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작정한 김은숙, 속절없이 빠져들 수밖에 [OTT 리뷰]

최하나 기자 2022. 12. 3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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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김은숙 작가가 제대로 작정했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향한 서슬 퍼런 복수를 그린 ‘더 글로리’로 자신의 특장점을 가감 없이 펼쳐냈다. 안길호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지면서, 웰메이드 작품이 완성됐다. 그러니 속절없이 빠져들 수밖에.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로맨스 대가’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여기에 장르물에서 두각을 보여온 안길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송혜교를 필두로 이도현 임지연 박성훈 등 완벽한 출연 라인업으로 화제가 됐다.

공개에 앞서 취재진에게 공개된 ‘더 글로리’는 기대 이상이다.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지은 이유는 이 세상의 동은, 여정, 현남 같은 피해자에게 드리는 나의 응원”이라는 김은숙 작가의 진심으로 꽉 채워져 있다. 가해자들 주위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복수를 설계해나가고 마침내 잘 버려둔 칼날을 휘두르는 문동은(송혜교)의 이야기가 극 초반부터 몰입감 있게 펼쳐지며 순식간에 빠져드게 만든다.

김은숙 작가의 장기로 꼽히는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가 서서히 가해자들의 숨통을 조여 가는 문동은 표 빌드업 복수를 더욱 서늘하게, 또 처절하게 그려낸다. 특히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추락할 너를 위해, 타락할 나를 위해”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 등 가해 주동자 박연진(임지연)에게 쓰는 편지가 문동은의 내레이션으로 극 전반에 걸쳐 묘사된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문동은의 복수에 기꺼이 공범이 되기를 자처하게 만들고, 또 응원하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한 극은 정지소와 송혜교를 오가며 문동은의 과거와 현재가 전개되는 방식이다. 김은숙 작가는 정지소를 통해 학교 폭력이 피해자의 영혼을 부수는 끔찍한 범죄이며, 송혜교를 통해 피해자에게 학교 폭력의 상처와 분노는 문동은의 온몸에 남은 화상 자국처럼 치유될 수 없다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명확히 드러냈다.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더 글로리’를 써 내려간 김은숙 작가의 뚜렷한 의도는 여타 복수극들이 자칫 범하기 쉬운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가해자들의 대한 어떠한 미화도 없다고 단언한 것과 같이 박연진을 비롯한 가해자들은 이유 없이 피해자들을 괴롭히고,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다. 반성은 않고, 오히려 자신이 한 짓을 까맣게 잊기도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어떤 것보다 촘촘하게 설계해나가는 문동은의 빌드업 복수가 김은숙 작가의 필력으로 전개돼 화면에서 단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몰입도를 선사한다. 한 회가 끝나면 바로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김은숙 작가 필력의 힘이 거세다.


장르물에 특화된 안길호 감독의 연출력도 ‘더 글로리’의 완성도에 큰 몫을 했다. 문동은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잇는 연출력이 극의 몰입감을 배가시켰다. 또한 다양한 카메라 구도와 조명을 사용한 디테일한 안길호 감독의 연출력이 시퍼런 불꽃같은 문동은 표 복수의 무드를 완성시켰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서늘한 얼굴을 한 송혜교의 얼굴은 극 초반 낯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색함도 잠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문동은 그 자체가 돼 탄탄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송혜교에 속절없이 빠져드게 된다. 가해자를 연기한 임지연 박성훈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각각 문동은과 박연진의 학창 시절을 연기한 정지소와 신예은의 연기는 놀랍기까지 한다. 피해자의 처절한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해낸 정지소와 웃는 얼굴로 가해자의 소름 끼치는 악랄함을 연기한 신예은의 활약이 강렬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염혜란이 연기한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문동은의 조력자 현남이다. 극 중간마다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이지만, 이로 인해 복수극의 긴장감이 무 자르듯 끊기는 부분이 있다. 현남의 역할과 극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지 못한 염혜란의 연기가 아쉬운 대목이다.

‘더 글로리’는 이날 전체 8회차로 제작된 파트 1이 모두 공개되며, 파트 2는 내년 3월 공개될 예정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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