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벌집 막내아들’ 조한철 “그걸 해내는 성민이 형…충격”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2. 12. 3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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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철 회장의 차남 진동기 역을 연기한 조한철. 사진 ㅣ눈컴퍼니
“악역을 종종 하는데, 이상하게 악랄하게 나쁜 놈이 되진 않더라구요. 제 탓입니다. 처음엔 쓰레기다 싶다가도 왜 쓰레기가 됐는지 그 서사를 이해하다 보면 캐릭터가 안쓰럽고 애정이 생겨요. 그래서 완전한 나쁜 놈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배우 조한철(49)은 최근 종영한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의 차남 진동기 역을 연기했다. 계산이 빠르고 눈치와 잔머리의 대가로 무능한 형을 끌어 내리고 왕좌에 오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인물이었다. 악역이라고 하면 악역인데, 이번에도 어딘가 모르게 동정이 가는 인물로 다가왔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한철은 “진동기 역은 이 사람의 성장 과정을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유튜브에서 둘째만의 애환이 있다는 심리 분석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정체성 혼란을 겪고, 눈치를 많이 본다는 특성을 연기에 녹였고 눈을 열심히 굴렸다”고 말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흥행 대박 덕분에 주변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다는 그는 “이런 흔치 않은 시청률에 너무 감사하지만 들뜨려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제가 연기에 들인 노력의 질량이라는 건 다른 드라마와 똑같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도 “‘뭘 좀 맞아야 하지 않겠니’ 했다”던 어머니의 반응과 “아빠 요즘 좀 인기가 있나봐”란 딸의 반응, “심지어 아내가 유일하게 대본을 읽고 있는 드라마였다”는 가족들의 반응을 넌지시 전했다.

주변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장면을 묻자 “10회에서 9.11 쇼크로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아버지 진양철 앞에서 술 주정하는 모습”을 꼽았다.

“원래 대본에선 그러다 잠 드는 걸로 돼 있었는데, 완전 끝장 본다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아버지! 나와 보세요!’ 하고는 소파에서 누워 자야 하는 건데 드러누워 주정을 부린 거죠.”

조한철은 11개월간 이 작품과 함께 했다. 윤제문 김현 김신록 등 연극 배우 출신들이 많았던 이 작품에는 유독 ‘몹신’이 많았다. 조한철은 “둘이서 찍을 때 한 시간 걸리면, 셋은 두 배로 늘어난다. 온 가족이 모여서 밥 먹는 장면이 들어가면 개미지옥이었다”며 웃었다.

“근데 재밌었어요. 좋은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고요. 우리끼리 합도 좋았죠. 대본과 소재의 힘도 있었지만 연극 베이스를 가진 배우들이 많아서 뭔가 연극하는 것 같은 재미도 느꼈어요.”

조한철은 이성민의 연기를 보고 “‘대부’의 말론 브란도가 오버랩 됐다”고 했다. 사진ㅣJTBC
무엇보다 자신보다 5살 많은 이성민이 ‘진양철’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걸 보고 “충격이었다”고 했다.

“과거 대학로에 내 데이터에 없는 중년배우가 어느 날 나타나 날아다녔는데 대구에서 왔다고 하더라. 그때도 충격이었는데, 이번에도 충격이었다”며 “‘대부’의 말론 브란도가 오버랩 됐다”고 감탄했다.

“처음에는 캐스팅을 어떻게 이렇게 했지 싶었죠. 윤제문이 첫째 아들이고 둘째가 저라는데 ‘이게 될까’ 생각했어요. 젊은 나이에 노역(老役)을 카메라 앞에서 들키지 않고 한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에요. 나한테 있는 모습 중 어떤 걸 갖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플레이하는 건 캐릭터에 체화돼야만 가능한 거니까요. 근데 그걸 해내더라고요. 성민이 형이 들으면 닭살 돋는다 할 수 있겠지만, ‘대부’를 보고 말론 브랜도가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40대였대요. 성민이 형을 보며 말론 브랜도가 오버랩됐죠.”

연기 제자 박지현을 현장에서 만난 것은 “감동이었다”고 떠올렸다. 사진ㅣ눈컴퍼니
‘빈센조’에 이어 만난 송중기에 대해서는 “아주 훌륭한 동생, 인간적으로도 멋있는 친구”라고 했다. “작품을 하다 보면 (캐릭터와) 닮아가는데 일상에서도 (송중기에게) 자꾸 털린다”며 호탕하게 웃은 그는 “한류스타지만 제일 만만한 동생”이라고 깊은 신뢰와 애정을 드러냈다.

“‘나 송중기야’ 이런 게 아예 없어요. 중기를 보면 안쓰럽기도 해요. 주인공이니까 드라마를 책임져야 하는데 그 무게감을 어떻게 견딜까. 저야 중기 뒤에 숨어도 되잖아요. 근데 중기는 주연인데도 가장 주변을 많이 챙기는 스타일이에요. 이 타이밍에 밥을 한 번 먹어야 한다 싶으면, 중기가 다 연락해 자리를 만들어요.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 제자 박지현을 현장에서 만난 것은 “감동이었다”고 떠올렸다. “서로 ‘저 여기 와 있어요’ 하며 눈인사를 나눴던 순간이 기억난다”며 “동료가 돼서 아주 좋았다”며 흐뭇해했다.

1998년 연극 ‘원룸’으로 데뷔한 조한철은 연극무대에서 활약하다 2009년 ‘아이리스’, ‘자이언트’로 안방 시청자들과 만난 후 작품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KBS2 ‘너에게 가는 속도 492km’, ‘법대로 사랑하라’,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 웨이브 ‘위기의X’, ‘약한영웅 Class 1’,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 출연했다.

다작의 원동력을 묻자 “제가 원래 놀지 못한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연기 욕심이 아직은 많다”며 내년에도 열일 행보를 예고했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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