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차기 대선 승리 가능성 작은 디샌티스

여론독자부 2022. 12.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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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공화당 골수지지층 지원 받으려
反백신 운동 주도한 포퓰리스트
백신 편집증은 소수의견에 불과
후보 지명되면 오히려 불리할것
[서울경제]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 후보로 지명할까, 아니면 론 디샌티스를 택할까. 지금으로서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다만 한 가지, 우익 포퓰리스트인 디샌티스를 현실을 부정하는 편집광 트럼프보다 지각 있고 합리적인 인물로 간주하는 것은 분명한 착각이다. 디샌티스는 트럼프가 저지른 기행을 모조리 따라 하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만든 음침한 동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무엇보다 디샌티스는 의료 기적을 수천 명의 인명을 불필요하게 앗아간 쓰디쓴 당파적 분열로 변질시킨 백신 음모론의 간판을 자처했다.

이쯤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이제까지 나온 코로나19 백신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2020년 봄, 미국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효과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신속히 개발하기 위한 워프 스피드 작전을 수립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2020년 12월에는 이미 백신이 생산되고 있었다. 맞다. 이건 분명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다.

그렇다면 백신은 정말 효과가 있었나. 생명을 구하는 백신의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필자는 전국의 카운티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률과 코로나19 사망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찰스 가바의 단순한 접근법을 선호한다. 두 번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1차 접종이 한창이던 2021년 5월과 2022년 9월 사이에, 최저 접종률을 기록한 카운티들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지역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접종률이 가장 높은 상위 10% 지역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접종률 차이는 왜 생기는 걸까. 가바의 지적대로 당파성 때문이다.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카운티 유권자들의 비중과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카운티 주민들 및 코로나19 사망자들의 백분율 사이에는 놀랄 만큼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주 전체 차원에서도 이와 동일한 패턴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뉴욕은 2021년 5월 이후 사망자 수가 플로리다의 두 배를 넘어서는 등 팬데믹 초기 몇 달간 엄청난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코로나19가 어떻게 전파되는지, 어떤 예방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플로리다에 고령 인구가 다소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이른바 선샤인 스테이트에서 뉴욕에 비해 수천 명이나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온 것은 지나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왜 백신이 왜 당파적 이슈가 돼야 할까. 팬데믹 초기에 우익이 봉쇄와 거리 두기에 반대한 것은 그나마 일리가 있다. 이 같은 공중 보건 조치는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얼마간의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마스크 의무 착용 역시 부분적이나마 타인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백신 접종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접종을 거부하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변은 우파 사이에 널리 퍼진 백신 부작용설이다. 이는 정당화하기 힘들다. 전 세계적으로 130억 회분의 접종이 이뤄졌으니 백신 부작용설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쏟아져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용의자들은 악랄한 엘리트들이 증거를 억누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이야기는 다시 디샌티스로 돌아간다. 그는 지난 화요일 연방 보건 정책안을 검토할 국가위원회 구성안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백신과 관계된 성명 불상의 ‘범죄 및 범법 행위’를 조사할 대배심을 요청했다.

여기서 디샌티스가 과학적 증거에 집착한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는 공중 보건을 비롯한 어떤 문제에 관해서든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을 ‘의식화’와 동일시하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이건 악마화하는 공화당 골수 지지층에 아부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필자가 아는 한 디샌티스는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끈 앤서니 파우치의 사법 처리를 요구한 일론 머스크 무리에 합류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파우치를 “작은 요정”이라 조롱하며 “포토맥강 건너편으로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디샌티스는 반(反)백신 운동의 지도자를 자처하며 우익의 음모론에 최소한 암묵적 승인을 해주면 공화당 골수 지지층의 지원을 등에 업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다시 말하건대 이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그가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는다면 오히려 선거에서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백신 편집증과 파우치 혐오는 아직도 소수 의견에 속한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자로 트럼프를 디샌티스로 대체하는 것이 당의 정상화를 향한 여정의 신호라 생각하는 사람은 불쾌한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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