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 약간 둔화”···블룸버그 “내년 2분기 GDP -0.9%”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모처럼 만에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2.59%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75%, 1.05% 뛰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82%까지 떨어지고 달러인덱스가 103.8대까지 내려오면서 증시상승에 도움이 됐습니다.
이날 상승은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계기가 됐는데요.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치 범위 수준에서 약간 더 나오자 이를 기회로 삼은 거죠. 전반적으로는 그동안 많이 하락한 데 따른 반발매수 심리도 있었다고 보이는데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주식시장의 광기에 신경쓰지 마라”는 내용의 메일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날 테슬라는 8.08% 급등했는데요.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1월부터 감원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별도로 미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에 리스 차량을 포함하면서 한국산 전기자동차도 일부 보조금 혜택을 일부 누릴 수 있게 됐는데요. 오늘은 노동시장 상황과 경기침체 관련 분석,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부터 보죠. 이날 나온 지난 주(12.18~12.24)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5000건으로 전주보다 9000건 증가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치가 22만5000건이었으니 예상과 부합했지만 다우존스 기준(22만3000건)으로는 약간 더 나온 셈인데요.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71만 건으로 전주보다 4만1000건 늘었습니다. 블룸버그가 계속 청구건수를 169만 건일 것으로 내다봤으니까 이 또한 약간 더 많았는데요. 계속 청구건수는 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블룸버그는 “실직자들이 새 일자리를 찾는 게 조금 더 어려워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는데요.
실업수당 청구는 불쏘시개를 원했던 증시에는 도움이 됐지만 큰 틀에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코로나19 직전 완전고용에 가까웠던 2019년 평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1만8000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큰 차이가 없는 건데요.
변동성이 줄어드는 4주 이동평균으로 보면 지난 주 수치는 22만1000건으로 전주(22만1250건)보다 되레 250건 감소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주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약간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이어서 노동시장은 역사적으로 봐도 여전히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이는 다음 달 5일에 나올 11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도 확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날 현재 블룸버그의 집계 중앙값이 1000만 개로 추정되는데요. 예상대로 최종 수치가 나온다면 10월 1033만4000건보다는 줄어들지만 여전히 1000만 개를 유지하는 거죠. 앞서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10월 자료를 근거로 전 업종의 실업자 대비 구인건수가 평균 2.4배라고 밝혔습니다. 운송업은 구인건수가 5배를 넘고 교육의료서비스와 전문사업서비스, 광업, 정보통신서비스, 금융업이 평균을 웃도는데요.
이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침체 가능성을 중심으로 내년 미국경제 전망을 업데이트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소비감소·기업 재고정리에 2023년 2분기 GDP -0.9% △2023년 8월부터는 침체확률 100% △연준, 2023년 0.25%p씩 두번 인상 최종금리 4.75~5.00% 상한 5% △최종금리 1년 내내 유지 △실업률 2023년 말 4.5% 전망 △2023년 말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 3.5%, 근원 CPI 3.8% 예측 등인데요.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통제는 성장 부문에서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내년 헤드라인과 핵심 인플레이션은 모두 천천히 내려갈 것이며 연준의 적극적인 긴축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기본 가정은 옳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연착륙의 길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좁지만 길은 있다는 거죠.
이를 위한 핵심 요인이 인플레이션입니다. 물가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면 연준이 내년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어 소프트랜딩(연착륙)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논지인데요. 에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설립자도 “만약 경제가 너무 강해 경기침체를 보지 않게 된다면 연준은 훨씬 더 많이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며 “핵심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꽤 많이 내려가느냐하는 것에 달려 있다. 연착륙으로 가는 좁은 길이 있다”고 봤습니다.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 코로나19 통제정책 유지→성장 둔화→수요감소→미국 인플레 더 빨리 하락’이라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고, ‘유럽과 미국의 따뜻한 겨울→글로벌 에너지 수요 감소→미국 에너지 가격 20% 하락→헤드라인 인플레 2023년 말 2%로 하락’이라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둘 다 연착륙을 위한 것들인데요.
문제는 기회는 위기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중국이 코로나19 규제를 내년 중반까지 완전히 없애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 내년 에너지 가격이 최대 20%까지 뛰어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경우 미국의 헤드라인 CPI는 내년 중반에 3.9%로 바닥을 찍은 뒤 다시 상승, 연말에는 5.7%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최악의 경우겠죠. 미국과 유럽의 겨울이 추워도 물가에는 악영향일텐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내년 최종금리가 5%를 넘을 것이며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제시한 5~7% 최종금리 범위 가운데 상단 쪽까지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미국 내부적으로는 서비스 물가와 고용이 중요하고 외부적으로는 유가와 에너지 가격이 변수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외부 변수가 통제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가격이 튈 경우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내부 요인을 더 마이너스(상당한 추가 긴축)로 만들어야 하겠죠. 이중 중국은 상황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만큼 잘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이날도 중국 수요 감소 우려에 내년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날보다 0.56달러(0.71%) 하락한 배럴당 78.40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달러는 내년에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과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맞섭니다. 스티븐 젠 헤지펀드 유리존 SLJ 캐피털의 CEO는 WSJ에 “내년에 주요 국가 대비 달러가 10~15% 하락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하락과 높은 부채 같은 구조적 문제에 다시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스티브 잉글랜더 역시 “다른 나라의 경제전망이 개선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유럽의 에너지 안보 우려가 갈수록 약해질 것인 반면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점쳤는데요.
반면 JP모건체이스는 신중합니다. 되레 내년에 달러가치가 주요국 대비 5%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데요. 이는 경기침체 우려 탓입니다. 내년에 전 세계에 침체가 찾아온다고 하면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겠죠. 월가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 침체가 온다고 본다면 달러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예상했습니다.
이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루이스 나벨리어 나벨리어 어소시에이츠 설립자는 이날 시장을 두고 “산타랠리의 하루짜리 버전”이라며 “우리는 소프트랜딩이 가능한지 그리고 심각한 침체가 왔을 때 연준이 어떻게 할지 등 많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갖고 새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봤는데요.
실제 시장도 어떻게 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월가의 전략가들이 2023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뭘할지 모른다”고 짚었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내년 연말 S&P500 목표 추정치가 3400(BNP파리바)부터 최고 4750(펀드스트랫)까지 비정상적으로 넓게 분포돼 있다는 건데요. 내년 주당순이익 예상치는 평균 약 220달러지만 이 또한 범위가 186달러(네드 데이비스)에서 230달러(오펜하이머)까지 매우 넓다는 겁니다. 순익이 4.5% 감소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4.5%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는 거죠.
분포가 넓다는 거는 월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고 어느 쪽으로 갈지 갈피를 못잡는다는 뜻이 되는데요. 그만큼 2023년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에버코어 ISI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옵션 투자까지 권하기도 하는데요. 현재 에버코어 ISI는 내년 하반기에 얕은 침체가 올 것이라고 보며 침체가 오기 전까지 증시의 바닥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줄리안 이매뉴얼 에버코어 ISI 선임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 10월 이후 S&P500이 3500과 4100 사이를 움직였다. 우리는 사람들이게 4100선에서 콜옵션(Call Option), 3500에서 풋옵션(Put Option)을 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에 S&P가 급격하게 움직이거나 심지어 3500~4100을 범위를 깨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는데요.
콜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고 풋옵션은 미리 약속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겁니다. 에버코어 ISI의 구조대로라면 주가지수가 오르든 내리든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말인데요. 어디까지나 에버코어 ISI의 전략이므로 참고만 하되, 최소한 이런 분위기는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추가로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발 항공승객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다행입니다. 유럽연합(EU)은 이탈리아나 미국, 일본과 달리 “유럽은 현재 많은 코로나19 감염자를 처리할 수 있다”며 중국인들에 대한 제한을 사실상 반대했는데요. 다만, 인적교류가 더 활성화했을 때의 상황을 더 두고 볼 필요가 있겠죠. 항공승객 50% 양성이라는 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리스크도 지속하고 있는데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했고 참전설이 나오는 벨라루스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쏜 지대공 미사일 잔해가 떨어졌는데요.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S-300 지대공 미사일을 자국 방공 시스템이 격추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도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누구도 예측이 쉽지 않은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텐데요. “내가 다 알 수 있다. 나만 옳다”는 오만이 가장 큰 적이겠습니다.
[서경 마켓 시그널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송에서는 기사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질의응답(Q&A)이 이뤄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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