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정신차리라 하지 않을까요" 공백 메꾼 85년생 동갑내기의 웃음과 자성[스한 이슈人]

허행운 기자 2022. 12.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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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대한항공 모두가 주장의 얼굴이 떠올랐을 힘든 경기였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동갑내기 친구가 그리웠을 주인공은 바로 한선수(37)의 공백을 직접적으로 채운 유광우(37)였다.

ⓒKOVO

대한항공은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삼성화재와의 홈경기에서 풀세트 혈전 끝에 3-2(25-23, 25-21, 21-25, 19-25, 17-15) 신승을 따냈다. 이 승리로 대한항공은 지난달 25일 대전 삼성화재전을 시작으로 시즌 9연승을 내달려 팀 역대 최다 연승기록인 2011~2012시즌의 13연승까지 바라보게 됐다.

최하위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삼성화재의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에 따라 '1강' 대한항공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필이면 팀의 기둥과도 같은 한선수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첫 경기였다는 점도 대한항공에 뼈아픈 요소였던 것도 사실이다.

한선수는 지난 25일 우리카드전을 마친 후인 지난 26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팀 숙소에서 격리에 들어갔다. 다음해 1월 1일에 격리가 해제되기 때문에 이날 삼성화재전과 OK금융그룹전까지 엔트리에 포함될 수 없게 됐다.

그를 대신해 코트 사령관의 중책을 맡은 이는 바로 동갑내기 유광우였다. '스타팅 한선수-교체 유광우'라는 시스템으로 시즌 내내 서로가 서로의 체력 안배를 도와주며 여기까지 왔던 둘이다. 그러나 유광우는 예기치 못한 악재와 함께 올시즌 첫 번째 선발 출전에 나섰다.

1~2세트까지는 순항했다. 주포 링컨 윌리엄스를 비롯해 나머지 팀원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공격을 조율했다. 간간히 섞는 김규민과의 속공 타이밍도 예리했다. 2세트 대한항공의 팀 공격성공률은 무려 82.61%에 육박했다. 유광우가 팀의 여러 공격루트를 살리는 다채로운 토스를 뿌린 결과였다. 

그러나 3세트부터 급격한 체력저하를 겪으면서 토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삼성화재의 무서운 반격을 허용했다. 풀세트 접전 그리고 심지어 거기서도 두 번의 듀스까지 가는 피 튀기는 접전 끝에서야 천금같은 승점 2점을 얻을 수 있던 대한항공이었다.

ⓒKOVO

경기를 마친 유광우는 "쉬운 경기를 힘들게 하네요"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인터뷰실에 입장했다. 그는 "정신이 없었다. 초반에도 토스가 잘 안 맞았다고 느꼈는데 공격수들이 잘 끌고 가줘서 버틸 수 있었다"며 자신의 경기를 다소 겸손하게 돌아봤다.

이어 "중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며 한계가 드러났다. 연습과정에서 선수들과 더 이야기하면서 잘 맞았던 것은 살리고 안 맞은 건 수정하면서 다음 경기 준비해야할 것"이라 전한 유광우에게선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한선수의 공백을 메꿔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유광우는 "팀이 연승 중이라 민폐가 되면 안 된다는 점이 가장 신경쓰였다. 세터가 바뀌어서 경기 지면 분위기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다"며 그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시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어떻게 보면 오늘이 위기였는데 잘 이겨내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며 웃음지은 그였다.

이 경기를 TV로 지켜봤을 한선수가 어떤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지 묻는 질문에 유광우는 미소와 함께 "아마 정신차리라고 하지 않을까요"라며 입을 뗐다. 이어 "잘 나갈 때 더 잘 나가도록 하는 것이 강팀의 조건이다. 좋은 흐름에 취하지 말고 저희 것을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며 승리에 도취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늘 경기는 (100점 만점에) 40점을 주겠다. 세터가 흐름을 읽으면서 경기를 가져가야 하는데 내가 그걸 못 읽어서 팀 전체가 우왕좌왕했다. 그런 점에서 좀 반성을 해야할 것 같다"며 자기 성찰까지 잊지 않으며 다가올 새로운 해의 첫 경기인 OK금융그룹전을 향해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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