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아이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별세···향년 81세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29일(현지시간)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비비안 웨스트우드 패션하우스는 이날 트위터에 “고인이 런던 남부 클래펌 자택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잠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세상은 더 나은 변화를 만들기 위해 비비안과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애도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970년대 펑크록의 대명사였다. 록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매니저였던 말콤 맥라렌과의 인연을 계기로 1971년 영국 첼시에 가게를 열었으며, 섹스 피스톨즈의 의상을 디자인하며 패션계 저항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주황색 또는 흰색 머리카락은 웨스트우드의 상징이 됐다. 그는 자서전에서 “나와 말콤 이전엔 펑크가 없었다. 펑크는 완전히 폭발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한 생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회참여적인 행보를 보였다. 자신의 작업에서 재활용을 강조했으며 패션계를 향해서도 “잘 선택하고 덜 사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2012년 런던 페럴림픽 폐막식에 “기후 혁명”이 적힌 문구를 들고 등장했으며, 2015년엔 흰색 탱크를 직접 몰고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의 관저 앞으로 가 셰일가스 개발 허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채식주의자로서 모피 판매 금지를 위해 영국 정부에 로비했다. 미국 기밀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자서전에서 “내가 패션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순응’이란 단어를 파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2018년 패션잡지 인터뷰에서는 “항상 정치적 의제가 있었다. 현상유지에 도전하기 위해 패션을 활용했다”고 언급했다.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의류, 액세서리, 향수 등으로 사랑받고 있다. 웨스트우드는 영국 패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과 1991년 연이어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로 선정됐으며, 영국 여왕에게서 1992년 OBE(대영 제국 훈장), 2006년 DBE 작위(2등급의 작위급 훈장) 훈장을 수여 받았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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