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가 될 수 없다”…특허 분야 10대 뉴스 1위
미국의 인공지능(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 교수는 2018년부터 한국 등 전 세계 16개 나라에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발명품(제품)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테일러 교수는 자신의 AI 프로그램인 ‘다부스’가 스스로 발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테일러 교수는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에 대해 학습한 뒤 식품 용기 등 2개의 발명품을 스스로 개발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나는 이 발명과 관련된 지식이 없고, 내가 개발한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뒤에 식품용기 등 2개의 서로 다른 발명품을 스스로 창작했다”고 밝혔다. 테일러 교수는 다부스가 ‘레고처럼 오목·볼록부가 반복된 프랙탈 구조를 가져 손에 쥐기 쉬운 식품용기’와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해 집중도를 높여주는 램프’ 등 2가지를 발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 특허청은 지난 9월말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I가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특허 출원에 대해 지난 9월 28일 ‘무효처분’을 내렸다. 이런 처분은 이미 예상이 된 것이었다. 한국의 특허법과 관련 판례는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이런 법 규정 등을 바탕으로 지난 2월 테일러 교수의 특허출원에 대해 ‘AI를 발명자로 한 것을 자연인으로 수정하라’는 보정요구서를 보냈다. 하지만, 테일러 교수 측은 이런 특허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특허청은 최종적으로 출원 무효처분을 내렸다. 이런 판결은 주요 해외 국가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이 소식은 당시 국내 특허계에서 큰 화제가 된 데 이어 최근 특허청이 조사·선정한 ‘특허(특허청) 관련 10대 뉴스’ 중 1위로 뽑혔다. 특허청은 올해 언론에 많이 보도된 특허 및 특허청 관련 뉴스를 놓고 국민 및 언론인 투표를 실시, ‘2022년 10대 뉴스’를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뉴스는 특허 관련 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들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 뉴스가 ‘언젠가는 AI가 인간을 뛰어넘거나 심지어는 위협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공상과학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보여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복·소주·고추장·된장·막걸리·김밥 등 우리나라 고유상품명칭 6개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공식 상품명칭으로 인정 받았다는 뉴스는 3위에 올랐다. 세계지식재산기구의 상품명칭으로 공식 인정되면, 해외에서 소주·고추장·된장·막걸리·김밥·한복 등의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를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된다. 이 뉴스는 향후 해외에서 우리나라 고유 상품명칭에 대한 보호가 강화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우주기술 특허출원 세계 7위’라는 내용의 뉴스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달 궤도선 발사에 성공한 것과 맞물려 국민의 높은 관심을 끌면서 4위에 올랐다. 한국의 우주산업 특허 경쟁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우주기술 특허출원 순위는 1위가 미국이고, 그 뒤를 중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독일이 이었다.
‘한국이 국제특허 출원 건수에서 세계 4위에 올랐다’는 뉴스는 8위로 선정됐다.
‘우리말 우수상표로 배또롱 선정’이라는 뉴스는 상표등록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끌면서 10위에 각각 올랐다. 신선 과일 도소매업체의 상표명인 ‘배또롱’은 ‘배꼽’의 제주지역 사투리다. ‘배또롱’은 발음의 청각 인상이 오래 남고, 어감이 좋으며 제품(감귤 등)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상표명이다.
이밖에 특허청 내부와 관련된 기사 중에서는 ‘2027년 특허출원 세계 3위 도약을 목표로 내건 지식재산 정책방향 발표’가 2위에, ‘반도체 퇴직인력을 특허심사관으로 채용’이 5위에 각각 올랐다. 또 ‘반도체 우선심사’(6위), ‘이인실 특허청장, 세계 지식재산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에 선정’(7위), ‘특허상담 챗봇 365일 24시간 서비스 시행’(9위) 등도 10대 뉴스로 선정됐다.
이대원 특허청 대변인은 “AI와 AI의 향후 활동영역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지식재산 분야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뉴스가 쏟아져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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