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결산] 2022년, DRX의 해
LOL에서는 2014 삼성(화이트)와 같은 결말
(MHN스포츠 이솔 기자) 올해 e스포츠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팀 중 한팀은 DRX다.
DRX는 창단 이후 무릎-장재호(Moon)등을 영입하며 e스포츠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으나, '공중분해 사건', '바보상자 이야기'등으로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적시장'에서 발생한 구단 측의 문제점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올해 DRX의 선수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드라마' 그 자체였다.
2022년, DRX의 해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철권 프로게이머, '무릎' 배재민의 100회 우승이었다.
지난 10월 무릎은 2022 아프리카 철권 리그인 ATL 시즌 3 DAY4에서 우승컵을 차지, 선수로써 100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위업을 달성했다.
100회 우승 중 무려 21회를 DRX와 함께한 그는 지난 2007년 철권5로 펼쳐졌던 얼티밋 철권5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이래 철권의 황제로 16년간 군림하고 있다.
발로란트 대회에서도 DRX는 역사를 써냈다. DRX VS(전 비전 스트라이커즈)는 지난 9월 VCT 챔피언스 이스탄불에서 3위에 오르며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조별리그에서 아쉽게 '막차 탑승'에 실패하며 8위까지 주어지는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했으나 올해는 조별리그 전승으로 일찌감치 승자조로 8강행을 확정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에서는 2R 탈락에도 불구하고 프나틱-FPX를 연달아 꺾어내며 결승 진출 직전까지 갔으나, 옵틱 게이밍에게 2-3으로 한 끗 차 패배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드라마' 그 자체였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마음으로 뭉친 주장 데프트와 킹겐-표식-제카-베릴이 '4시드의 대반란'을 일으키며 T1을 상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상대가 약한 팀들도 아니었다. 8강에서는 전 시즌 우승자 에드워드 게이밍(EDG)을 상대했으며, 4강에서는 담원 기아를 꺾고 올라온 전 LCK 최강팀, 젠지 이스포츠를 마주했다. 결승에서는 '역대 최강의 완성도'라는 평가를 받았던 T1이 페이커의 '4회 우승'을 앞뒀다. 그러나 '10년간의 꺾이지 않는 마음' 앞에서는 불사대마왕 군단도 왕위를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아쉽게도 기적을 만들어냈던 DRX는 더이상 없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은 2022년 스포츠의 상징으로 팬들의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중국은 '업보 청산'
중국 e스포츠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리그오브레전드는 '롤드컵 4강 1팀'이라는 어려운 결과와 더불어 '연례 행사'인 승부조작 등이 있었다.
탑 이스포츠의 '충격의 조별 탈락'을 시작으로 T1에게 RNG(8강)-JDG(4강)가, DRX에게 EDG(8강)가 패배하며 일찌감치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짐을 쌌다. 이렇다 할 요인은 없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LPL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더불어 달라진 환경(무관중 등)을 요인으로 꼽을 수 있었다. 작년 대회는 무관중으로 개최되어 이와 같은 현상이 덜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연례행사인 '승부조작'또한 있었다. 지난 8월 FPX의 2군 출신 원거리딜러 '징이' 류즈얀은 자신의 입으로 승부조작을 실토하며 "나도 8만 위안을 손해배상한 피해자"라는 명언을 남겼다.
눈에 띄는 외모와 뛰어난 실력, 그리고 개인방송을 통한 빼어난 입담으로 LPL 팬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던 것을 감안하면, 그의 선택은 다소 아쉬웠다. 한편 그의 '최후 변론'에서 FPX측은 승부조작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롤 외의 종목에서도 약세는 이어졌다. 작년 뉴해피의 우승으로 방긋 웃었던 배틀그라운드에서는 PGC에서 나투스 빈체레에게 접전 끝에 패배한 17게이밍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외 모든 팀들은 10위권 아래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젠지의 몰락'으로 한국 또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으나, 작년 우승팀 뉴해피는 23위에 그치며 또 한번 충격을 줬다.
도타2에서도 유력 우승 후보 PSG LGD가 팀 에스더에게 패자조 4R서 0-2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당초 본선 시작 전 배당률은 LGD가 압도적인 1위 (3.5)였으나, 팀 시크릿에게 0-2로 패배하며 패자조로 떨어진 LGD는 결국 두꺼운 패자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에스더에게 완패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기록하며 '다 잡을 것 같았던' 우승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왕자영요에서도 부진은 이어졌다. '글로벌 인기'를 노린 왕자영요는 최고시청자 1만 명 아래를 기록하고 있다.
e스포츠 통계매체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중국의 왕자영요 국제대회(Honor of Kings International Championship, KIC)의 중국 밖 최대시청자는 6941명이었다. 해당 경기는 웨이보 게이밍-AG 슈퍼플레이의 맞대결이었다.
KIC는 현재 중국 팀들이 모두 8강에 진출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흥행 참패는 총상금은 1000만 달러 규모(132억원)라는 압도적인 상금이 무색해지는 '그들만의 잔치'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2021년 한국 e스포츠가 고전을, 중국 e스포츠가 날개를 폈던 상황이 정확히 반대로 펼쳐지게 됐다. 앞으로도 국제적 게임사 간 협력 최소화(블리자드-넷이즈 사례 등) 및 자국 게임 경쟁력 확대를 원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있는 이상, 이와 같은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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