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의 ‘조선업 할 결심’…한화가 STX중공업 인수 나선 배경은

안태호 2022. 12. 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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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조선 사업을 제대로 운영할 결심이 섰을까?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표가 나왔을 때, 한화 쪽이 주력 사업인 방산에만 눈독을 들일 뿐 상선 사업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관측이 많았다.

대우조선 인수 발표 초기에는 한화가 정부 요청으로 상선 사업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선박엔진 제조사인 에스티엑스중공업을 첫 조선 관련 인수합병 대상으로 점찍자 조선업 운영 의지가 명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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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발표 초기 ‘상선 사업 관심 없는 것 아니냐’ 우려
“STX중공업 인수하면, 방산 보다 상선 시너지 더 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한화그룹 제공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조선 사업을 제대로 운영할 결심이 섰을까?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발표가 나왔을 때, 한화 쪽이 주력 사업인 방산에만 눈독을 들일 뿐 상선 사업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관측이 많았다. 대우조선 구성원들도 의심의 눈초리를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화가 에스티엑스(STX)중공업 인수전에도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화그룹이 에스티엑스중공업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에스티엑스중공업은 중대형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회사다. 현재 사모펀드 파인트리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고, 인수 대금은 약 1천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에이치디(HD)현대, 에이치에스디(HSD)엔진(옛 두산엔진) 등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조선업계는 이번 한화의 인수전 참여가 상선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 발표 초기에는 한화가 정부 요청으로 상선 사업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선박엔진 제조사인 에스티엑스중공업을 첫 조선 관련 인수합병 대상으로 점찍자 조선업 운영 의지가 명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크레인. 연합뉴스

대우조선의 상선 사업부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선 엔진사업의 수직계열화가 필수적이다. 보통 대형선박 엔진은 제작하는 데만 6개월이 걸리고, 엔진이 완성되지 않으면 선박 건조를 시작할 수 없다. 한 중견조선소 직원은 “대형 엔진은 아파트 15층 높이에 달하고, 보통은 5층짜리 빌라 하나만 하다. 그래서 선박 건조할 때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자체 엔진사업부를 가지고 있으면 급한 건조 일정이 있을 때 엔진 제작 일정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사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에 엔진사업부가 있지만 대우조선은 엔진 제작을 하지 않는다.

친환경 선박 수요가 커지는 점도 엔진사업의 중요성으로 꼽힌다. 해운시장은 국제해사기구(IMO) 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 중인데,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선박에서는 아직 통일된 대안이 나타나지 않았다. 각 해운사가 요구하는 엔진 종류가 천차만별인 것이다. 조선업 전문가 ㄱ씨는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는 메탄올 급유 시설을 가진 터라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한다. 선주 사정에 따라 액화석유가스(LPG), 액화천연가스(LNG), 에탄올, 암모니아 등 다양한 엔진을 요구한다”며 “아직 통일된 친환경 추진체가 나오지 않아 조선사는 선주가 요구하는 모든 포트폴리오를 다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티엑스중공업은 선박용 디젤엔진과 이중연료 엔진, 엘엔지·엘피지 엔진 등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STX중공업의 선박 엔진. STX중공업

이번 에스티엑스중공업 인수전은 재벌 3세 간 경쟁으로도 주목받는다. 정기선 에이치디현대 사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친구 사이로 알려졌다. 정 사장이 1982년생, 김 부회장이 1983년생으로 한 살 차이다. 일각에서는 엑스티엑스중공업을 둘러싼 인수전을 조선업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으로 보지만, 사실 김 부회장이 정 사장을 따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의 지난 5년 평균 건조 척수는 130.2척이지만, 대우조선은 34.8척에 그친다. 조선업 전문가 ㄴ씨는 “에스티엑스중공업은 대우조선의 방산 쪽보다 상선 분야에서 시너지가 더 크다. 인수합병 대상을 잘 고른 걸 보면 상선 사업도 제대로 사업을 추진할 의지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한국조선해양과의 격차가 커져 따라 잡으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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