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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은 또 하나의 살인"…25년 전 마지막 사형집행을 지켜보다

송고시간2022-12-3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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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지 30일로 25년을 맞은 가운데 사형수를 상대로 종교 활동 등을 한 성직자들은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대전교도소에서 사형이 집행될 때 입회했던 천주교 대전교구 맹세영 신부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형은 공적으로 행하는 또 하나의 살인"이라며 이런 견해를 밝혔다.

맹 신부는 "1997년 이후 25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면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5년간 교도 사목도 경험했는데 교정 시스템이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에 그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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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원 기자
이세원기자

맹세영 신부 "범죄 경각심 울리지만 억울한 사람 나오기도"

'사형수 대부' 삼중스님, 사형 폐지 촉구 일관…"종신형을 최고형으로"

찬반 양론 속에 헌재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
찬반 양론 속에 헌재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지 30일로 25년을 맞은 가운데 사형수를 상대로 종교 활동 등을 한 성직자들은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대전교도소에서 사형이 집행될 때 입회했던 천주교 대전교구 맹세영 신부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형은 공적으로 행하는 또 하나의 살인"이라며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당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한 여성이 '내가 많이 배우고 돈이 있었다면 이런 억울한 일을 안 당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유언한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맹 신부는 "사형제도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경종을 울리는 측면도 있지만, 법이라는 이름으로 죄인 아닌 억울한 사람을 죽인다면 되돌릴 수 없다"면서 "무기징역수 중에 20년 만에 무죄를 입증하는 경우도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맹세영 신부
맹세영 신부

[맹세영 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7년 무렵 맹 신부는 대전교도소의 사형수 중 천주교 신자를 상대로 한 달에 한 번씩 일대일 미사를 하곤 했다.

사형이 집행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 못 한 그는 "한 사형수가 '요즘에 동생들이 보내준 무협지를 읽는다'고 얘기하길래 '내년부터는 성경책을 읽어보라'고 권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맹 신부는 "1997년 이후 25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면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5년간 교도 사목도 경험했는데 교정 시스템이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에 그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살인 등의 범죄가 "증오와 복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면서 살인자는 참회·반성하고, 피해자 가족은 그를 용서할 수 있도록 종교계 일각에서 양측의 만남을 주선하는 움직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
다시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

(서울=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022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형법 41조 1호와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자료사진]

사형수를 비롯한 재소자를 상대로 수십 년간 종교 활동을 한 삼중스님 역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변함없는 염원을 밝혔다.

그는 "사형이라는 제도 자체를 없애도록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한다"면서 대신 종신형을 법정 최고형으로 하는 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삼중스님은 한국이 25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이 명령하면 집행이 재개될 수 있다"면서 제도적으로 사형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형수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들이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기 힘들기 때문에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힘 있는 사람들은 대단한 변호사를 선임하니 그런 허망한 일을 안 당한다"고 지적했다.

사형집행 현장을 여러 번 지켜본 그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돈이나 권력으로 잘 마무리해서 교도소에 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이 없어서 작은 실수를 하고도 엄청난 형벌을 받는 사람이 지금도 있다"며 한국사회의 형벌 체계가 강자에게 관대하고 약자에게 가혹하다는 인식을 강조했다.

삼중스님
삼중스님

[삼중스님 측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당시에는 내가 그들(사형수나 재소자) 앞에서 당당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 돌이켜보니 참 부끄럽습니다. 연말을 맞아 지도자들은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법무부는 1997년 12월 30일 살인, 강도살인, 존속살해 등으로 사형이 확정된 23명에 대해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광주교도소에서 사형을 집행했으며 그 후 국내에서 사형이 집행된 적은 없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본격적으로 다투는 세 번째 헌법 재판이 진행 중이다.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사형제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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