구매한 전기차도 포함시킨 것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생산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 보조금 혜택을 주고 내년 3월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과 부품의 미국산 일정 비율 요건까지 추가로 충족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상업용 전기차는 이런 두 가지 조건과 상관없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상업용 전기차 대상에 리스까지 포함된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미국 측에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친환경 상용차 정의를 확대할 것을 요청하면서 제안한 내용이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는 IRA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 측이 상업용 전기차에 리스회사가 임대용으로 구매하는 전기차도 포함할 것을 설득해왔다. 미국이 한국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재무부의 설명대로라면 현대차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전기차를 리스회사 등에 사업 목적으로 판매할 경우에는 미국 업체들과 동일하게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다만 재무부는 차량 수명의 80~90%에 해당하는 장기 리스, 리스 계약 종료 후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 등의 경우 사실상 판매에 해당된다고 보고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IRA의 핵심 독소 조항인 ‘북미 최종 조립’ 요건에 대해서 재무부는 아직 세부 규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미 측에 현대차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까지 IRA 조항 적용을 유예하거나, 북미 최종 조립의 정의를 유연하게 해석할 것을 요청해왔지만 법률에 명시된 요건이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배터리의 경우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은 내년부터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2029년 100%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 사용해야 3750달러,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2027년 80% 이상으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 보조금을 받도록 규정했다. 재무부가 아직 세부 규정을 마련하고 있어 배터리 부품·핵심 광물 요건의 시행 시기를 내년 3월로 연기했지만,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여전히 해당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
IRA의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을 주도한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법의 허점을 노리는 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법의 취지와 확실히 어긋난다”며 재무부가 상업용 전기차 범위를 확대한 것을 비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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