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픽!] 평생 연구한 대상을 사랑하게 될 때…'아가씨와 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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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시리아 고대 유적 도시 팔미라에서 여든 살이 넘은 고고학자가 참수됐다.
노(老)학자 칼리드 알아사드가 목숨을 걸고 역사적인 유물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평생 연구한 팔미라를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웹툰 '아가씨와 유모'도 자신이 평생 연구해 온 대상을 사랑하게 되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를 지키는 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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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5년 시리아 고대 유적 도시 팔미라에서 여든 살이 넘은 고고학자가 참수됐다.
수니파 극단주의단체 이슬람국가(IS)가 팔미라를 점령한 뒤 값진 유물의 행방을 추궁했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심문에도 입을 열지 않자 잔인하게 처형한 것이다.
노(老)학자 칼리드 알아사드가 목숨을 걸고 역사적인 유물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평생 연구한 팔미라를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웹툰 '아가씨와 유모'도 자신이 평생 연구해 온 대상을 사랑하게 되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를 지키는 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카산드라 그린우드 박사는 신비 생물을 깊게 연구했지만,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해 괴로워하는 인물.
그는 어느 날 한 권력자로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흉내쟁이 민달팽이' 한 마리를 구했으니 저택에 유모로 위장 취업하고 이를 양육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작중 흉내쟁이 민달팽이는 사냥감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신해 경계심을 낮춘 뒤 잡아먹는 신비한 생물. 인간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권력자가 자신의 죽은 딸을 대신하기 위해 어린 개체를 잡아 온 것이다.
박사는 어린 흉내쟁이 민달팽이를 '아가씨'라 부르며 키우고, 가까이서 관찰하면서 그간 알려지지 않은 학문적 발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억지로 인간의 옷을 입히고 가짜 아가씨를 만들려는 권력자의 횡포가 심해지자 박사는 연구 지원 약속과 명예 등을 모두 내던지고 흉내쟁이 민달팽이와 숲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자신이 '아가씨'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가려져 있다.
흉내쟁이 민달팽이는 '아가씨'로, 그린우드 박사는 '선생님'으로만 불린다. 이들을 압박하는 저택 주인인 권력자는 이름도 없이 얼굴도 콧수염부터 각진 하관까지 아랫부분만 주로 나온다. 카산드라 그린우드라는 주인공 이름도 에필로그를 통해 공개됐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은 특정 인물 간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우리가 모두 박사나 유모, '선생님'이 될 수 있고, 오래 들여다보고 마침내 사랑하게 된 대상이나 학문, 직업 등이 '아가씨'로 치환될 수 있는 셈이다.
작가가 상상력으로 빚어낸 신비 생물의 외형과 상세한 특성도 흥미롭다.
흉내쟁이 민달팽이의 몸체는 푸른 갯민숭달팽이, 다리는 물곰, 눈은 게의 형상에서 따왔다고 한다. 또 바다 연체동물인 클리오네(무각거북고둥)처럼 피부를 투명하게 표현했다.
피식자의 모습을 흉내 내며 사냥하고, 사랑하는 상대의 유해를 섭취해 외형과 기억을 물려받는다는 흉내쟁이 민달팽이가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이 웹툰은 포스타입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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