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하니? 빨간 그릇 줄까, 파란 그릇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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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포츠머스대 연구진이 18~33세의 남녀 4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식기의 색깔이 맛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음식의 질과 선호도'(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은 성인 60명에게 서로 다른 색깔 그릇에 담은 두가지 맛(단맛, 짠맛)의 팝콘 8접시를 주고 맛을 보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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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그릇에 담긴 음식은 더 짜게 느끼고
빨간색 그릇은 구미가 덜 당겨
가족 중에 편식하는 사람이 있어 고민이라면 식기의 색깔을 바꿔보는 방법을 써보면 어떨까?
영국 포츠머스대 연구진이 18~33세의 남녀 4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식기의 색깔이 맛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음식의 질과 선호도’(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뜻하는 푸드 네오포비아(Food Neophobia) 점수에 따라 실험참가자들을 식성이 까다로운 편식그룹과 비편식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두 그룹 모두에게 똑같은 스낵을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 그릇에 나눠 제공한 뒤 맛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식성이 까다로운 편식자들의 경우 그릇의 색깔에 따라 짠맛을 느끼는 강도와 구미가 당기는 정도(desirability)가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편식그룹은 흰색 그릇보다 빨간색과 파란색 그릇에 담긴 스낵을 더 짜게 느꼈다. 특히 파란색 그릇의 스낵을 가장 짜게 느꼈다. 또 전체적으로 빨간색 그릇에 담긴 스낵을 가장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영국에선 짠 스낵이 흔히 파란색 봉지에 담겨 있는데, 이번 연구가 그 이유의 일단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음식의 냄새와 식감이 편식자들의 입맛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있었지만 다른 감각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연구가 색깔이 끼치는 영향에 대한 최초의 연구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색깔과 맛에 대한 고정관념 작용한 듯
이번 연구는 2011년 국제학술지 ‘퍼셉션’에 발표된 영국 옥스퍼드대의 연구를 기반으로 했다.
당시 연구진은 성인 60명에게 서로 다른 색깔 그릇에 담은 두가지 맛(단맛, 짠맛)의 팝콘 8접시를 주고 맛을 보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그릇의 색깔은 흰색과 파란색, 녹색, 빨간색 네가지였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에게 단맛과 짠맛의 정도를 9점 척도로 표시하도록 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달콤한 팝콘과 짭짜름한 팝콘 모두 유색 그릇에 담겼을 때 맛을 덜 강하게 느꼈다.
짭짜름한 팝콘에는 설탕 성분이 전혀 없었지만 실험참가자들은 빨간색 그릇에 담긴 짭짜름한 팝콘에서 단맛을 느꼈다. 흰색그릇에 담아 줬을 때보다 3.7% 더 달게 느꼈다고 답변했다.
달콤한 팝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달콤한 팝콘에는 소금 성분이 전혀 없었지만 파란색 그릇에 담긴 것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짠 맛을 느꼈다. 그 차이는 4.0%였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연구진은 색깔과 단맛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기존 고정관념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추론했다. 예컨대 과일이 익으면 대개 빨간색으로 변한다는 기존 지식이 무의식적으로 개입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파란색과 짠맛의 관계는 짠맛 나는 바다의 색깔이 파란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식성 까다로운 사람들한테서 뚜렷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릇 색깔의 영향은 편식자들한테서만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음식을 가려 먹지 않는 사람들은 맛을 감지하는 데서 그릇 색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편식가들이 일생 동안 섭취하는 식품은 20가지 미만이다. 이는 영양 불균형이나 결핍을 불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편식은 또 가족들이 화기애애하게 즐기는 자리를 스트레스나 불안, 갈등 상황으로 바꿀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끈 로렌조 스태포드 교수(심리학)는 따라서 이런 식성을 야기하는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바로잡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포드 교수는 예컨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에게 쓴맛이 나는 채소를 더 많이 먹이고 싶다면, 단맛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색깔의 그릇에 담아 제공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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