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은 왜 3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나[핫이슈]
이달 중순 부산에서 벌어진 일로, 국민정서상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민법상 사망한 사람에게 배우자나 자녀가 없으면 부모에게 상속권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은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사고 때도 있었다.
민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19년이었다. 가수 구하라 씨 사망 후, 12년 만에 나타난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했다. 구 씨의 오빠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구 씨 부친에게 60%, 친모에게 40%의 상속권을 인정했다. 당시 구 씨의 오빠는 ‘어린 자녀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상속 재산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입법을 청원했고,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부모의 상속을 제한하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바로 그 법이다
‘구하라법’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 발의안과 법무부 발의안이 있다.
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어릴 때 자녀를 버린 부모라면, 자녀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게 부모의 상속 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부모가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반면 법무부의 구하라법은 자녀가 생전에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에게 자신의 유산이 가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한다. 유가족도 소송할 수 있지만, 사망 후 6개월만 가능하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상속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는 같지만, 부양의무 입증의 책임이 부모에게 있는지, 자식에게 있는지가 두 법안의 차이인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일까?
민법은 다양한 상황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기본법으로 한두 가지의 문제를 염두에 두고 개정이 이뤄질 경우 다른 많은 사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양육 의무를 게을리했는지는 상대적이라 판단이 쉽지 않고, 자식이 부모를 용서했는데도 부모 이외의 다른 친족에게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부모는 낳아준 것만으로도 상속인 자격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17년 헌법재판소가 상속권과 관련해 “부양의무 이행의 개념은 상대적”이라며 “ 이를 상속결격 사유로 규정하게 되면 상속결격 여부를 판단하기가 곤란하고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빈번하게 돼 법적 안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된다”는 결론을 내린 적도 있다.
하지만 법의 관점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재해보상법·공무원연금법은 국회를 통과해 시행 중이다.
재해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심의를 거쳐 급여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순직한 소방관 친모에게 해당법이 처음 적용되기도 했다.
공무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법을 왜 다른 사람에게는 적용할 수 없을까.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게 자녀의 유산이 돌아가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언제까지 비상식적인 일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나.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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