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손경식 경총 회장 “경제 활력 되찾으려면 경영환경부터 바꿔야”
시장규제 없애고 노동환경은 유연하게
대립·투쟁적 노사관계도 상생으로 전환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마음껏 진출하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자유롭고 역동적인 경영환경’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우리 경제는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30일 2023년 신년사를 통해 “지금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경제위기의 파고를 극복하려면 모든 경제 주체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위기를 겪었던 2022년에 이어 내년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봤다. 그는 “2022년은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출발했지만 대내외 악재들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며 “글로벌 공급망 대란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까지 겹치며 전 세계가 ‘퍼팩트스톰’으로 일컬어지는 복합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위기의 파고는 더 커질 것”이라며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주요 기관에서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낮게 전망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우리기업들의 경우 강력한 시장규제와 경직적 노동환경으로 시장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일부 정치권에서는 노조의 불법행위 책임을 감면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지난해 출범한 신정부에서 규제혁신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국회에서도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최대한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되는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지나친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봤다. 손 회장은 “기업의 경영활동 영역을 사전에 폭넓게 인정해주되 그에 따른 책임은 사후에 묻는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며 “시대변화에 맞게 낡은 법·제도를 고치고 신산업 진출과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높은 진입장벽은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경쟁국들이 기업의 조세부담을 완화하는 추세를 감안, 경쟁력 있는 세제 환경을 갖춰야 한다”며 “경쟁국들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우리나라의 법인·상속세는 투자 기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니 최소한 경쟁국들과 동등한 수준이라도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시장 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초기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낡은 노동법과 불합리한 관행은 노동시장 경직성과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초래해 대립적 노사관계를 심화시키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대기업 정규직 과보호에 집중된 제도와 관행은 노동시장의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해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생산방식을 보장하고, 근로시간도 양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개별 근로자의 니즈와 업무특성에 맞게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융통성을 넓혀야 한다”며 “업무성과와 상관없이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는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한 공정한 보상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산업현장에서 반복되는 대립·투쟁적 노사관계도 상생의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봤다. 손 회장은 “산업현장에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사용자의 대항권을 무력화시키는 국제적으로도 찾기 힘든 노동 관련 법제도의 개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임인년은 우리 앞에 놓인 위기에 호랑이처럼 용맹히 맞서 싸웠던 해였다면 올해 계묘년은 지혜롭고 영민한 토끼처럼 위기를 잘 극복해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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