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토크] 미정산·갑질·컴백 연기···츄 떠난 이달의 소녀에게 무슨 일이
츄 퇴출 논란의 후폭풍은 거셌다. 소속사의 정산 문제는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츄의 태도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한배를 타고 가던 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결말은 처참했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리는 상황 속에서 가장 피해 입고 있는 건, 남은 이달의 소녀 멤버들이다.
◆ 갈등의 씨앗은 무리한 투자
이달의 소녀의 데뷔는 꽤 화려했다. 매달 1명씩 멤버를 공개한 뒤 유닛을 꾸려, 3개의 유닛을 합쳐 12인조 완전체가 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지난 2016년 10월 희진이 솔로 싱글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완전체로 데뷔하기까지 약 2년이 걸릴 정도. 그만큼 100억원에 가까운 투자 금액이 소요됐다.
주목받기 좋은 프로젝트였지만, 응당 투자에는 그에 따른 수익이 있어야 하는 법. 아쉽게도 이달의 소녀가 큰 반응을 얻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 사이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이하 블록베리)는 휘청했고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 지난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외주 업체와 외부 인력에게 수천에서 수억원의 비용을 지급하지 않을 정도로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 수면 위로 드러난 갈등, 츄의 전속계약 해지 소송
블록베리의 재정난은 곧 이달의 소녀 활동의 빨간불이었다. 가장 예능 활동이 활발했던 츄는 데뷔 3년 차에도 “아직 정산을 받지 못했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이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츄는 블록베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으로부터 일부 인용되며 독자 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문제는 블록베리와 츄 관계가 달라지며 중간에 놓인 멤버들이다. 츄가 개인 스케줄을 다닐 때 매니저 없이 홀로 택시를 타고 다니고, 팀 활동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츄는 채널A ‘금쪽상담소’에 나와 “지난해 수입이 없었다”며 자신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럴수록 포커스는 츄에게 쏠렸다. 반면 몇몇 매체가 보도한 것처럼 츄가 독자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단체 활동 스케줄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그 역풍은 멤버들이 안아야 했다.
◆ 블록베리의 선전포고, 퇴출과 폭로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블록베리가 먼저 ‘츄의 갑질 및 폭언’을 이유로 들며 퇴출시키며, 수익 구조는 7(회사):3(츄)이지만 연예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은 5:5로 나누게 되는 정산 시스템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익이 크지 않으면 멤버들은 오히려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을 지게 되는 불리한 구조. 츄는 이를 지적했다. 지적해야 할 문제다.
이에 대한 블록베리의 항변은 비용을 5:5로 하지 않았다면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것. 멤버들에게 이 부분을 설명했고 모두 동의했다고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아이돌 그룹을 제작한 타 소속사는 이런 정산 문제를 두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손익분기점으로 전환되기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츄는 “그때는 후정산 선정산이 뭔지도 모를 때였다. 데뷔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사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의 소녀 멤버 다수는 연습생 기간을 거의 거치지 않고 데뷔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줄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데뷔보다 계약 사항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이달의 소녀의 미래는
악화되는 여론 사이에 블록베리는 이달의 소녀 컴백을 강행했다. 새 앨범 프로모션 방향성도 노골적이었다. 츄를 배제하고 ‘11인조 완전체’ ‘새로운 출발’을 강조했다. 앞서 멤버 9명도 전속계약 분쟁설이 흘러나온 상황이라 팬들도 신보를 반기지 않은 분위기였다.
결국 블록베리는 앨범 발매를 무기한 연기했다. “멤버들의 상황에 관한 여러 근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컴백 활동은 무의미하다”는 것. ‘전(前) 멤버’라는 지칭으로 츄의 태도를 탓하면서.
멤버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 츄의 퇴출 사태 이후로 간접적으로 심경을 밝히는 글 이외에 정확한 자세를 취할 수 없다. 투자한 만큼 수익을 얻어야 하는 회사, 꿈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 감내해야 하는 멤버들. 이 아이러니한 공생관계가 어디까지 가능할지 미지수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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