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미의 인생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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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미표 요리 레시피가 화제다. 온라인에선 박솔미의 레시피 ‘오파라면(오징어 파기름 볶음라면)’, ‘바보닭(바다의 보물 다시마를 품은 닭)’ 등을 따라 한 후기가 이어진다. 박솔미는 KBS2 예능 <신상출시 편스토랑>(이하 <편스토랑>)을 통해 한식, 양식, 퓨전 요리 등 장르를 넘나드는 요리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준급의 재료 손질, 군침이 도는 비주얼, 완성도 높은 맛으로 ‘살림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최근엔 요리와 관련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세계김치연구소 글로벌 홍보대사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김치 문화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재능기부에 나섰다. 세계김치연구소와 공동으로 제작한 영상 <김치의 특별함>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박솔미는 한국 김치와 중국 파오차이의 차이점을 조리 있게 설명한다. 요리라는 또 다른 영역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는 박솔미의 이야기.
<편스토랑>에서 요리 실력을 공개했어요.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어요.(웃음) 어린 시절부터 요리를 좋아했어요. 엄마가 요리를 잘하셔서 어깨너머로 구경하며 자랐거든요. 중학생 때부턴 매해 엄마와 김장을 같이 했어요. 모녀가 마주 앉아 같은 재료를 두고 손질부터 속 재료를 넣는 것까지 각자의 양을 배분해 김치를 만들었죠. 요리하는 자체도 재미있지만, 제게 요리는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소리가 생각나요. 아침에 눈뜨면 엄마가 주방에서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지금도 엄마의 도마 소리가 선명해요.
어린 시절의 향수군요.
맞아요. 요리를 잘하고 싶었던 것도 엄마의 영향이 커요. 엄마의 맛을 그대로 배우는 게 목표였어요. 시간이 흐르고 엄마가 제 곁에 없을 때 맛으로 엄마를 기억하면 되겠다 싶었죠. 결론적으로 엄마의 손맛은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요.(웃음) 요리는 제게 그만큼 특별해요. 그래서인지 두 딸에게도 같은 추억을 남겨주려고 했어요. 제가 어린 시절에 도마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포근해졌던 것처럼 말이에요. 신기하게도 딸이 “엄마의 도마 소리가 참 좋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순간 마음이 울컥했어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해요. 공감하나요?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어떤 요리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아이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를 때와 비슷한 마음이에요. 선물 받은 아이들의 표정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잖아요? 음식 메뉴를 선정할 때도 가족들의 반응을 상상하는 설렘이 있어요.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뭔가요?
갈비찜이요. 시아버지는 평소 무뚝뚝한 분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드셔도 맛있다고 표현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 갈비찜은 인정해주셨어요.(웃음) 갈비찜뿐만 아니라 모든 육류 요리를 즐기는 편이에요. 불고기만 해도 소장하고 있는 레시피가 여러 가지예요.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재미가 있어요. 집에서 대부분의 메뉴를 만들다 보니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집밥에 익숙해 간이 센 음식을 선호하지 않더라고요. 외식하는 날엔 집에서 밥을 한 번 더 차릴 때가 많아요. 밖에선 아이들이 잘 먹지 않아서요.
요리 잘하는 비법을 전수한다면요?
순서가 핵심인 거 같아요.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요리하는 과정에서 재료를 넣는 순서, 조리하는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예를 들어 볶음밥을 만들 때 밥과 채소를 넣는 순서가 달라요. 그런데 동시에 넣거나 순서를 달리하면 기대했던 맛이 나오지 않죠. 순서만 잘 지키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싶어요”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해요. 지난 10년간 피부과에 가지 않았어요. 전문적으로 관리를 받으면 금세 피부가 좋아지지만, 내성이 생기면서 점점 더 큰 자극을 요구하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아무리 관리를 한다고 해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주름이나 피부의 변화를 막을 순 없어요. 저는 홈 케어를 열심히 해요. 20살 때부터 치열하게 저만의 관리 방법을 찾았죠. 제가 생각하는 피부 관리의 핵심은 수분 공급이에요. 리프팅, 주름 개선과 같은 이중 기능성이 없는, 오로지 수분이 보충되는 순한 성분의 제품을 사용해요.
피부를 위해 지키는 일상 루틴이 있나요?
사계절 내내 가습기를 사용해요.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 항상 버튼식 양산을 둬요. 아침에 햇빛이 침실까지 내리쬐면 양산 버튼을 눌러서 펴요. 기미가 생기는 걸 사전에 방지하는 셈이죠.(웃음)
SNS에 번지 피트니스에 빠진 일상을 공유하고 있어요.
인생 운동이에요. 워낙 운동을 싫어하는데 번지 피트니스는 재미있어요. 처음엔 두 아이를 케어하는 데 체력이 달린단 생각이 들어 시작했어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번지 피트니스를 알게 됐죠. 공중에서 줄에 매달린 상태로 유산소운동을 하는 방식이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고, 효과 또한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직접 해보니 근력 강화는 물론 재미까지 있더라고요. 홈트레이닝으로 플랭크를 할 땐 따분함을 느꼈는데 번지 피트니스로 같은 운동을 하면 횟수를 금방 채우게 돼요. 칼로리 소모량도 커요.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동하면 약 1천kcal가 소모된다고 해요.
몸매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체중계 숫자에 연연하지 않아요. 결혼 전엔 항상 40kg대를 유지하려고 했어요. 키 170cm에 40kg대는 지나친 욕심인데도 말이죠. 당시엔 수시로 몸무게를 체크하면서 다이어트했던 거 같아요. 숫자에 강박을 갖다 보니 감정선이 예민해지기도 했죠.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두 아이를 낳고 체중 관리에 대한 강박을 많이 내려놨어요. 몸도 마음도 지금이 훨씬 편하고 좋아요.
평소 식단 관리도 하나요?
인생에서 새로운 맛을 찾는 재미를 잃을 순 없어요.(웃음) 기존에 없던 레시피를 만드는 쾌감이 상당히 커요. 주방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노트에 적어요. 불멍, 물멍처럼 ‘요리멍’을 해요. 요리하는 순간엔 잡다한 생각이 사라져요.
내면 관리 또한 중요합니다. 박솔미의 마인드 컨트롤 비법이 궁금해요.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데 중점을 둬요.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내면 스스로를 아낌없이 칭찬해요. 데뷔 이후 활동을 이어가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생활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인생에 제 자신이 없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높았던 자존감이 금세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그동안 스스로를 지옥으로 몰아세웠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조금씩 삶의 태도를 바꿨죠. 내일 괜찮은 사람이 되기보다 오늘 하루를 괜찮게 살아보자고요.
“빠르게 자라는 아이들, 부모와의 추억이 가장 중요해요”
두 딸은 한창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죠.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혼자 여행을 가거나, 아이들을 두고 외박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일할 때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아이들과의 시간을 먼저 고려해요. 홈쇼핑 출연을 새벽 시간대로 잡은 것도 같은 이유예요. 제가 스케줄을 마치고 아침에 귀가 하면 아이들이 잠에서 깰 시간이거든요. 엄마가 항상 곁에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엄마 역할에 충실하면서 산 시간을 후회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나중에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엄마와 함께 보냈던 추억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노력하는 걸 아이들도 알고 있는 눈치예요. 첫째 딸이 “엄마는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줬어. 이제 엄마도 놀아”라고 말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진 않나요?
물론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죠. 밤에 아이들이 잠들면 주어지는 혼자만의 시간이 정말 달콤해요. 잠깐의 시간을 활용해 못 본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가볍게 맥주나 와인을 한 잔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죠. 자투리 시간이라 더 황홀해요. 가끔 남편이 아침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요. 그런데 막상 하루 종일 아이들이 없으니까 허전하더라고요.
평소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아직 많이 어린데도 모든 방면에서 소통이 잘돼요. 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놀랄 때가 많아요. 어른보다 더 나은 사고를 갖고 있단 걸 깨닫죠.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반대로 아이들에게 배우는 점도 있어요. 아이들과 ‘3년 일기’를 쓰고 있는데, 한 권의 일기장을 3년 동안 쓰는 거예요. 지난 일기를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을 해요. 2023년이면 한 권이 완성돼요. 2022년을 돌아보면 또 다른 성장 포인트가 있겠죠?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궁금해요.
긍정이요. 처음부터 “~없어요?”라는 표현 대신 “~있어요?”를 사용하도록 언어교육을 했어요. 표현을 예쁘게 해야 마음에 긍정이 자리 잡을 거라 믿었거든요. 화법이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니까요.
두 딸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용기 있는 사람이길 바라요. 구체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보통 어른으로 자라면서 점점 용기가 사라지는 거 같아요.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저도 선택 앞에서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지레 겁먹고 포기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마음을 믿고 나아가길 바라죠.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반짝반짝 빛이 나니까요.
박솔미는 가수 아이유의 열렬한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이유가 SNS에 게시물을 올리면 가장 먼저 댓글을 남기는 주인공이 박솔미라는 건 아이유의 팬 클럽 ‘유애나’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솔미는 자신의 SNS에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를 시청하는 인증 사진을 공개하며 애정을 꾸준히 드러냈다. 그녀에게 아이유를 향한 팬심에 대해 물었다. 박솔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이유 노래 중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나요?
‘아이와 나의 바다’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잊고 있었던 제 20대를 돌아봤어요. 자기혐오, 자책을 하면서 걸어온 터널 같은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죠. 20대를 지나온 사람들이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감정일 거예요. 노래 말미에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라는 가사가 있어요. 20대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은 아이유의 30대, 40대가 궁금해요. 더 풍성한 이야기가 담길 거란 기대를 하죠. 제가 아이유에 너무 진심이죠?(웃음)
내면의 단단함을 중시하는 거 같아요.(웃음)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여지는 사람으로 살았어요. 연기자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지만, 저를 찾아주는 곳이 없을 때 많이 힘들었죠. 갑자기 찾아온 고요함을 이겨내는 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고요함 속에서 내면을 단단하게 다졌어요. 생각해보면 인간은 고요 속에서 태어나고, 적막 속에 살아가니까요. 요즘은 참 편안해요. 작은 실수를 하거나 일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도 ‘그래, 누구나 실수하면서 살아’라고 너그럽게 생각해요.
2023년입니다. 어떤 한 해가 되길 바라나요?
365개의 날이 빈틈없이 꽉 찼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요리로 음식 사업을 하게 됐어요. 새로운 일을 시작했으니 2023년은 더 특별한 한 해가 될 거라고 기대해요. 새해를 맞아 개인적인 목표도 세웠어요. 좋아하는 독서를 다시 시작해보려고요. 2022년 11~12월에 책 석물을 많이 받았어요. 다시 독서의 세계에 빠질 시기가 온 거 같아요. 100권을 목표로 세웠는데, 해낼 수 있겠죠?(웃음)
에디터 : 서지아(진행), 김연주(인터뷰) | 사진 : 김외밀 | 스타일링 : 홍은화 | 헤어 : 지희(MEPCI) | 메이크업 : 하진아(MEP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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