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 월드컵 3회 우승·최연소 골·브라질 최다골 기록

FIFA·IOC가 모두 인정한 ‘20세기 최고의 선수’
암투병 끝에 병마 이겨내지 못하고 별세…향년 82세
유일 월드컵 3차례 우승…개인 통산 1천281골 대기록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가 30일(한국시간) 82세로 하늘의 별이 됐다. 그는 모든 면에서 세계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은 ‘전설’로 통한다.

특히 수치로 드러나는 그의 기록의 황제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만큼 화려하다.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를 비롯해 현 시대 최고로 꼽히는 선수들이 세워 온 상당수의 기록이 따지고 보면 ‘이전 주인’이 바로 펠레였다. 그만큼 그의 기록은 축구사에 있어서 위대함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무소속)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범접할 수 없는 펠레 최고의 기록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3회 우승이다.

펠레는 1958년, 1962년, 1970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에 힘을 보태 선수로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만 18세도 되지 않았을 때 출전한 생애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6골을 터뜨려 팀의 우승을 이끈 것은 여전히 역사상 ‘가장 화려한 데뷔’로 꼽힌다.

펠레는 스웨덴 월드컵 웨일스와의 8강전에서 17세 239일의 나이로 골을 넣어 월드컵 역대 최연소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고, 프랑스와 준결승에서는 해트트릭을 작성해 이 부문 역시 최연소(17세 244일) 기록을 보유했다.

스웨덴과의 결승전에는 17세 249일로 출전부터 ‘최연소’ 기록이었고, 멀티 골로 최연소 득점 기록도 세우며 최연소 우승 기록까지 휩쓸었다.

이를 비롯해 펠레는 역대 월드컵에서 12골 8도움을 남겼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메시가 13골 8도움을 올리기 전까진 월드컵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이었다.

펠레는 브라질 국가대표 경력을 통틀어서는 1957년부터 1971년까지 92경기에서 77골을 남겼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가 크로아티아와의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전까지 50년 넘게 펠레가 홀로 갖고 있던 브라질 역대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이다.

펠레는 네이마르가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 뒤 소셜 미디어에 “내 기록은 거의 50년 전에 세워졌고, 지금까지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면서 “당신이 해냈다. 당신이 이룬 업적은 위대한 가치가 있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펠레의 77골은 지난해까지는 남미 선수 A매치 최다 골 기록이기도 했는데, 메시가 지난해 9월 월드컵 예선에서 넘어선 뒤 카타르 월드컵까지 총 98골로 늘렸다.

클럽과 대표팀을 통틀어 펠레의 통산 득점 수는 본인의 주장으로는 1천283골이다. 펠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역대 최다 득점 선수’라는 수식어와 함께 적어놓은 수치다.

이 기록은 친선경기와 투어 경기 득점이 상당수 포함된 데다 오래된 기록들의 정확성이 떨어지면서 지금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펠레의 공식 경기 득점 기록은 1956∼1977년까지 브라질 산투스와 미국 뉴욕 코스모스에서 뛸 때의 기록과 브라질 대표팀 기록으로 총 757골로 인정받는다.

집계 주체에 따라 득점 수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이 부문에서는 호날두가 최다 기록 보유자(819골)로 꼽힌다.

펠레가 1959년 한 해 동안만 127골을 넣은 건 FIFA에서도 ‘1년간 최다 득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기록들을 바탕으로 펠레가 국제 스포츠 최대 기구에서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선수’로 연이어 이름을 남긴 것 또한 그의 위대함을 뒷받침한다.

펠레는 2000년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와 함께 FIFA ‘20세기 최고의 선수’(FIFA Player of the Century)에 올랐다.

199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각국 올림픽위원회(NOC)를 상대로 한 실시한 ‘20세기 최고의 운동선수’ 투표에서도 펠레는 1위에 올랐다.

펠레는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한 번도 없음에도 펠레는 당시 투표에서 무하마드 알리(미국·복싱), 칼 루이스(미국·육상), 마이클 조던(미국·농구)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모두 제쳤다

한편, 펠레의 딸인 켈리 나시멘투도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신에게 감사드려요. 영원히 사랑합니다. 편안하게 쉬세요”라는 글과 함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펠레는 지난해 9월 오른쪽 결장에 암 종양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후 화학치료를 받으며 병원을 오갔고, 지난달 심부전증과 전신 부종, 정신 착란 증상 등으로 재입원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호흡기 증상 치료까지 받으며 힘든 투병생활을 이어갔다.

브라질 현지 언론은 앞서 펠레가 증상 악화로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통증을 줄이는 완화치료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펠레의 가족은 이를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펠레를 치료해온 브라질 상파울루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 의료진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펠레의 암이 더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심장, 신장 기능 장애와 관련해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혀 그의 병이 더욱 위중해졌음을 알렸다.

펠레의 딸인 나시멘투는 자매인 플라비아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와 함께 아버지의 병실을 지키는 사진을 공개하며 “우리는 믿음으로 이 싸움을 계속한다. 함께 하룻밤을 더.”라며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지만 결국 펠레는 팬들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