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어'…대부업체마저 대출 창구 닫는다

유진아 2022. 12. 3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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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 금리 8%…역마진 우려에 대출 중단
저신용자들 불법 사채시장으로 밀려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부실 대출 우려가 커지면서 저축은행에 이어 대부업체들도 신규 신용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 최근엔 업계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마저 대출 창구를 닫았다. 저신용자들은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에서도 급전을 구할 수 없자 불법 사채 시장으로 밀려나게 될 상황에 처했다.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계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는 지난해말 106만7005명에서 올해 9월말 96만8688명으로, 9만8317명 줄었다.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8조4578억원에서 지난 9월말 8조373억원으로 4205억원 감소했다.

특히 저신용자의 대부업 이용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신용 점수가 300점대(300~399점)인 저신용 차주가 44만2336명에서 37만1504명으로 7만832명 감소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600점대 차주는 8678명, 500점대 차주는 2545명, 400점대 차주는 345명 줄어들었다.

실제로 올해 대부업체가 취급하는 신용대출 규모가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대부업체 대출 15조8764억원 가운데 신용 대출은 46.2%인 7조3276억원에 불과했다. 대부업의 신용대출 비율은 작년 6월말 48.1%를 기록하며 50% 아래로 내려간 뒤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담보가 없는 저신용 서민들은 대부업체에서도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최근 조달 금리가 계속 올라 이미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0% 상단에 가까운 금리로 영업해오던 대부업계는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추세다. 중소 대부업체의 경우 이미 신규 대출을 중단한 곳이 대부분이다. 지난 26일엔 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마저 신규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 관계자는 "지금 조달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다 보니 신규 영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조달 금리가 안정되면 다시 대출을 재개하겠지만 정확한 시점은 미지수"라고 밝혔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저축은행 인수 조건으로 금융당국과 대부업 시장 철수를 약속한 바 있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대부업 사업을 2024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대부업계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조달 금리가 8% 넘게 오르면서 대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신규 대출을 내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조달 금리 8%에 대손비용 8~10%를 더하면 17%가 넘어 버린다. 대손비용은 대손충당금 전입액과 대손준비금 전입액을 합한 비용을 말한다.

또 대부업체는 광고 제약이 있어 대부 중계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광고비용 약 3% 정도가 추가로 나간다. 인건비나 임대료 등의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도 법정 최고 금리 20%가 넘어버린 상태라 신규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장기 카드론 등에서 거절당하는 저신용자들이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리는 곳인데 최근 장기 카드론이 19.99%를 넘어섰다"며 "카드 장기론이 이미 법정 최고 금리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거절당한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에서도 대출해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법정 최고 금리가 20%로 인하될 때는 제로 금리 시대였지만 지금은 기준 금리가 3.25%까지 상승했고 그에 따라 조달 금리도 8%가 넘었다"며 "우수 대부업체 21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이나 여전사를 통해서 자금 조달을 하고 있는데 제로 금리 시대에 3~4% 하던 조달 금리가 8%로 올라가면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부업계가 문을 닫으면 기존 대부업의 차주였던 저신용자들은 모두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5823건으로 이미 지난해 신고 건수 절반을 넘어섰다.

금감원은 "올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비추어 볼 때 지속적인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불법사금융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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