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료 청구, 인륜을 법원의 심판에 맡겨야 하나…[로앤톡]

윤예림 기자 2022. 12.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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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길도 윤예림 변호사



주민센터에서 무료 상담을 하던 때 일이다. 허름한 복장에, 한눈에 봐도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이는 분이셨다. 자신이 20년 전에 이혼을 하고 그 뒤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자녀들이 이제는 성장을 했을 텐데, 부양료 청구가 가능하겠냐는 문의였다. 상담자의 처지는 안타까웠으나, 아빠 얼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성인이 되었을 자녀들을 생각하니 그 또한 속이 상하였다. 복잡한 심정으로 상담을 마쳤다.

민법 제974조는 부양의무가 있는 친족을, ① 배우자와 직계혈족, ② 생계를 같이하는 기타 친족으로 정하고 있다. 만약 부양의무가 있는 자가 부양을 하지 않는다면 월 일정액의 부양료를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할 수 있다. 과거 부양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 만약 부양의무가 있는 자들 중 일부만이 부양을 하였다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에게 과거 부양료 청구도 가능하다.

부양의무는 1차적 부양의무를 지는 자와 2차적 부양의무를 지는 자로 분류되고, 1차적 부양의무는 부부 사이의 상호 부양의무,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가, 2차적 부양의무는 부모와 성년인 자녀 사이의 상호 부양의무, 부모 자식을 제외한 기타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사이,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 사이의 부양의무가 있다. 1차적 부양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주는 것이고, 2차적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부양을 받을 자가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하다. 그래서 부모가 성인자녀에게 청구하는 2차적 부양의무에 따른 부양료는 인정되는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에서는 장남에게 미리 재산을 증여한 후, 힘겹게 생활하다가 장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이를 거절당했을 경우 살길이 막막해 부양료 청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에는 부양료가 상대적으로 많이 인정되는 편이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서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등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도 자녀에게 부양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여러 상황을 살펴야 한다. 만약 자녀가 어릴 때부터 만나지 않고, 부양의무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 이럴 때는 권리남용이라 하여 부양료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어린 시절 함께 동거하면서 생활비와 학비를 내주었는데, 다만 학대를 하는 상황이라면 적게나마 부양료가 인정되기도 한다. 자녀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지만, 일정 정도 부모의 의무를 하였고,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가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해 고통을 줬는지 아닌지에 따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양료 청구는 부부간에도 가능하다. 다만 과거 부양료 청구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집을 나가 오랜 시간 연락이 되지 않은 상대방에게도 부양료 청구는 가능한 것이다. 상대방이 외도로 집을 나갔다 하더라도 이혼은 하기 싫다면 자녀의 양육과 가계를 꾸리기 위한 부양료를 청구하여 인정받을 수 있다.

서두의 사례에서는 부양료를 청구하더라도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천륜을 법원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니 서글프다.

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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