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사진 입문기] 해넘이 사진 잘 찍고 싶나요? 카메라 세팅 값 수시로 바꾸세요
송년의 달 12월이다. 송년의 분위기를 담을 수 있는 산악사진의 대표적 주제가 바로 일몰이다. 일몰은 오랜 노력과 집념, 실력, 그리고 날씨 행운도 따라야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한국산악사진가협회 회원 4명에게 일몰 사진 작품을 하나씩 청해 팁을 들어봤다.
배영수 작가
의 작품은 용아장성 일몰이다. 5D Mark3 보디에 24-70mm 렌즈를 사용했으며, 70mm 초점거리로 세로 6장의 파노라마 사진을 이어붙인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 백담사에서 출발해 7시간 만에 도착한 소청대피소에서 찍은 8월 용아장성 일몰입니다. 동풍에 밀려온 운해가 용아장성을 가득 뒤덮고 있었으나, 잠시 후 운해가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일몰이 드리우며 용아장성의 웅대한 모습을 보여 주는 장면입니다."
이를 담기 위해 배 작가는 평소 날씨 정보를 분석했다고 한다. 그는 "오호츠크 기단이 발달해 동풍이 불어올 때가 찬스"라며 "튼튼한 삼각대와 명암대비를 보완해 줄 그러데이션 필터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일몰사진은 일출사진과 다르게 운해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을빛이 아름다운 날을 정확히 예측한 후, 높은 구름과 중간 구름이 적당히 껴 있을 때 가장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초보자 분들이라면 서울 근교 도봉산, 북한산에서 먼저 일몰을 찍어보세요. 12월이라면 하산 시 어둠을 밝혀 줄 랜턴과 방한복, 핫팩이 필수입니다."
김병철 작가
도 또한 8월의 용아장성 일몰을 담았다. 배 작가의 작품과 다른 점이라면 조금 더 광각으로 담았다는 것. 대신 용아장성 전체에 퍼진 붉은 빛 내림을 포착했다. 촬영 장비는 소니 NEX-5N. 초점 거리 18mm.
"백담사에서 출발해 봉정암에 오를 때쯤부터 짙은 운무가 피어나던 날이었어요. 대청봉에 다다를 즈음에는 한치 앞도 안 보였죠. 운무가 가라앉고 산정이 솟아나야 산악사진에 더없이 좋은 순간인데 자연현상은 누구도 예견하지 못하니 오직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죠.
운무를 따라 소청에 닿자 점차 구름이 빠져나가는데 동시에 귀청 너머로 해도 넘어가고 있었어요. 일몰 빛이 드리우는데 구름 또한 삽시간에 흩어지고 있었죠. 사진은 흩어지는 운무를 그나마 붙들고 용아장성 전체에 붉은빛이 퍼지는 순간을 포착한 것입니다."
김 작가도 역시 "삼각대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꽉 조인 조리개와 느린 셔터속도로 인한 미세한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하중이 무거운 편인 삼각대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주로 태양 정면이 아니라 노을 부분에 노출을 맞추고, 조리개 수치와 셔터속도를 변경하며 촬영한다"면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 자기만의 노하우를 축적해야 하며 사진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한 후보정 공부도 많이 해둬야 한다"고 전했다.
매년 봄이면 만발한 진달래를 찾아 주작~덕룡을 연달아 걷는 이들이 많다.
이태인 작가
도 그 인파 속에 있다. 이 작가는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면 주작~덕룡 일대에 일주일 이상 머문다"며 "최상의 조건에서 사진을 담기 위해 매일 꽃 상태와 날씨를 체크하고 사진 포인트를 찾아다닌다. 경우에 따라서는 며칠을 산정에서 야영하며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촬영 장비는 니콘 D850과 니콘 AF-S 16-35mm F4G Ed VR 줌렌즈.
"덕룡산은 웅장하고 날카롭게 솟구친 바위 능선이 첩첩이 이어져 있는데 이 암봉들이 초원 능선에 펼쳐진 진달래와 어우러져 산악 사진을 담기에 매우 매력적인 산입니다. 진달래 시즌이면 아침 일출 시간대에 주요 사진 포인트에 삼각대가 가득하죠.
사진 속 일몰의 경우 덕룡산 서봉 주변 포인트에서 촬영한 건데요. 여기서 일몰을 찍고 야영 후 다음날 아침 일출을 담았었죠. 이 포인트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편하게 찍을 수 있답니다. 암봉들이 겹쳐 보이지 않고 적절한 높낮이를 유지하며 진달래 군락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매력적이죠."
이 작가는 "좋은 산악사진을 찍으려면 백패킹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아무리 좋은 장소더라도 날씨와 주변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 그래서 계절이나 날씨가 괜찮을 것으로 예상될 때 촬영포인트를 자주 찾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백패킹을 하면 일몰과 일출 두 가지를 동시에 노릴 수 있기 때문. 물론 두 사진은 서로 다른 포인트에서 촬영되기 때문에 양쪽 포인트를 모두 찾을 수 있는 박지를 잘 선정해야 한다.
"초보 분들에게 추천하는 12월 일몰 출사지는 1~2시간 내에 쉽게 하산할 수 있는 곳들입니다. 저는 추운 날씨에 상고대와 안개가 자주 피는 월악산 주변의 산들을 추천해요."
정현석 작가
의 설악산 공룡능선 설경 일몰 사진은 앞선 작가들의 일몰 사진과는 사뭇 다른 결을 보여 준다. 다른 사진이 아름답고 포근한 자연미를 갖춘 일몰을 담아냈다면, 정 작가의 작품은 웅장하다 못해 섬하다. 니콘 850과 니콘 24-70mm 렌즈로 설악산 신선대에서 담은 공룡능선 일몰이다.
"상당히 무리하게 도전해 담아낸 작품입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바위와 암벽에는 웬만해선 눈이 내려앉지 않습니다. 방금 막, 많은 눈이 내린 상태여야 쌓인 걸 볼 수 있죠. 눈으로 덮인 공룡이 일몰 빛에 물들어 있는 걸 꼭 한 번 담아보고 싶어 비가 내리는 날 설악에 올랐습니다. 고지대로 향할수록 비는 눈으로 바뀌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무릎까지 오는 눈을 헤치며 산행했어요.
촬영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개지 않아 꼬박 8시간을 대기했어요. 눈보라가 쳐 수은주는 영하 15℃, 체감온도는 영하 30℃에 이르는 극한의 환경이었습니다. 핫팩으로 카메라를 녹이고, 동상 걸릴 것 같은 손발을 비벼 깨우며 그야말로 목숨을 갈아 넣어 만든 작품이죠."
정 작가는 "개인적으로 노을빛이 여명 빛보다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서 "노을빛은 굉장히 변화무쌍하고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카메라 세팅을 고정하고 기다리면 안 된다. 계속 세팅 값을 맞춰 바꿔줘야 가장 아름다운 찰나를 놓치지 않고 담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추천하는 초보 산악사진가 일몰 출사지는 충주 옥순봉과 완주 운암산. 옥순봉은 정상 왼쪽 전망대 데크에서 바라본 충주호 비경과 일몰, 운암산은 명품소나무를 배경으로 아래 호수와 더불어 담은 일몰이 아름답다고 한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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