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학력도 경력도 '가짜' 미 하원의원…입 다문 공화당

남승모 기자 2022. 12. 3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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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ad Tales of George Santos(조지 산토스의 슬픈 이야기)" 지난 28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글 제목입니다. 필자는 글 첫머리에서 "당신 삶이 너무 부끄러워 새로운 삶을 고안해 내야 한다고 느낀다면 어떨까요?"라고 묻습니다. 이어 "우리들 대부분은 그것을 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SNS를 통한 소통이 늘면서 실제 자신과는 거리가 먼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첫 성소수자 당선인에서 경력 날조자로


조지 산토스

일반인들의 이런 행동도 종종 사회문제가 되는데 미국에서 SNS상 익명도 아닌 실명으로 이런 일을 벌인 사람이 나왔습니다. 공화당 출신으로 미국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된 34살 조지 산토스 당선인입니다. 성소수자이자 브라질 이민자 2세인 산토스는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뉴욕주 롱아일랜드와 뉴욕시 퀸스 일부가 포함된 제3선거구에서 승리했습니다. 현직 의원이 아닌 상태에서 공화당 소속 연방의원에 당선된 첫 성소수자로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뉴욕타임스가 선거 과정에서 그가 경력 대부분을 날조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루크칼리지를 졸업했다는 본인 주장과 달리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에서 일했다는 이력 역시 허위로 밝혀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산토스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신이 뉴욕시 브롱크스의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다 가족의 경제적 문제로 중도에 그만뒀다고 밝혔지만, 이 학교 대변인은 산토스가 다닌 적이 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월가에서 일했다는 산토스의 경력이 허위로 밝혀지면서 그가 선거자금 70만 달러를 어떻게 빌릴 수 있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위조'와 '꾸밈'의 차이



경력, 학력 위조에 대한 그의 답은 뭘까요? 산토스는 최근 뉴욕포스트와 폭스뉴스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력과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상당 부분 인정했습니다. 다만,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력서를 단지 꾸몄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해명 후 후폭풍이 어땠을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에 대한 사법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뉴욕 동부연방지방검찰청과 뉴욕주 나소카운티 지방검찰청이 각각 산토스 당선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도널리 나소카운티 지방검사장은 성명을 내고 "산토스 당선인과 관련된 수많은 조작과 불일치는 아주 충격적"이라면서 "나소카운티를 포함한 제3선거구 주민들은 정직하고 책임 있는 의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시 브루클린을 관할하는 뉴욕 동부연방지검도 산토스의 재무 관련 사안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이웃 지역 공화당 정치인들마저 등을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같은 롱아일랜드를 지역구로 둔 닉 라로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은 하원 윤리위원회가 산토스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조지프 카이로 주니어 공화당 나소카운티 지역위원장도 "사과 이상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침묵하는 공화당 지도부…'허위 경력' 연방의원 탄생하나


조지 산토스

그럼 앞으로 산토스 당선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는 일단 의원직에 취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3일 하원이 다시 소집되면 예정대로 선서하고 연방의원이 될 전망입니다. 본인도 인정한 허위 경력자이지만 사법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미 의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걸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직 선거 때면 각종 이력이나 재산 공개의 진실성 여부를 놓고 문제가 불거지곤 합니다. '도둑 한 명, 열 포졸이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마음먹고 위조하는 사람을 솎아 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보다 용납하기 어려운 건 문제를 알고도 내 편이라고 방치하는 것입니다.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 같은 행태가 우리나라에선 없길 바랄 뿐입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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