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발화 트럭운전자 경찰 입건···정부는 방음터널 전수조사

김태희·송진식 기자 2022. 12. 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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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합동 감식…발화 원인 규명 집중
도로 관리 과정·차단시설 등 조사 예정
5명의 사망자와 3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 30일 오전 불에 탄 차들이 널브러져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5명의 사망자를 낸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와 관련해 불이 난 폐기물 트럭 운전자를 형사입건했다. 최초 감식에서는 해당 트럭 화물칸 우측 전면 바닥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전국 55개 방음터널의 안전성에 대해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과 함께 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4시간30여분 가량 합동 현장 감식을 실시했다.

합동감식팀은 이날 최초 불이 난 5t 폐기물 집게 트럭과 사망자들이 발견된 차량 5대 등을 중심으로 감식을 벌였다.

여운철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감식을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합동 감식 결과 집게 차량 발화부는 화물칸 우측 전면 하단부로 추정되며 발화원인은 현 단계에서는 확정해 논하기 어렵다”면서 “집게 차량에 인접한 방벽에 옮겨붙은 불길이 바람을 타고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가 커진 이유에 대해서는 “화재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차량이 뒤엉키며 피해가 커진 것 같다”며 “터널 안에는 비상 대피로가 없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은 전날 화재 진압 완료 후 그대로 보존된 상태이다. 화재로 소실된 차량 45대도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합동감식팀은 현장에서 수거한 잔해물 등을 분석해 구체적인 화재 원인 등을 밝힐 계획이다. 감식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이날 불이 난 폐기물 트럭 운전자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A씨는 전날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운전 중 갑자기 에어가 터지는 ‘펑’ 하는 소리가 난 뒤 화재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차량 조수석 밑쪽에서 불이 나서 차량을 하위 차로(3차로)에 정차하고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했다”며 “그러나 불길이 잡히지 않아 대피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도 A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A씨의 진술과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경찰은 방음터널을 공사한 시공사와 도로 관리 주체인 ㈜제이경인고속도로에 대해 도로 건설·유지 및 보수 등 과정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방음터널 입구 인근에 있는 ‘터널 진입 차단시설’ 일부가 전기 차단 등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과실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사망자들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화재 피해가 심해 당장 신원 확인이 어려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감식을 요청한 상태다.

사망자들은 현재 안양시 내 병원 2곳에 임시 안치됐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아직까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화재 사고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방음터널과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음터널의 안전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공사가 진행 중인 방음터널은 덮개 소재를 강화유리 등 불연소재로 교체하고, 기존 방음터널은 화재를 방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지난 29일 오후 1시49분쯤에는 방음터널을 지나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났다. 불은 플라스틱 재질의 방음터널로 옮겨 붙었고 터널 내부가 검은 연기와 불길에 휩싸였다. 불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 완전히 진압될 때까지 총 길이 830m 방음터널 가운데 600m 구간을 태웠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총 46명이다. 당초 사상자 수는 사망 5명, 중상 3명, 경상 34명 등 42명이었다. 그러나 하루 사이 연기흡입 등의 부상을 호소한 피해자가 4명이 추가로 나와 총 사상자 수가 46명으로 늘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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