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실패' 안심전환대출…특례보금자리론 운명은

노명현 2022. 12. 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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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기준·금리경쟁력 논란에 신청액 저조
특례보금자리, 자격은 완화 금리는 높아

안심전환대출이 끝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다. 자격 기준을 낮추고 신청 기간도 늘렸지만 배정한 예산을 채우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안심전환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활용도를 다양화하고 주택가격 등을 통일했지만 적용되는 금리는 지금보다 높아질 예정이라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절반도 못채운 안심전환대출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 접수금액은 총 8조83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집값과 소득기준을 완화(집값 6억원, 소득기준 1억원 이하)하고 대출 한도도 증대(3억6000만원)해 2단계 접수를 시작한 지난달 7일 이후 기준으로는 4조8458억원이다. 지원 대상을 넓혔지만 1단계와 비교해 신청액이 1조원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내년부터는 정책금융상품 금리도 올라갈 예정이라 안심전환대출을 고민하고 있는 금융 소비자라면 서둘러 신청하라는 게 주금공의 조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청 현황을 감안하면 신청액이 크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초 금융당국이 올해 안심전환대출로 배정한 예산은 25조원이다. 하지만 실제 신청액은 배정 예산의 35%에 불과해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1단계 접수 기준 집값 기준이 4억원으로 시세와 동떨어져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많았고, 6억원으로 확대했지만 이 역시 지원 대상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관련기사: '집값 6억까지'…문턱 낮춘 안심전환대출, 인기 되찾을까(11월4일)

특히 금리 매력도가 이전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려 소비자들이 은행 창구에 줄을 섰던 2019년 9월 상품의 경우 공급 금리는 1.95~2.2% 수준이었던데 반해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3.7~4% 금리가 적용된다.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시중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는 저렴하지만 장기간 고정금리로 묶어두기로 결정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은행권 평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출시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했다"라며 "기준금리 등 인상이 본격화되기 전 출시됐다면 더 낮은 금리로 공급할 수 있어 더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MBS(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해 공급하는 만큼 MBS 발행 금리를 기반으로 금리가 산출된다. 이미 채권 금리가 오른 상태라 MBS 발행 금리도 상승해 낮은 금리 공급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정책금융상품이 역할을 못하면서 금융당국은 부담이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초저금리 상황이 유지돼 가계부채가 급증, 1870조원이 넘는데 올들어 기준금리가 상승하며 금융비용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부실 차주들이 증가하면 금융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0.6%로 상승 전환했다. 여기에 금융비용 부담 증대는 가계의 소비 여력도 저하시켜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는다. 이를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금리에 고정형 상품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금융당국 목표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하나로 묶은 특례보금자리론, 제역할 할까

금융위원회는 보다 많은 차주의 금리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 한시적으로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보금자리론에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소득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어 기존 안심전환대출보다 지원 대상이 넓다. 대출 한도 역시 3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고, 신규 주택 매입이나 대환, 보전(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등)용 모두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관련기사: 집값 9억 이하 특례보금자리론 내년 출시…1년 한정(12월6일)

안심전환대출 흥행 실패 원인 중 하나인 지원대상 기준은 크게 완화됐다. 관건은 금리다. 금융위는 기존 보금자리론에 기반한 단일금리 산정체계로 운영하되 기존 방식으로 산정한 적정금리에서 일정수준 인하한 우대금리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적정금리는 MBS 발행금리와 유동화 제비용 등을 감안한 손익이 균형이 되는 대출금리 수준이다. MBS 발행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올해 적용했던 금리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금융위도 "누적된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보금자리론 금리 인상이 연말 예정된 만큼 대환용 특례보금자리론 이용시 현재 안심전환대출보다 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금융권 역시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실효성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흥행 여부는 결국 금리가 중요한데 MBS 발행량을 감안하면 금리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다 해도 소비자들은 향후 금리 인하 시점이 올 것을 예상해 30년 동안 4%대의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에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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