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스트라다무스]① 박합수 “2023년의 ‘가치주’는 용산… 무주택자는 하반기 노려야”
“2023년 아파트 가격은 올해처럼 하락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금리인상의 영향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상승장에서 많이 올랐던 곳의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많이 올랐던 곳이라도 호재가 가시화되고 있는 지역은 상승할 여력이 있습니다. 서울의 용산이 대표적이죠.”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새해 부동산 시장의 양상이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인상 지속에 따른 경기침체에서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을 멈추고 횡보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예상이다.
그는 집값이 횡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를 ‘내 집 마련’의 시기로 추천했다. 무주택자들은 상승장 속 급등한 집값에 대한 부담감으로 집을 매수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청약가점이 떨어지는 시기가 기회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새해에도 이어지는 하락장 속 선방하는 지역으로는 전통 부촌인 강남과 여러 호재가 한번에 작용하고 있는 용산을 꼽았다.
―하락을 전망하는 이유는.
“현재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금리다. 10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82%다. 12월에는 5%를 넘을 가능성이 큰데, 내년 초에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3월 5% 초반 때까지 주담대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후 금리인상이 멈추더라도, 이전에 이뤄졌던 금리인상의 영향력은 6개월 정도 지속될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집값이 하락할 확률이 굉장히 크다고 보는 이유다.
아파트 값 하락 폭은 전국 기준 5~10% 정도로 예상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로 무섭게 오르던 곳의 하락세는 더 강할 것이다. 교통망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확 올랐던 인천 연수구, 송도 등이 대표적이다. GTX는 가시화되기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남았다. 인천 송도를 지나는 GTX-B노선 개통 시기가 2030년이다. 현실화되지 않은 기대감은 쉽게 꺼지기 마련이다.”
―하락 변곡점은 언제인가.
“내년 하반기부터는 집값이 횡보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횡보의 기간은 변수에 따라 다르다. 연이은 금리인상 후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 이걸 최소화하는 경기 부양책이 최소 내년 말에는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내후년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미국은 내후년 11월에 대선을 앞두고 있다. 최소 선거 6개월 전부터 경기 부양책이 나오기 시작할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 말이 유력하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지 않으면, 내년 하반기 집값이 수평선을 그리다가 내후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완만한 반등세를 나타낼 것이다. 경기침체의 여파가 생각보다 크다면, 내후년에도 집값 횡보가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금리인상 폭이다. 이것에 따라 이후 경기 침체가 얕은 수준인지, 깊은 수준일지 정해질 것이다.”
―선전하는 지역은 없을까.
“’강남의 시대’는 이어질 것이다. 2021년 가을에 2022년을 전망하면서 강남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에서 시작한 상승세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까지 확장됐다가 15억 대출 금지선을 만나면서 꺾이고, 다시 강남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말과 비교해서 강남구는 11월 기준 0.53% 상승했고, 서초구는 1.81% 상승했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상황에서 잘 버틴 것이다. 강남이 버티는 양상은 2023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해당 지역은 15억원 대출금지 전에도 대출과 상관이 없던 지역이고, 금리인상 국면에서는 예적금 이율 상승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가장 강력한 집값 하락 요인이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인데, 강남은 이걸 헤쳐갈 수 있는 지역이다. 금리인상은 중산층 이하 대출 수요자들에겐 고통의 시간이지만, 강남 사람들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고 가격이 조정돼서 매수하기 좋은 시기다. 2023년에는 ‘전통 부촌’인 강남과 ‘신흥 부촌’인 용산이 어우러지는 해가 될 것이다.”
―'신흥 부촌’ 용산이라니 흥미롭다.
“용산을 둘러싸고 4만 가구 이상의 새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다. 한남뉴타운 재개발을 통해 2만 가구, 한강맨션이 있는 남쪽 지역은 정비사업을 통해 7000가구, 국제업무지구에서 최소 6000가구가 예정돼 있다. 이외 작은 주거정비사업을 합치면 적게 잡아도 4만 가구라는 신도시급 새아파트가 출현하는 곳이 용산이다.
앞서 하락 지역으로 언급했던 송도 등은 GTX 가시화까지 기간이 멀었다면, 용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호재가 가시화되는 곳이다. 용산역과 서울역을 통해 전국 철도 네트워크가 용산으로 모이고 있고, 4만여 가구의 새아파트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용산 개발은 시간이 갈수록 현실화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의 ‘가치주’가 될 것이다.”
―무주택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무주택자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추격 매수를 하지 않은 사람들인데, 하락장이 왔다는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일반 주담대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생애최초 보금자리론 등 정책자금 대출도 있지 않은가. 정책자금 대출 자격이 충족되는 무주택자라면 관심 있는 지역, 단지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기회를 노려야 한다.
1차 매수 검토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다. 상반기까지 하락하던 집값이 하반기 들어 지지선이 생기면서 횡보한다면, 매수 시점으로 검토 가능한 시기가 올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보다 현장에선 더 가격이 낮은 ‘급매물’이 나오기도 하니 모니터링과 현장 답사를 병행하면서 매수 시기를 정해야 한다. 시장의 판이 흔들렸을 때가 무주택자에겐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 청약 시장도 그렇다. 둔촌주공 아파트 사례에서 보듯, 집값 하락기는 청약 가점이 낮아도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시기다.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점이 낮은 청년층이 청약에 당첨되기는 어렵다. 도심에 공급되는 분양 물량에 대한 관심을 두고 청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전·월세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까지 매매가와 전세가 그래프가 함께 움직이는 양상을 보였는데,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매매와 전세가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도 매매와 전세가 동행하다 2009년 7월부터 전세가가 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년 하반기 쯤에는 전세가격이 올라가면서 매매가와 그래프 곡선이 분리될 확률이 높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하락장에 매매를 보류한 사람들이 세입자로 머무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이유는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2023년 약 2만4000가구던 서울의 입주물량은 2024년 약 1만2000가구로 반토막 나고, 인천의 입주 물량도 4만5000가구에서 2만3000가구로 줄어든다. 입주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갱신 청구권이 종료된 사람들의 수요가 내년 8월부터 크게 늘기 시작한다.
월세 시장은 금리인상의 영향을 계속 받을 것이다. 11월 들어 월세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는데, 이런 흐름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단하긴 이르다. 전월세 전환율은 이자율과 상관 관계가 크다. 금리인상이 한동안 지속되면 집주인들은 월세를 높이려하고, 전월세 전환율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에 정책적 제언을 한다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부동산 규제를 원상복귀 수준으로 전향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강화된 부동산 규제들을 그 이전, 박근혜 정부 시절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공급 확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여러 측면이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대출규제 정상화다. 즉각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규제 정상화의 핵심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다. 문재인 정부에서 DSR을 40%로 강화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주로 대출을 활용하던 중산층 이하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 선택의 폭과 시장 대응력을 강화해주는 차원에서 DSR 비율을 현재 40%에서 최소 60~7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분양가격 12억원 초과 중도금 대출 금지 폐지도 필요하다. 이미 매매시장에서 매매가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도 폐지된 마당에, 무주택 실수요자가 활용하는 중도금 대출을 규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분양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지 않은가. 그 밖에 대출에 있어서 금리가 중요한데, 금융권은 금리인상을 앞두고 작년에 대출금리를 미리 높여놨다. 이미 고점에 와있는 대출금리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는 것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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