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전세는 떼일까 불안, 월세는 비싸…세입자 어디로

채신화 2022. 12.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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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에 전세사기까지 '전세살기 힘드네'
월세 전환 수요 높아지자 고가월세 급증
내년 '입주폭탄'...임대차시장 불안 더 커

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주거 상품으로 꼽히는 전세가 금리 인상, 갭투자 여파 등으로 오히려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을 뒤흔드는 모습이다. 

전세를 피해 월세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해도 월세 수요 증가로 가격이 급등한 탓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 내년 '입주 폭탄'까지 앞두고 있어 전월세 불안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세 피하려다 월세에 부딪힌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2월 3주차(19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70.8로 전주(72.1) 대비 1.3포인트 떨어졌다. 

전세수급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공급 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를 뜻한다. 이 지수는 지난해 6월29일(100.4)부터 12월13일(100.3)까지 100~110대를 등락하다가 이후부터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올해만 총 2%포인트의 기준금리가 오르는 등 금리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이에 전세 대출을 받아 매달 금리를 내는 것보다 월세로 사는 게 더 저렴한 상황이 오면서 전세 수요가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1월3일~12월19일) 누적 8.27% 하락했다. 이는 지난 1년반 치(2020년 7월20일~2021년 12월27일) 상승분인 8.23%와 맞먹는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선 지난 2020년 8월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전셋값이 다시 급등할 것이란 '전세대란설'이 돌았으나, 오히려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굳이 갱신권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월세 신고건수는 총 4만5079건으로 이중 갱신계약은 27.7%(1만2487건)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5월(24.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 '역전세' 공포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대단지나 전세 수요가 적은 지역에선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더 떨어지는 등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R114가 올해 전세 거래가 있었던 서울 아파트 9606건의 전셋값과 2년 전 전세계약 금액을 비교해 본 결과, 올해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낮은 경우는 1774건으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특히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송파구와 강동구는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떨어진 계약건이 각각 28%로 가장 많았다. 

금리 부담에 역전세 우려까지 맞물리자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하는 추세다.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2월 전국 아파트 월세 거래량 41만5445건 중 100만원 이상의 고액 월세가 8만812건(19.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월세가 100만원 이상인 거래는 2017년 2만4015건에서 지난해 6만4712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8만 건을 넘겼다. 
'빌라왕'에 '입주 폭탄'까지

매맷값 하락, 전세 사기 등의 문제로 임대 물량이 계속 쌓이는 것도 임대차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금리 부담, 집값 고점 인식 등에 주택 매수 심리가 크게 꺾이면서 일부 지역에선 '급급매'도 팔리지 않자 매물을 전월세로 돌리는 추세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지난 6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다. 매월 말일 기준 6월 2만8381건, 7월 3만1958건, 8월 3만4959건, 9월 4만107건, 10월 4만7158건, 11월 5만3088건, 12월(29일 기준) 5만5220건 등이다. 

최근 드러난 '빌라왕 사태'도 전세 시장을 더 바짝 얼어붙게 했다. 

'무자본 갭투자'로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하다가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사태가 드러난 이후 유사 사기 행태가 줄줄이 포착되고 있다. 

2023년 예정된 '입주 폭탄'도 문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5만2031가구로 올해(33만2560가구)보다 5.9% 증가할 전망이다. 

서울 입주 물량도 내년 2만5729가구로 올해보다 더 늘어나는 가운데 그중 25%(6371가구)가 강남구에 몰렸다. 

올해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인천과 대구는 각각 4만4984가구, 3만6059가구로 지난 2000년 이후 최대 물량이 입주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고는 전셋값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입주 물량까지 많아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갭투자 수요,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의 하락세가 가파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규제 완화책이 계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갭투자, 영끌 수요가 몰렸던 서울 외곽 지에서 주택 보유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매도보다 전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공급이 더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빌라왕 사태 등이 불거진 만큼 시세 파악이 어려운 신축 빌라 등 비아파트나 공급 적체가 심한 지역들은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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