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인가 상술인가" 디지털 부적의 명암
부적 거래 플랫폼 ‘부적오운’
부적 스캔해 디지털화해 거래
종이 부적 복제품에 불과
디지털 부적에 효과 있을까
한국인은 운세에 관심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세대가 특히 그렇다. 10~30세 성인남녀 1608명 중 90.0%가 '운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2018년 기준). 운세를 얼마나 자주 보는지를 묻는 질문엔 '반년에 한번'이 25.1%로 가장 많았다. "매일 본다"는 응답자도 10.8%에 달했다(표❶).
그런데도 관련 시장 규모는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은 2016년 2039억5900만원에서 2019년 1748억9600만원으로 3년 새 14.2% 줄었다(표❷). 이후 코로나19 방역 규제로 비대면 문화가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걸 감안하면 오프라인이 중심인 국내 점술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쪼그라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때문인지 업계에선 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로 온라인을 주목하는 듯하다. 2022년 12월 15일 게임 아이템 거래 플랫폼 아이템베이·아이엠아이가 공동투자해 디지털 부적 거래 플랫폼 '부적오운' 서비스를 출시한 건 대표적인 사례다(표❸).
'디지털 부적'이 거래되는 과정은 이렇다. 플랫폼에 판매자로 등록된 무속인이 부적을 제작하면 이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한 후 자체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다. 디지털화한 부적은 경매나 일반 판매로 거래한다. 구매자는 부적오운 앱에 부적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부적을 휴대할 수 있다. 구매자가 원할 경우 실물 부적을 수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부적오운 관계자는 "디지털 부적을 통해 종이 부적이 가진 휴대의 번거로움과 분실·훼손 위험을 해결했다"면서 "바쁜 현대인 일상에 간편하게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면서 론칭 의의를 밝혔다. 디지털 문화에 친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부적 트렌드를 넓혀가겠다는 게 부적오운의 미래플랜인 셈이다.
문제는 디지털 부적에서 종이 부적만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민간에서 부적은 특수한 과정을 거쳐 제작돼 왔다. 세세한 부분은 만드는 무속인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붉은색을 띠는 돌 '경면주사'를 곱게 가루 낸 뒤, 한약재를 첨가해 만든 기름 '부적유'와 섞는다.
그런 다음 이를 물감 삼아 회화나무를 원료로 만든 종이 '괴황지'에 붓으로 그려 부적을 완성한다(표❹). 부적 한장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디지털 부적은 종이 부적을 디지털화한 복제품에 지나지 않는다. 실체가 없는 이 부적엔 경면주사도, 괴황지도 없다.
출력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A4용지에 프린트 잉크로 그려진 부적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디지털 부적은 블루 오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용자를 기만한 '상술'에 그치게 될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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