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공개' 남북대화 사료 추가 공개…선명히 드러난 이산가족 입장 차
통일부 "회담 사료 공개사업 정책화…제도적으로 지속할 것"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통일부가 그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비공개 남북회담 사료'를 30일 올해 두 번째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료는 지난 1972년 8월부터 1981년까지 진행된 남북 적십자회담의 회담록 등이다.
이번 회담 사료 공개는 올해 1월 제정·시행된 '남북회담문서 공개에 관한 규정'(통일부 훈령)에 따라 지난 5월 1970년대 초반 남북회담 문서 일부를 시범 공개한 데 이은 추가 공개다.
이날 공개된 사료는 '남북대화 사료집' 제4~6권에 들어간 적십자 본회담과 대표회의, 실무회의 회의록 등으로 총 분량 3028쪽에 달한다. 다만 개인정보나 세부사항 공개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는 내용 등이 들어간 417페이지는 비공개 처리됐다.
사료를 통해 남북이 적십자회담 초기 이산가족 문제를 바라보는 선명한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남북은 분단 상황에서 이산가족 문제는 가장 당위론적 차원에서 우선시되며 동시에 실용적으로도 양측이 접근하기 쉽고 해결이 용의한 의제라는 '대명제'에 공감한 채 회담을 시작했다.
그러나 1972년 8월부터 1977년 12월까지 5년이 넘는 기간 진행된 본회담(7차례), 대표회의(7차례), 실무회의(25차례)라는 총 39차례 회담 과정에서 이 문제를 대하는 남북의 차이는 오히려 더 심화됐다.
특히 의제 1항인 '주소와 생사 확인 사업'에 있어서 우리는 남북 현실을 고려해 양측 적십자가 사업 수행을 주관하고, 국제적십자에서 통용되는 공통서식을 마련한 '문건 교환 방식'을 제의했다.
반면 북한은 직접 남북의 인원이 왕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아울러 이산가족의 범위와 관련해서도 상호관계, 혈연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본인 호소(주장)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은 '직접 왕래' 등 적극적이었던 북한의 태도를 당시에는 통일전선전술 차원으로 인식해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남북의 인원이 오가는 상황에서 북한의 정치적 선전전 등을 통한 사회적 동요를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의제 1항 사업을 실시할 때 '법률적·사회적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는 등 정치성이 담긴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한 현격한 견해차로 인해 결국 적십자 본회담은 교착 상태가 된다.
본회담의 교착 이후 무려 3년간 25차례나 열린 적십자 실무회의에서 우리 측은 회담 촉진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부모의 주소·생사 확인, 판문점 면회, 사진교환 실시, 면회·서신교환, 우편물 교환서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들은 그러나 북측이 '서울 분위기'와 '조건·환경 개선' 주장을 되풀이함에 따라 결국 실현되진 못했다.
1973년 김대중납치사건, 1974년 8·15 대통령 저격 사건(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1974년 남침용 땅굴 발견 사건, 1976년 북한군의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등 국내외 주요 사건과 관련한 남북 양측의 공방도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에 담겼다. 남북관계에 있어 갈등 요인이 되기도 했던 이러한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도 때마다 원활한 대화를 막기도 했다.
북한은 2000년대에 들어 이산가족 교류 사업이 본격적으로 재추진되고 나서야 우리가 1970년대에 제안한 생사확인 방식을 따르게 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는 우리 제안이 남북관계 현실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이고 적용 가능하며 실효적 대안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사료 공개를 계기로 이를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사료 공개는 통일부 훈령에 따라 회담공개 사업을 정책화하고 제도적으로 지속해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국민의 알권리와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남북회담 문서 공개를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5월의 1차 공개에 이어 이번에도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관련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북측의 접촉 등 정치 분야 내용은 비공개 처리됐다.
통일부는 앞서 해당 내용을 검토한 뒤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사료 공개르 위한 예비심사 등 과정에서 결국 비공개 결정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해당 분야는 검토와 추가 협의를 거쳐서 공개 범위를 좀 더 분명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일단 제외했다"면서 "공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내년에 검토하고 의견 수렴과 절차가 마무리되면 바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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