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메카는 시간문제… 고양은 경제특례시로 간다”

구자홍 기자 2022. 12.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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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고양특례시장

● 전국에 넷뿐인 인구 100만 넘는 특례시
● ‘오징어게임’ ‘기생충’ K-콘텐츠 촬영지
● 2024년 완공 목표 CJ라이브시티 조성 중
● 외자 유치 1호, 세계적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 AEG
● 경제자유구역, 경제특례시 전환점 될 것
● 2∼3개 선도단지 지정해 1기 신도시 재정비 속도 내겠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지호영 기자]
서울 북서쪽에 터 잡은 고양시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다. 전국에 넷밖에 없는 '특례시'. 특례시는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중간 형태로 도시행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기존 기초단체와 구분하고자 새롭게 부여한 명칭이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광역시급 위상에 걸맞게 행정권과 재정 자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일반 시와 차별화한 법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특례시'라는 새 명칭으로 2022년 1월 13일 출범했다.

특례시에는 중앙 부처가 담당하던 광역교통 관리 등 도시행정에 필요한 업무와 특례시가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단위 사무가 여럿 부여된다. 특히 건축물 허가와 택지개발지구 지정, 농지전용 허가 등의 권한을 갖게 된다. 고양시 외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 경남 창원시가 특례시 반열에 올랐다.

특례시 출범 다섯 달 뒤 치러진 2022년 6·1지방선거에서 고양시 새 사령탑에 이동환 시장이 올랐다. 국민의힘 출신이 고양시장에 당선한 것은 12년 만의 일이다.

이 시장은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학 석사, 연세대 대학원에서 도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자타가 공인하는 도시 전문가다. '미래를 바꾸는 힘 고양시'를 시정 슬로건으로 내걸고 고양특례시를 이끄는 이동환 시장을 만나 그가 펼쳐나갈 시정 계획을 들었다.

미디어·콘텐츠 산업 인프라 확장

고양 아쿠아 특수촬영 스튜디오에서 ‘기생충’을 촬영하고 있다. [고양시청]
고양시를 앞으로 어떤 도시로 가꿔나갈 예정인가.

"고양시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콘텐츠의 메카로 만들려고 한다. '오징어게임' '기생충' '미스터 선샤인' '태양의 후예' 등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드라마와 영화 상당수를 고양시에서 촬영했다. 국내 최대 규모 특수촬영 스튜디오인 '아쿠아 특수촬영 스튜디오'가 고양시에 있다. 그곳에서 세계적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한다. 지금도 고양시에서는 CJ라이브시티와 방송영상밸리 등 미디어·콘텐츠 산업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 [고양시청]
이 시장은 고양시에서 K-콘텐츠 기획에서부터 소비까지 한곳에서 가능해 질 수 있도록 풍부한 인프라가 조성 중임을 강조했다. CJ ENM 자회사 CJ 라이브시티가 추진 중인 CJ라이브시티의 경우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킨텍스 인접한 곳에 32만6400㎡(10만 평) 규모로 조성될 CJ 라이브시티에는 K-팝 가수들이 공연할 아레나가 들어선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K-콘텐츠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릴 계획이다. 특히 CJ 라이브시티 안에는 K-팝 가수 공연을 보러 온 외국인 관광객이 묵을 수 있도록 대규모 호텔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CJ 라이브시티와 고양 장항지구 사이에는 방송영상밸리가 들어선다. 방송영상밸리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미디어시티처럼 방송영상특화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CJ 라이브시티가 K-콘텐츠의 메카 구실을 하게 될 예정이라면, 방송영상밸리는 K-미디어의 전진기지 구실을 하게 되는 셈이다. 방송영상밸리는 2026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CJ라이브시티와 방송영상밸리가 완성되면 고양시는 K-컬처와 K-콘텐츠 중심도시로 거듭날 것입니다. 고양시가 K-콘텐츠 메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예요. 특히 CJ라이브시티와 방송영상밸리가 조성되면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K-컬처 클러스터, 본궤도 오르다

이동환 고양시장(가운데)이 2022년 11월30일 일본 오사카에서 K-컬쳐 클러스터 조성 및 외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삼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고양시청]
이 시장은 CJ라이브시티의 성공적인 조성과 운영을 위해 2022년 11월 30일 일본 오사카에서 AEG, CJ라이브시티와 'K-컬처 클러스터 조성 및 외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삼자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EG 그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둔 세계적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입니다. AEG그룹이 고양시에 CJ라이브시티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더 많은 국내외 관련 기업이 고양시로 유입될 수 있을 겁니다."

AEG 그룹은 2024년 개장을 앞둔 CJ아레나에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의 공연을 유치함으로써 고양시가 K-팝을 대표하는 세계적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AEG와 CJ라이브시티가 경제자유구역 추진 5대 전략 중 하나인 'K-컬처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시와 협력하기로 협의함으로써 국내 최초 K-컬처 플랫폼 거점 구축을 통한 문화, 관광,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킨텍스 제3전시장 조감도. [고양시청]
이 시장은 "킨텍스 제3전시장까지 완공되면 고양시는 세계적 수준의 전시 공간을 확보하게 돼 마이스(MICE) 산업 최적화 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마이스 산업은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력이 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스(MICE)'는 부가가치가 높은 복합 전시 산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회의(Meeting)와 포상 관광 또는 인센티브 여행(Incentive tour),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4개 비즈니스 분야를 통칭한다. 이 시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상설 전시장을 갖춘 킨텍스가 위치한 고양시가 한국 마이스 산업의 중심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마이스 산업 육성과 함께 체류형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행주산성 인근에 조성 예정인 '한옥마을'이다. 이 시장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이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펼쳐졌다"며 "행주산성은 역사적이고 문화적 가치가 높은 관광 명소임에도 주변으로 관광 연계가 잘 되지 않아 관람객의 체류 시간이 짧아 아쉽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행주산성 주변을 한옥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주산성 주변에 한옥 카페와 음식점, 한옥역사체험관 등을 꾸며 행주산성을 찾은 관광객들이 행주산성만 둘러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한옥거리에서 가장 한국적인 멋과 맛을 즐기고 한옥 스테이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마다 국내 최대 규모 꽃 축제인 고양국제꽃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온 고양시는 2022년 12월 초 한류 연관 산업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뷰티와 패션 분야 소상공인이 모여 만든 관광형 축제 '뷰티풀 고양'을 선보였다. 이 시장은 '뷰티풀 고양'에 대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국내외 관광객에서 한류의 매력을 어필하고 동시에 특별한 관광특구를 만드는 훌륭한 시도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고양특례시 첫 민선 시장이 된 이동환 시장은 무엇보다 고양시를 '경제특례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업 유치에 성공한 AEG는 물론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 유치를 통해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고 자족경제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

고양특례시, 경제특례시로 만들겠다

현재 고양시는 과밀억제권역, 그린벨트,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삼중규제로 인해 대기업, 대학교, 연구소 등이 들어오기 어려운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 시장은 시장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고양시 규제 현황' 지도를 가리켰다. 일산 신도시와 고양시청 주변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녹색' 그린벨트 지역이거나 '분홍색' 농림지역이 대부분이었다.

"고양시 대부분이 여전히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고양시가 자족경제 도시로 나아가려면 우선 경제자유구역 선정이 필수적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이 되면 AEG 그룹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모두 알고 있는 테슬라를 고양시에 유치하려고 모색 중입니다."

이 시장은 경제특례시를 넘어 글로벌특례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 같은 목표를 향한 첫 단추가 경제자유구역 선정인 셈이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외국인 투자 기업은 물론 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기업, 핵심전략산업 기업을 유치할 때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왼쪽 두 번째)이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 기후총회에서 기후 위기 극복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고양시청]
이 시장은 "고양시는 서울 못지않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데다 공항과 항만이 가까워 글로벌 기업 유치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고양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선정되면 한국 대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연구소는 물론 외국 대학교까지 유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업 유치를 시작으로 일자리까지 증가해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다양한 부가 산업이 자연스럽게 발전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시장은 "경제자유구역을 기반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고양특례시를 기업친화적 생태계로 바꿔놓을 생각"이라며 "미래전략산업에도 아낌없이 투자해 세계적인 대기업이 먼저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양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2023년부터 경기도와 연구용역을 수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산업통산자원부에 최종 선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2022년 7월 취임 직후 이 시장은 1호 결재로 '경제자유구역 추진단' 구성을 지시할 만큼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대한 열의가 남다르다. 이 시장은 시정연구원과 산업진흥원 등 고양시 산하 기관과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간담회와 추진 방안 세미나 등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11월 10일부터 14일까지 이 시장은 기업 유치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며 창업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이스라엘과 경제자유구역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아부다비를 방문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각 도시 방문에서 핵심 관계자를 만나 성공 전략을 듣고 고양특례시의 경제발전을 위한 자문을 구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를 통해 얻은 정책 아이디어 등을 경제자유구역 조성을 위한 전략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번에야말로 고양시가 기존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고 그동안 말로만 외쳐왔던 자족도시를 실현해 낼 때"라며 "고양특례시의 경제 지도를 바꿔놓을 대전환점인 경제자유구역 구현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大전환점, 경제자유구역

일산테크노밸리 조감도. [고양시청]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반도체를 비롯해 바이오 정밀의료와 디지털영상, ICT융복합 기술 관련 기업 1000개를 유치하겠다는 게 고양시의 목표다. 글로벌 기업 유치에 성공할 경우 연쇄적으로 세수도 크게 늘어 시민에게 필요한 문화 레저, 복지 시설 등도 더 많이 구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경제특례시를 꿈꾸는 이 시장의 꿈은 일산테크노밸리에서 영글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 2배 가까운 규모로 조성 예정인 일산테크노밸리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기업은 물론 바이오·메디컬 관련 기업 유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의료기술 특성상 기업과 의료기관 간 공동연구와 임상이 필수적인데, 고양시에는 동국대병원과 명지병원, 백병원 등 대형 병원이 여럿 포진해 있어 기업과 의료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유리한 환경이 이미 조성돼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왼쪽 두 번째)이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 기후총회에서 기후 위기 극복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고양시청]
고양시는 한발 앞서 주요 탄소 배출원을 파악해 더 효과적으로 탄소를 감축하기 위한 방안을 시행해 온 공로로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때 이클레이가 주최한 세션에서 동아시아 대륙의 기후변화대응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클레이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로 1990년 유엔 후원으로 공식 출범해 전 세계 131개 국가 2600여 개 도시 및 지방정부와 함께 지속가능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 시장은 "기후 위기 원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탄소중립 정책보다는 지방정부가 각 도시 특성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 COP27에 기조연설자로 초청돼 고양시 우수 사례를 전 세계 도시에 공유하고 온 것은 우리 고양시가 세계 도시 행동의 흐름을 선도한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이 시장은 세션 발표 이후 지노 반 베긴 이클레이 세계사무총장과 면담하는 등 COP 관계자들을 만나 COP33 고양시 유치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동환 시장(왼쪽 두 번째)이 자유로 지하화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고양시청]
고양시가 108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 도시로 성정하면서 따라온 부작용 가운데 하나가 교통난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예정인가.

"도로 확충을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서는 강변북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지하 고속도로를 자유로 이산포IC까지 연결하면 고양시에서 서울 강남까지 30분 이내에 갈 수 있게 된다. 특히 민자 유치 방안을 활용하면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지하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다. 철도 부문의 경우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추진과 9호선 급행선을 대곡까지 연장하는 방안, 3호선을 포함해 일산선을 급행화하는 방안 등을 계획하고 있다. 국토부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고양시가 짧은 시간 안에 인구 100만이 넘는 특례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도권 1기 신도시로 건설된 일산 신도시가 있다. 그러나 신도시가 건설된 지 30년이 넘어가면서 노후화 등으로 재건축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한 상태다.

2∼3개 단지 선정해 '사전 컨설팅 용역' 지원 예정

일산 신도시 재건축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0월 24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자치단체장들이 함께 만나 모든 1기 신도시에 각각 선도지구를 지정하기로 했다."

선도지구를 지정하게 되면 그만큼 신도시 전체 재정비가 늦춰지는 것 아닌가.

"현재 정부와 해당 지자체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체계적이면서도 속도감 있게 신도시 재건축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고양시는 2023년 자체 공모를 통해 2∼3개 단지를 선정하고 '사전 컨설팅 용역'을 지원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한다. 특히 사전 컨설팅 용역 결과를 선도지구 지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신동아 1월호 표지.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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