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미술관 좌초 위기에 ‘윤석열차’가 왜 소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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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1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와 전날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등을 본보기로 삼아 올가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던 청와대 미술전시장 프로젝트가 개막은커녕 전시 얼개도 만들지 못한 채 한해를 넘기게 됐다.
박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청와대 본관을 미술품 상설전시관으로, 영빈관은 기획전 전시장으로 활용해 역대 청와대 소장품 컬렉션과 국가기증 이건희컬렉션 등을 전시하겠다고 공표하면서 10월 영빈관에서 청와대 소장 미술품 컬렉션 609점 가운데 허백련, 장우성, 김기창, 서세옥, 박대성 등 한국화 대가들 작품 30여점을 추려 첫 컬렉션 공개 전시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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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영빈관 재사용 이유 들어
일각선 윤석열차 논란 등 여파에
문체부장관 윤심 잃은 탓 분석도
올해 선보일 것이라던 청와대 미술관은 `공염불‘이었다.
지난 7월21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와 전날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등을 본보기로 삼아 올가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던 청와대 미술전시장 프로젝트가 개막은커녕 전시 얼개도 만들지 못한 채 한해를 넘기게 됐다. 박 장관은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청와대 본관을 미술품 상설전시관으로, 영빈관은 기획전 전시장으로 활용해 역대 청와대 소장품 컬렉션과 국가기증 이건희컬렉션 등을 전시하겠다고 공표하면서 10월 영빈관에서 청와대 소장 미술품 컬렉션 609점 가운데 허백련, 장우성, 김기창, 서세옥, 박대성 등 한국화 대가들 작품 30여점을 추려 첫 컬렉션 공개 전시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가 최근 문체부 내부를 취재한 결과 전시 추진 작업은 10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규모 있는 기획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출품작 선정과 공간 구성을 위해 최소 2~3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가장 필수적인 기간에 준비팀 가동이 멈춰버린 셈이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장관 발표 뒤 문체부 직원과 산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파견된 학예사들로 준비 조직이 꾸려져 활동했으나 불확정적인 상황이 지속되어 실제적인 업무를 접은 상태”라면서 “현재는 파견 학예사들이 문체부로 넘어온 청와대 소장품 정리 사업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체부 준비 조직이 전시 준비 작업을 멈춘 배경에 대해 부처의 한 관계자가 이유로 말한 `불확정적인 상황’은 무슨 내용일까. 문체부 대변인실 등에서는 지난 9월 대통령실이 800억원 넘는 국가 예산을 들여 신축하려던 새 영빈관 계획이 여론의 반발로 철회된 것이 중요한 요인인 거 같다고 짚었다. 청와대 영빈관을 대체하는 시설을 신축할 수 없게 된 만큼 1978년 건립한 뒤 보수하며 활용해온 기존 영빈관 시설을 결국 국가 행사장의 유력한 대안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고 애초 목표로 했던 미술전시장 활용에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국빈 만찬을 연 것을 시발로 월드컵 축구 대표팀 만찬(8일), 국정과제 점검 회의(15일), 미래 과학자와의 대화(22일) 등 이달만 7차례나 청와대 영빈관을 찾았다. 청와대 정원 안에 있는 환담 공간인 상춘재도 2차례 방문했다. 그동안 영빈관으로 활용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호텔보다는 훨씬 사용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재발견한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빈관은 내부 홀 규모는 면적 496㎡(150평)에 층고 10m에 달해 행사용 공간으로 맞춤하다.
하지만, 문체부 내부 사정을 아는 문체부와 다른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베르사유를 앞세운 청와대 영빈관의 미술관 기획전 추진은 박 장관이 과거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부터 전시공간으로 관심을 가졌다고 지난 7월 언론 브링핑에서 언급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어 발표했던 정책 구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빈관 대용 때문에 미술관 건립이 난항을 겪었다기보다는 풍자카툰 `윤석열차’에 대한 졸속 대응 논란이나 청와대 미술관 공론화 과정에서의 잡음 등 장관의 이후 행보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이 반영된 상황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박 장관한테 업무보고를 받았을 당시 윤 대통령이 “본관, 영빈관 등 청와대 공간이 국민의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청와대의 기존 소장품뿐 아니라 국내 좋은 작품을 많이 전시해서 국민이 쉽게 감상할 수 있게 해달라”고 방안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영빈관 월드컵 대표팀 만찬에서는 장관을 아예 빼고 진행하는 등 문체부를 배제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여러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7월 발표 뒤 청와대 컬렉션 전시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박 장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전문 학예사들을 기획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하고 양화와 한국화를 두루 망라한 명품 전 대신 한국화 대가들의 작품 수십여점만 우선 전시하겠다는 방안을 밀어붙여 미술계 전문가들의 우려를 샀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한 미술사 연구자는 “김은호, 김기창, 장우성 등 청와대컬렉션의 한국화 대가들은 상당수가 일제강점기 친일 부역 작업을 한 오명을 안고 있는 작가들인데 미술관이 아닌 정치적 공간인 청와대에서 이들을 전시하려 할 경우 친일 논란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해 국립미술관 일부 관계자들도 만류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문체부 내부에서는 청와대 영빈관과 본관의 미술 전시는 자체 추진할 동력이 빠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결국 대통령실 산하 청와대 자문운영추진단이 올해 논의를 토대로 새해 어떤 방향으로 청와대 공간을 활용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밝히느냐에 따라 전시 여부 혹은 전시의 성격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문체부 예산 가운데 청와대 전시에 배정된 예산은 36억원이다. 최근 대통령실의 복무기관장 평가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박 장관 새해 개각 경질설도 흘러나오고 있어 이 전시 예산이 청와대의 어떤 공간에 쓰일 것인지도 문화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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