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100년 기업, 한국전력의 위기

김준오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장 2022. 12.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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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한성전기회사'로 출발한 한국전력(한전)은 올해 창사 124주년을 맞은 국내 몇 안 되는 장수 기업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국민들께 정중히 이해를 구하는 바이며, 한전에서는'전력수급 안정'과 '국민경제발전'이라는 소명을 잊지 않고 위기극복의 최전방에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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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오 한국전력공사 대전세종충남본부장

1898년 '한성전기회사'로 출발한 한국전력(한전)은 올해 창사 124주년을 맞은 국내 몇 안 되는 장수 기업이다.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한전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며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전환 등 급격한 전력산업 환경변화에 직면해있긴 하지만, 올해 초만해도 한전이 자본잠식이 우려될 정도의 재무위기를 겪을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며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이윤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전력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인 한전은 이윤극대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전력망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투자 및 기업 운영에 필요한 최소 수준의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공시된 한전의 누적 영업 적자가 21조원을 넘어섰다. 한전의 '생존'을 위협하는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다.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연료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기인한다. 이 때문에 올해 세계 각 국의 전기요금이 크게 상승했으며 이탈리아와 영국에서는 작년초와 비교해 80% 이상이 인상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전기요금이 인상됐지만 원가상승만큼은 아니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한전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전년동기와 비교해 전기판매수익은 5조원 증가(12.8%)한 반면,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전년수준의 2배가 넘는 약 26조원이 증가(110%)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규모 영업적자는 예견된 귀결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기판매를 통한 현금조달이 부족하다보니 한전은 '자금블랙홀'이라는 오명을 들어가며 올해에만 약 30조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빚이 쌓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채권시장에서 다른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전기요금 인상이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온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한전은 팔면 팔수록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판매해왔다. 그러나 한전의 본업인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해 더 이상 전기요금 인상을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한전도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보유자산 매각, 비핵심사업 조정 및 고강도 긴축경영 등 자구노력에 매진중이다. 또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에너지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지할인한도 확대적용 등 대책 마련도 시행중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전은 작금의 재무위기를 회사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그동안의 전력사업 수행과정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없었는지도 겸허히 살필 것이며 재무개선을 위한 여러 자구노력을 치열히 강구해 나갈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국민들께 정중히 이해를 구하는 바이며, 한전에서는'전력수급 안정'과 '국민경제발전'이라는 소명을 잊지 않고 위기극복의 최전방에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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