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가 알려주는 교훈[노경열의 알쓸호이]
영화 ‘인터스텔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얼마전 신작 예고편을 공개했다. 제목은 ‘오펜하이머’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후, 세상을 핵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든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사람의 이야기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예고편에서도 무시무시한 폭발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번에는 이 ‘오펜하이머’와 핵폭탄이 호신술을 배우는 우리에게 준 교훈을 짚어보려고 한다.
핵폭탄은 분명 최강의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사용됐지만, 그 이후, 다시 사용된 경우는 확인된 바 없다. 이유는 살상력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핵폭탄이 터지면 단순히 전쟁수행능력을 잃는 수준이 아니라 그 지역의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곳은 수십년 이상 생명체가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위력이 이렇게 큰 만큼 애초에 맞고 버틴다는 방어의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상대가 핵을 쓴다면 나도 핵무기를 써서 맞서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다. 그렇게 위험한 균형을 잡는다.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는 양쪽 모두가 멸망의 길로 들어선다.
그럼 호신술로 이야기를 옮겨보자. 첫째, 상대의 모든 공격은 핵폭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처음부터 막고 반격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무술을 진지하게 오랜기간 수련한 사람들끼리의 격투경기를 보면, 상대 공격을 막고 반격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하지만 길거리 호신술에서는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럼 막지 않고 어떻게 상대의 공격이나 위협을 무력화시킬 것인가. 여기서 핵폭탄의 교훈이 적용된다. 전세계가 핵 위협에 휩싸여있을 때 개발한게 공중에서 요격해 떨어뜨리는 미사일 방어체계다. 이를 호신술에 적용하면 이렇다. ‘상대가 멱살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상황에 대비하려면 그 손이 나에게 닿기 전에 쳐내거나 흘려버리는 기술을 익힌다’와 같다.
그동안 미디어 등에 공개된 호신술을 보면 “멱살을 잡혔을 때는 이렇게 합니다”는 식의 설명을 하는데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멱살을 잡혔다면 사실 상황 종료다. 실제로는 시범처럼 천천히 와서 가볍게 잡는 게 아니라 빠르게 와서 강하게 잡는다. 상대가 나를 잡은 후엔 앞뒤좌우로 흔들어 다음 공격을 용기하게 만든다. 따라서 ‘잡히면 이렇게’가 아니라 ‘잡으러 오면 그 손이 닿기 전’에 뭔가를 해야 한다.
이런 기술을 완전히 익히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무술을 전문적으로 수련하는 사람이라도 이 기술을 완전히 익혀, 실수 없이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가치가 있는 호신술의 핵심임에 틀림없다.
만약, 이런 기술을 익히는게 어려워 포기하더라도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핵폭탄 보유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거나 핵폭탄을 맞을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된다.
즉, 호신술이 필요없는 상황을 만들려면 내게 위협을 가하는 상대와 친구가 되거나, 또는 항상 밝은 시간대에 안전한 길만 찾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겨울이니 퇴근시간인 저녁 6시만 되어도 밖이 캄캄하다. 결국 호신술이라는 보험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포기하지 말고 익히자.
노 관장은 기자 출신으로 MBN,스포츠조선 등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절권도는 20년 전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 JKD KOREA 도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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