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펭귄도 거울 보며 한 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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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면 올 한 해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펭귄이 거울실험에서 자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거울실험을 처음 창안한 갤럽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 인상과 직관에 근거해 실험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며 "펭귄이 자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논문에 나온 것보다 더 엄밀한 과학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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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보며 몸 흔들어 자신 확인
얼굴 가린 종이 떼려는 행동도
아직 실험 최종 단계는 통과 못해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면 올 한 해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름살이 늘었어도 옅은 미소가 비치면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고 위로할 수 있다. 남극 펭귄도 거울을 보며 온난화의 풍파를 잘 견뎌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펭귄이 거울실험에서 자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인도 지구과학부 남극탐사대의 프라비르 고시 다스티다르 박사 연구진은 최근 논문 사전출판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남극 아델리 펭귄이 일정 정도 자의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거울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델리펭귄은 키가 약 70㎝, 몸무게가 최대 6㎏까지 자라는 중소형 펭귄 종이다. 황제펭귄과 더불어서 지구상에서 가장 남쪽에 서식하는 펭귄이다.
◇거울 앞에서 몸 흔들며 관찰
거울실험은 1970년 미국 툴레인대 심리학과의 고든 갤럽 교수(현 올버니 뉴욕주립대)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처음 발표했다. 그는 침팬지가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자신이라고 인식했다고 밝혔다. 침팬지 얼굴에 붉은 반점을 그리자 거울에 비친 모습에서 반점이 있는 눈썹을 자주 쳐다봤고 그 부위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인도 과학자들은 네 단계로 실험을 진행했다. 처음에 펭귄이 사는 곳에 거울을 세워뒀을 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판지로 세 면을 막고 그 안에 거울을 붙였다. 판지 안으로 펭귄을 몰아넣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이라도 하듯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거울 위쪽에 둥근 종이를 붙여 얼굴을 보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펭귄은 몸을 더 심하게 움직이고 종이를 쪼기도 했다. 연구진은 얼굴을 가린 물체를 제거하려고 하는 행동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물론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공동 저자인 인도 고등연구원의 아닌다 신하 박사는 “자신이 아닌 다른 펭귄의 눈을 보지 못해 불편함을 표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실험은 펭귄의 목에 턱받침을 달고 거울을 보도록 했다. 펭귄은 계속 거울을 봤지만, 턱받이를 건들거나 제거하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거울실험의 핵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침팬지, 코끼리 이어 까치, 가오리도 통과
연구진은 “실험 결과가 조금 모호하지만, 전반적으로 보아 펭귄이 어느 정도 자의식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거울실험을 처음 창안한 갤럽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 인상과 직관에 근거해 실험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며 “펭귄이 자의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논문에 나온 것보다 더 엄밀한 과학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펭귄이 거울실험을 끝까지 통과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이미 다양한 동물이 거울실험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침팬지에 이어 2001년 돌고래가 거울실험을 통과했다. 몸에 점을 표시하자 돌고래는 거울 앞으로 가서 그쪽을 비춰 관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아시아코끼리(2006년), 까치(2008년)도 거울실험을 통과했다. 미국 에모리대의 프란스 드 발 교수 연구진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에 살고 있는 34살 된 아시아 코끼리 ‘해피’가 이마에 십자 표시를 하자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코로 이마의 표시를 만지작거렸다고 밝혔다.
바다에도 자의식을 가진 동물들이 있다. 2016년 미국 과학자들은 가오리가 거울실험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2019년에는 일본 과학자들이 인도양과 태평양에 사는 청줄청소놀래기가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자신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물고기 목 밑에 갈색 표시를 하자 10마리 중 9마리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확인한 후 수조 밑바닥에 있는 모래와 돌에 목을 문지르는 동작을 반복했다.
참고자료
bioRxiv, DOI: https://doi.org/10.1101/2022.11.04.515260
Science, DOI: https://science.org/doi/10.1126/science.167.3914.86
Journal of Ethology, DOI: https://doi.org/10.1007/s10164-016-0462-z
PLOS Biology,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bio.30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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