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명의 찾기보단 빠른 내원이 필요[우리아이 언어발달②]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어져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우리아이 언어발달] 3부작을 발행합니다. 아이들의 말이 느린 이유, 치료받아야 하는 시기, 집과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 등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아이의 언어발달에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에게 어떤 자극과 학습을 주는지에 따라 아이의 성장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느린 아이를 둔 부모는 본인이 어떻게 아이를 도와줘야 할지 몰라 답답해할 수 있다. 아이의 언어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는지부터 치료는 언제 받아야 하는지, 집에서 해줄 수 있는 치료는 없는지, 병원에선 어떤 검사와 치료를 하는지 등 궁금한 점이 많음에도 이에 대한 정보는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2편에서는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궁금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Q. 아이들 언어 학습의 단계?
아이들의 언어 학습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주로 언어 ‘준비’ 단계와 언어 ‘표현’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말을 하기 위한 기반을 쌓는 것과 그 기반 위에서 본격적인 소통을 위해 학습하는 과정으로 나눈 것이다.
- 언어 준비 단계
1. 울음(Crying)
영아가 울고 보채면 부모 입장에서는 힘들 수 있지만, 우는 것은 아이의 유일한 표현 수단이며, 언어 발달의 기반을 형성하는 필수적인 과정임을 상기해야 한다. 아이는 자신의 불편함, 배고픔 등을 울음을 통해 표출한다. 이는 곧 자신의 울음소리를 귀로 들으며 청각적인 발달을 이루고, 필수적인 발음기관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과정이 된다.
2. 소리 내기(Cooing)
소리 내기(Cooing)는 생후 2개월이 지나면 나타나기 시작한다. 비둘기의 울음소리처럼 후두를 진동시켜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를 통해 아이와 부모 간에 상호 의사소통이 시작된다. 이때 주로 아이는 “우우우” 혹은 “아아아”와 같은 모음으로 된 소리를 내며 소통을 시도한다.
3. 옹알이(Bubbling)
옹알이는 주로 생후 4~5개월쯤 시작하며, 9~12개월에 가장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주로 “마마”, “바바”와 같이 모음과 자음을 합쳐서 낼 수 있는 음을 발성하는데, 이는 발성 기관과 구음 기관의 조절 능력이 발달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 언어 표현 단계
1. 첫말 시작 단계(8개월~1세)
이 시기부터는 아이가 본격적으로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다. 아이에게 가장 익숙한 가족인 “엄마, 아빠” 그리고 “물”이나 “우유, 맘마” 등 같은 일상적인 말, 그리고 “줘, 봐”와 같이 익숙한 동작의 단어를 알아듣고 따라 하는 것. 이는 주로 1세 전후에 나타나며, 15개월쯤엔 적어도 10단어 정도 사용할 수 있다.
2. 단어 결합 단계(18개월~24개월)
이 단계부터는 두 단어를 결합해 주위 환경, 감정, 요구 등을 표현할 줄 알게 된다. 조사나 연결사를 생략하고 2개의 낱말을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유를 더 먹고 싶을 땐 “우유 더”와 같이 간단한 어휘를 조합해 의사를 표현한다.
3. 문법 형성기(36개월~)
3세 무렵이 되면 문장 길이를 더 늘려 한 번에 3가지 단어, 혹은 그 이상을 조합해 단순한 문장 형태로 표현할 수 있으며, 특수한 규칙 및 문법들을 습득한다. 이때 아이는 언어의 규칙 혹은 문법을 스스로 습득하며 언어를 급속도로 발전시킨다.
4. 문장 연결 시기(4~5세 무렵)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표현을 한다. 이를 위해서 “그리고, 또”와 같이 연결 어미나 접속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시기 아동은 성인의 언어 체계 구성요소들을 모두 습득한다.
Q. 주의해야 하는 아이의 발달 지연이 있다면?
아이들의 언어 능력은 보이지 않지만 세분화된 단계를 거쳐 발달한다. 이러한 단계에서 조금씩 늦어진 것은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이뤄야 할 알맞은 발달이 지나치게 지연된 경우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4개월까지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거나, 36개월이 넘도록 두 단어를 이용한 문장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 6개월~1년 정도 이상의 언어 발달 수준 차이를 보이는 경우 등이다. 단순히 언어발달이 지연된 것일 수도 있지만,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조음기관 혹은 청각에 이상이 있는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아이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지 않거나, 초인종 소리나 다른 말소리 등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자폐의 신호일 수 있다.
Q. 병원에서는 어떤 치료를 할까?
언어 발달 장애는 소아 발달 장애 중 가장 흔하며, 미취학 아동 중 5~10%가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언어 발달이 느린 아이들이 많은 만큼, 내 아이만의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전문기관을 방문해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좋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면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장애이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나 소아정신의학과, 언어발달치료센터를 방문해 진료받으면 된다. 병원에서는 주로 6개월 이내의 발달 지연은 정상 범주로 여기지만, 6개월에서 1년까지 지연된 경우에는 치료를 권한다. 지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병원에서 진행하는 언어, 인지 검사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검사로는 베일리 발달검사나 SELSI(영유아 아동 언어발달검사), PRES(취학 전 아동의 수용, 표현 언어 검사) 등이 있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아이의 발달 상태를 확인하여, 말을 이해하는 능력은 있는데 이를 표현하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이해도 잘 못하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먼저, 베일리 아동 발달 검사는 생후 1개월부터 42개월까지 영유아의 인지, 언어, 사회성, 운동 발달 등 총체적인 발달 수준을 심층적으로 확인하는 검사이다. SELSI 검사는 0~36개월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언어발달 검사로, 조금 더 언어적 측면을 심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언어장애의 조기 선별을 목적으로 하며 전반적인 언어발달 연령, 수용 및 표현 언어 발달 연령을 확인하는 검사다. 언어 발달에 대한 총체적인 원인, 향후 치료 방향까지 유추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PRES 검사는 만 2세에서 6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SELSI 검사보다 심화된 검사다. 검사 방식은 그림 카드를 보여주며 상황에 대한 아이의 반응이 적절하게 나오는지, 어떠한 표현을 쓰는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잘 따라오는지 등을 관찰한다. 이를 통해 언어능력과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측정한다.
병원 혹은 언어치료센터에서는 검사를 통해 아이의 뇌와 정서적 발달을 위한 전문적인 방향성을 제공한다. 음악, 미술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놀이나 숨은 그림 찾기, 촉각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아이의 언어인지 발달을 돕는 것이다.
한편, 아이의 언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부모들도 많다. 유명한 명의를 계속 기다리거나, 부모가 관심이 없어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다. 그러나 아이가 어릴수록 언어 발달 장애를 치료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치료의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Q.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언어 발달장애 치료는 아이의 현재 수준을 파악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언어장애가 아닌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조음기관 혹은 청각에 이상이 있는 등 다른 원인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치료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첫 발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현재 이야기할 수 있는 말과 이해하는 말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말하기 어려워하는지, 어떤 발음을 못하는지 등을 세세하게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
또 언어 학습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직접적인 대면 학습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글자가 없는 그림카드를 이용해 “이건 뭐지?”, “어떻게 할까?” 와 같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아이가 부모와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치료 방법이다.
다만 말이 느리다는 이유로 아이를 지나치게 재촉하거나 나무라는 것은 아이의 정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집에서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지켜보되, 부담감을 심어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김수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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