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우승부터 단장 교체까지' 다사다난했던 SSG [2022 스포츠결산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프로야구 SSG랜더스는 2022년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주로 골프에서 사용되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용어를 야구계에 최초로 끌고왔지만, 시즌 후에는 예상치 못한 풍파에 휩싸였다.
SSG는 2022시즌 KBO리그의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에 직행했고, 키움 히어로즈의 거센 돌풍마저 잠재우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창단 2년 만의 우승이자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하면 통산 다섯 번째(2007, 2008, 2010, 2018, 2022) 우승이었다.
SSG의 이러한 결과물은 정용진 구단주의 '통 큰' 투자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용진 구단주가 부회장으로 있는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월 SK 야구단을 1352억 원에 인수해 3월 말 SSG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야구단 인수는 '야구광'으로 알려진 정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추진됐다.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단 인수 소식에 당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국내 프로야구단의 적자 지속이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선수단의 연봉 상승 등 비용은 빠르게 느는 데 반해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큰 변화가 없어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정용진 부회장의 투자에는 거침이 없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던 추신수를 당시 역대 최고 연봉(27억 원)에 입단시켰으며 자유계약선수(FA)로 최주환을 4년 최대 42억 원에 영입했다.
첫해 성적이 6위에 그치자 정 부회장의 투자는 더 크고 과감해졌다. FA 권리를 앞둔 문승원, 박종훈, 한유섬을 연장 계약으로 붙잡았으며 MLB에서 활약하다 국내행을 고려하던 좌완 에이스 김광현도 81억 원이라는 거액의 연봉으로 복귀시켰다.
정 부회장의 투자는 단순히 선수 영입에 그치지 않았다.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좋은 환경 조성에도 힘썼다. MLB를 경험한 추신수의 조언을 들어 클럽하우스를 빅리그 구단 급으로 리뉴얼했다. 새 라커룸에는 실내 타격 훈련장과 수면실 및 사우나까지 만들어져 선수들이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퓨처스(2군)리그 연습장의 냉난방도 개선했다.
투자 외에도 정 부회장의 존재감은 여러 방면에서 컸다. 시즌 중 수시로 홈 구장을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했고, 팬들과는 SNS를 통해 적극 소통했다. 선수단과 팬들은 이런 그에게 '용진이 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런 정 부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SSG는 개막 10연승을 달리는 등 거센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 KBO리그 최초로 정규리그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투혼을 선보이던 키움마저 따돌리며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SSG의 좋은 기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상에 선 지 한 달 만에 SSG를 이끌던 류선규 단장이 갑작스레 사임 의사를 밝혔다.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은 '우승 단장'이 갑자기 구단을 떠나자 야구계 안팎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 사건으로 인해 SSG 그룹과 기존 SK 출신 프런트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으며 구단주와의 친분으로 야구단 업무에 간섭해왔다는 외부 인사의 존재에 '비선실세' 의혹까지 터졌다. 정용진 구단주와 친분이 있는 모 인사가 직위도 없이 구단 내에서 실력 행사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SSG는 이 의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김성용 퓨처스 R&D 센터장을 신임 단장에 선임하는 '강수'를 뒀다. 비선으로 지목된 인사와 김성용 단장은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분노했다. 정 구단주의 SNS로 찾아가 해명을 요구했다. 꾸준히 팬들과 소통했던 정 구단주였지만, 이번에는 대응 방식이 달랐다. 무수히 많은 댓글이 달린 게시물을 삭제했고, "소통이라 착각하지 말라"며 자신의 뜻을 분명히 해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SSG는 이후 입장문을 통해 "류선규 단장이 사의를 표했고, 조직의 안정을 위해 빠르게 후임 단장을 선임했다. 구단은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의견 수렴을 거쳐 미래를 위한 적임자를 선임했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비선 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반박했지만, 팬들은 SNS와 트럭시위 등으로 꾸준히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SSG는 올 한 해 극과 극의 행보를 보였다. 과연 이들의 선택이 2023시즌 어떠한 결과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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