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한 해 결산도 앱으로 한다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2022. 12.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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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의 이게 뭐Z?] 스포티파이, 한 해 동안 즐겨 들은 노래 날짜까지 결산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딱잘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GETTYIMAGES]
연말 하면 당연히 송년회나 회식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는 송년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부분을 챙겨야 한다. 줌(Zoom) 송년회라면 Zoom 화면을 직접 제작해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Z세대 송년회에서는 쓸모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게 유행이다. Z세대는 연말을 어떻게 정리할까.

#이게 내가 인싸라는 증거, 롤링페이퍼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끈 ‘내 트리를 꾸며줘’(왼쪽)와 ‘진저호텔’. [내트리를꾸며줘 캡처, 진저호텔 캡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링크를 하나씩 달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최근 Z세대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인 건 '내 트리를 꾸며줘' 링크였다. 어릴 때 많이 쓴 롤링페이퍼의 온라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트리를 꾸미면서 편지가 몇 개 왔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 익명으로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먼저 자신의 트리, 배경 등을 선택해 꾸미고 받은 메시지 공개 여부만 체크하면 끝. 주위에 링크를 전달하거나 인스타그램에 링크를 붙여놓으면 사람들이 와서 트리 장식을 고르고 편지를 쓰는데, 익명 닉네임이 트리에 노출돼 웃긴 상황도 많이 생긴다. 12월 25일에만 열어볼 수 있었다.

비슷한 걸로 '진저호텔'도 있다. 어드벤트 캘린더처럼 생겨 지인들로부터 익명으로 받은 편지를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하나씩 오픈할 수 있다. 호텔 지붕과 건물 색깔을 선택하면 완료다. 하루에 하나씩만 열어볼 수 있어 '내 트리를 꾸며줘'와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문제는 25장을 다 채워야 편지를 열어볼 수 있기에 인싸가 아니라면 도전하기 좀 두려운 연말 행사라는 것이다.

#앱이 대신해주는 연말 결산

필자의 2022년 유튜브 뮤직 연말 결산 화면. [유튜브 뮤직 캡처]
단톡방에서 요즘 음악을 어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듣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유튜브나 스포티파이라고 말한다. 유튜브나 스포티파이는 알고리즘을 통해 음악을 추천하는 기능도 좋지만 디테일한 부분도 챙겨주기에 많은 Z세대가 힙하다며 사용한다.

2022년 스포티파이 연말 결산에서는 요즘 많이 듣는 음악이나 가입 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음악과 아티스트를 정리해줘 한 번에 볼 수 있다. 매년 12월 1일부터 연말 결산을 시작하는데 심지어 무슨 노래를 어느 날 제일 많이 들었는지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스포티파이가 자랑하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내 음악 취향을 마치 스토리텔링하듯 풀어준다.

이런 이벤트는 소소하고 재미있다고 느껴지지만 자기 취향을 자랑하기 좋아하는 Z세대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를 공유하고, 또 이 연말 결산이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음악 감상 앱을 고민할 때 스포티파이를 한 번 더 고려하는 이유가 된다. 유튜브 뮤직도 이렇게 연말 결산을 하는데, 내 음악 성격 유형까지 찾아줘 마치 음악계의 MBTI를 분석하는 느낌이 든다.

#내 삶을 정리해주는 네이버

한 해 동안 내가 뭘 했는지 정리해 보여주는 네이버 연말 결산. [네이버 캡처]
카드 내역서를 보면 이렇게 쓴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싶을 때가 진짜 태반이다. 그런 내 모습을 읽은 건 아닐까 싶게 네이버에서 연말 결산 서비스를 내놨다.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쓰는 포털사이트인 만큼 네이버는 페이, 웹툰, 뉴스 등 콘텐츠부터 소비생활까지 모두 정리해놓아 연말 결산 내용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심지어 내가 네이버 페이를 사용해 모은 포인트를 어디에 가장 많이 썼는지도 보여준다. 문구 하나하나 디테일을 살려 '들숨에 쇼핑, 날숨에 적립'이라는 문구를 넣는 등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는 말에 신뢰가 가고, 2022년 내가 뉴스를 매주 평균 몇 분 동안 몇 건이나 읽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연말 시상식을 보면 한 해 동안 방영된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이 정리되는 것처럼 네이버 연말 결산을 확인하다 보면 내가 1년간 뭘 하고 살았는지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Z세대는 스스로에 대해 분석하기를 좋아한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에 관심이 많고 SNS에 본인의 관심사를 올려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다. 그렇기에 심리테스트나 MBTI가 유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약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계획 중이라면 2023년에는 2022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해 계획을 미리 보여주는 테스트를 준비한다거나, 새해 유형 검사를 해보면 어떨까. SNS상에 공유되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문자메시지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보내기보다 귀여운 카드나 편지를 온라인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들어 마케팅을 한다면 관심을 끌 것이다.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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