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열흘 간 나타나지 않았던 김정은, 그동안 뭐 했나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2. 12. 30. 09:06
12월 16~25일 행적 추적해보니
소년단 대회가 중요했던 이유는 김정은이 참석할 만한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2013년 제7차 대회, 2017년 제8차 대회에 모두 참석했습니다. 김정은이 후대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제9차 소년단 대회에도 참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전원회의 전에 김정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볼 수 있는 행사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2013년 7차 대회의 경우, 소년단 대표들이 6월 3일 평양에 도착했고 이틀간의 평양 참관 일정을 거쳐 6월 6일 대회가 열렸습니다. 2017년 8차 대회의 경우, 소년단 대표들이 6월 2일 평양에 도착했고 사흘간의 평양 참관 일정을 거친 뒤 6월 6일 대회가 치러졌습니다.
이러한 과거 사례를 준용한다면, 소년단 제9차 대회는 지난 23일이나 24일 늦어도 그다음 날인 25일(일)까지는 열리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소년단 대표들이 20일 평양에 도착한 이후 2∼3일 혹은 나흘간의 평양 참관 일정을 감안하고, 이달(12월) 마지막 주에 당의 중요한 행사인 전원회의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지난 주말까지는 소년단 대회를 마무리 짓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통일부도 지난 22일 소년단 대회가 23일 또는 24일쯤 열릴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5일까지 북한에서 소년단 대회가 열렸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24일과 25일에는 아예 소년단 대회와 관련된 기사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2013년 7차 대회와 2017년 8차 대회 당시, 소년단 대표들이 평양에 도착해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평양을 참관했던 일정을 매일 보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소년단 대회 일정이 과거에 비해 길어지고 관련 보도도 사라지는 상황이 되면서, 북한이 김정은의 참석 문제 때문에 소년단 대회 개최 시기와 공개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흘러나왔습니다. 소년단 대회에 김정은이 참석해야 하는데 김정은이 참석할 상황이 되지 않자, 북한이 대회 개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26일이 되어서야 노동신문에 소년단 대회 기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하루 전인 25일 소년단원들이 대표증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대표증을 받았다는 것은 소년단 대회가 곧 열린다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소년단 대회 일정을 확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북한 핵심부에서 김정은의 일정을 확정하고 OK 사인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분석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연말 전원회의 일정과 27일(화)이 북한의 휴일(사회주의 헌법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년단 대회가 26일(월) 열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인 지난 27일 북한 매체들은 노동당 전원회의가 전날인 26일부터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원회의 일정으로는 당초 예상보다 조금 빠른 시작입니다. 당의 1인자인 김정은 총비서도 전원회의에 참석하면서 공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제9차 소년단 대회도 26일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원회의와 소년단 대회가 동시에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김정은이 소년단 대회에도 참석할 것인가? 전원회의가 여러 날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중간에 소년단 대회에 참석할 것인가 하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김정은은 소년단대회에 서한만 보냈습니다. 당의 중요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행사 참석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9차 소년단 대회는 26일과 27일 진행됐습니다.
평양에 올라 와 있던 소년단 대표들의 입장에서는 지난 20일 평양에 도착해 1주일 넘게 평양에 있고도 정작 대회에서 김정은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라도 김정은이 소년단 대표들을 만날 일정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7차와 8차 소년단 대회에 모두 김정은이 참석하면서 집권 이후 소년단 대회에 참가해왔던 전례도 깨진 셈입니다.
여기서 생각해볼 대목이 있습니다. 북한이 애초부터 이렇게 일정을 잡았겠느냐는 것입니다. 소년단 대회와 전원회의는 북한 내부적으로 이전부터 정해진 일정이었을 것이고, 지방의 소년단 대표들이 지난 20일 평양에 도착하는 일정도 예전부터 계획돼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은 지방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평양에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전계획에 따라 이동이 이뤄집니다.
과거 소년단 대회가 평양 도착 뒤 3∼4일 만에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당초 북한은 지난주 소년단 대회를 마무리 짓고 이번 주 전원회의를 여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행사 모두 김정은 참석을 전제로 짜여진 일정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년단 대회 일정이 예상보다 늘어지면서 전원회의와 동시에 열리게 됐고, 김정은은 결국 소년단 대회에 불참했습니다. 이것은 당초 일정과는 다른 돌발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정부는 김정은이 잠적 기간 동안 백두산 삼지연에 가 있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이 삼지연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당국에 포착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당국의 정찰 능력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삼지연에 있었던 것이라면, 아버지 기일 참배와 수천 명의 소년단원들이 평양에서 기다리는 상황을 모두 무시하고 삼지연에 머물렀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김정은이라도 두 개의 주요한 국내 정치행사 일정을 그냥 거르거나 지체시켰을지 의문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022년 12월 26일부터 시작된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15일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참관한 지 11일 만의 공개 활동입니다. 11일 만의 공개 활동, 즉 10일간의 잠적은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이 기간 동안 김정은의 행보에 대해 살펴볼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평소답지 않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열흘간의 잠적 기간 동안 특이동향의 시초가 됐던 것은 김정일 사망 11주기에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주요 기념일마다 참배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인데,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11주기에 김정은이 꽃바구니만 보내고 참배하지 않은 것입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아버지 기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달(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의 전원회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에서 소년단 대회가 열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를 위해 전국의 소년단 대표들이 지난 20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것입니다.
김정일 기일에 참배하지 않은 김정은
열흘간의 잠적 기간 동안 특이동향의 시초가 됐던 것은 김정일 사망 11주기에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김정은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주요 기념일마다 참배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인데,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11주기에 김정은이 꽃바구니만 보내고 참배하지 않은 것입니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아버지 기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달(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의 전원회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습니다.
평양에서 개최된 제9차 소년단 대회
이런 와중에 북한에서 소년단 대회가 열린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조선소년단 제9차 대회를 위해 전국의 소년단 대표들이 지난 20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것입니다.
소년단 대회가 중요했던 이유는 김정은이 참석할 만한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2013년 제7차 대회, 2017년 제8차 대회에 모두 참석했습니다. 김정은이 후대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제9차 소년단 대회에도 참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전원회의 전에 김정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볼 수 있는 행사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2013년 7차 대회의 경우, 소년단 대표들이 6월 3일 평양에 도착했고 이틀간의 평양 참관 일정을 거쳐 6월 6일 대회가 열렸습니다. 2017년 8차 대회의 경우, 소년단 대표들이 6월 2일 평양에 도착했고 사흘간의 평양 참관 일정을 거친 뒤 6월 6일 대회가 치러졌습니다.
이러한 과거 사례를 준용한다면, 소년단 제9차 대회는 지난 23일이나 24일 늦어도 그다음 날인 25일(일)까지는 열리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소년단 대표들이 20일 평양에 도착한 이후 2∼3일 혹은 나흘간의 평양 참관 일정을 감안하고, 이달(12월) 마지막 주에 당의 중요한 행사인 전원회의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지난 주말까지는 소년단 대회를 마무리 짓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통일부도 지난 22일 소년단 대회가 23일 또는 24일쯤 열릴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5일까지 북한에서 소년단 대회가 열렸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24일과 25일에는 아예 소년단 대회와 관련된 기사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2013년 7차 대회와 2017년 8차 대회 당시, 소년단 대표들이 평양에 도착해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평양을 참관했던 일정을 매일 보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소년단 대회 일정이 과거에 비해 길어지고 관련 보도도 사라지는 상황이 되면서, 북한이 김정은의 참석 문제 때문에 소년단 대회 개최 시기와 공개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흘러나왔습니다. 소년단 대회에 김정은이 참석해야 하는데 김정은이 참석할 상황이 되지 않자, 북한이 대회 개최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노동신문 26일자에 소년단 대회 기사 다시 등장
26일이 되어서야 노동신문에 소년단 대회 기사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하루 전인 25일 소년단원들이 대표증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대표증을 받았다는 것은 소년단 대회가 곧 열린다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소년단 대회 일정을 확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북한 핵심부에서 김정은의 일정을 확정하고 OK 사인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분석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연말 전원회의 일정과 27일(화)이 북한의 휴일(사회주의 헌법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소년단 대회가 26일(월) 열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뒤인 지난 27일 북한 매체들은 노동당 전원회의가 전날인 26일부터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원회의 일정으로는 당초 예상보다 조금 빠른 시작입니다. 당의 1인자인 김정은 총비서도 전원회의에 참석하면서 공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제9차 소년단 대회도 26일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원회의와 소년단 대회가 동시에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김정은이 소년단 대회에도 참석할 것인가? 전원회의가 여러 날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중간에 소년단 대회에 참석할 것인가 하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김정은은 소년단대회에 서한만 보냈습니다. 당의 중요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행사 참석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9차 소년단 대회는 26일과 27일 진행됐습니다.
평양에 올라 와 있던 소년단 대표들의 입장에서는 지난 20일 평양에 도착해 1주일 넘게 평양에 있고도 정작 대회에서 김정은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라도 김정은이 소년단 대표들을 만날 일정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7차와 8차 소년단 대회에 모두 김정은이 참석하면서 집권 이후 소년단 대회에 참가해왔던 전례도 깨진 셈입니다.
북한이 생각했던 당초 일정은?
여기서 생각해볼 대목이 있습니다. 북한이 애초부터 이렇게 일정을 잡았겠느냐는 것입니다. 소년단 대회와 전원회의는 북한 내부적으로 이전부터 정해진 일정이었을 것이고, 지방의 소년단 대표들이 지난 20일 평양에 도착하는 일정도 예전부터 계획돼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은 지방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평양에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전계획에 따라 이동이 이뤄집니다.
과거 소년단 대회가 평양 도착 뒤 3∼4일 만에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당초 북한은 지난주 소년단 대회를 마무리 짓고 이번 주 전원회의를 여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행사 모두 김정은 참석을 전제로 짜여진 일정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년단 대회 일정이 예상보다 늘어지면서 전원회의와 동시에 열리게 됐고, 김정은은 결국 소년단 대회에 불참했습니다. 이것은 당초 일정과는 다른 돌발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김정은은 삼지연에 있었다"…사실일까?
정부는 김정은이 잠적 기간 동안 백두산 삼지연에 가 있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이 삼지연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당국에 포착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당국의 정찰 능력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삼지연에 있었던 것이라면, 아버지 기일 참배와 수천 명의 소년단원들이 평양에서 기다리는 상황을 모두 무시하고 삼지연에 머물렀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김정은이라도 두 개의 주요한 국내 정치행사 일정을 그냥 거르거나 지체시켰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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