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껄끄러운 항문의 문화사

2022. 12. 3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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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루로 고생했던 태양왕 루이14세는 고통을 끝내고자 이발사이자 외과의사인 펠릭스에게 자신의 항문을 맡겼다.

항문은 신체의 중요 기관이지만 껄끄럽고 피하는 주제다.

항문은 인도에선 몸의 중심이자 에너지의 원천인 제1차크라로 중요하게 여겨진다.

개의 항문샘은 고유한 향을 발산하는데 이를 통해 성별과 기분, 건강 상태, 식생활, 생리 주기까지 모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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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이 현재 국가의 주요 의식 때마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드높게 불려지는 곳이 있다?

치루로 고생했던 태양왕 루이14세는 고통을 끝내고자 이발사이자 외과의사인 펠릭스에게 자신의 항문을 맡겼다. 이는 당시로선 간단치 않은 일이었다. 수술의 성공률을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이 임상 실험 대상으로 죽어갔다.

마침내 1686년 11월18일, 왕궁의 많은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장장 3시간에 걸쳐 수술이 진행됐다. 왕실 작곡가이자 음유시인인 륄리는 마취제도 없이 수술 받는 왕을 위해 기독교적 열정이 담긴 노래를 작곡했고, 생시르 학교의 여학생들이 노래를 불러 왕을 위로했다. ‘신이시여, 왕을 구하소서!’. 덕분에 왕은 목숨을 건졌고 이 노래는 여러 해 동안 궁정에서 널리 애창됐다.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엄청난 인기를 얻은 이 노래는 공식 국가가 된다.

항문은 신체의 중요 기관이지만 껄끄럽고 피하는 주제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인체의 구석구석을 알게 됐지만 여전하다. 사진작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자벨 시몽이 인류의 축축한 역사의 뒤켠을 샅샅이 훑어내 음침한 현장을 햇빛 속으로 끌어냈다.

저자가 생물학을 비롯, 의학, 문화인류학까지 여러 학문 영역을 넘나들며 건져 올린 유물들을 이제 직시할 때다.

항문은 인도에선 몸의 중심이자 에너지의 원천인 제1차크라로 중요하게 여겨진다. 중국의 의학에서도 ‘간의 눈’으로 불리며 회음혈과 장강혈을 마사지하면 소화기나 비뇨기 문제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50년대 대체의학 선구자인 맥스 거슨 박사가 고안한 커피 관장이 미국 배우 기네스 펠트로 때문에 다시 유행한 건 흥미롭다.

그런데 개들은 왜 다른 개를 만나면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어 대고 서로의 항문에 코를 박고 킁킁 거리는 걸까?

개의 항문에는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개의 항문샘은 고유한 향을 발산하는데 이를 통해 성별과 기분, 건강 상태, 식생활, 생리 주기까지 모두 알 수 있다. 이 후각적 표지는 오줌에서도 똑같이 발견되기 때문에 개는 공원 여기저기 남겨진 냄새를 통해 젊고 건강하고 생산 능력이 우월한 암컷 그레이 하운드의 뒤를 밟을 수 있다.

“따라서 개가 꼬리를 들어 올리며 항문을 내보이는 것은 상대방에게 신분증과 건강검진 확인서, 페이스북 프로필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이다.”

항문의 흑역사는 길고 끔찍하다. 이물질을 삽입하는 강간과 마약 운반, 고문까지 갖가지 사건과 기록들은 차고 넘친다. 예술적 영감으로도 작용하는데 항문성애에 대한 음울한 생각과 불안을 표현한 누보로망, 진정한 사랑의 기관이라며 항문에 광적으로 집착한 살바도르 달리, 에도시대 방귀꾼들의 예술까지 인류의 상상과 쾌락의 대상이 된 특별한 신체기관의 문화사가 작가의 화려한 필치로 펼쳐진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애널로그/이자벨 시몽 지음, 윤미연 옮김/문학동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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