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기술]③현대차그룹 전기차 우뚝…비결은 전용플랫폼 E-GMP

권혜정 기자 2022. 12. 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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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MP, 공간 활용성·V2L·빠른 충전·주행거리 ↑…초고속 모터 기술도
차세대 플랫폼 eM·eS 출격 준비…2030년 307만대 전기차 판매 목표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침체의 한파가 거세다. 전방위적인 수요 감소로 기업들의 창고엔 안 팔린 재고가 쌓이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술 개발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생존을 위해선 '초격차 기술'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먹여 살릴 'K기술'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2022.7.15/뉴스1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톱티어 브랜드로 도약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선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일등공신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다. 전세계에서 호평받는 전기차 아니오닉5와 EV6가 모두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빠르고, 완성도 높게 만든 게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선도그룹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다.

E-GMP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 차종은 주요 글로벌 충돌 테스트에서 잇따라 최고 등급을 받으며 글로벌 수준의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또 주요 자동차상을 석권하며 글로벌 시장에 'K-EV(전기차)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판매 호조를 발판 삼아 올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 빅3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신차 등록 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차량용 반도체 부품난에 따라 줄었지만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약 660만대로 전년 대비 무려 2배 이상 늘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1~11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33만6766대로 이미 지난해 판매량(25만2718대)을 훌쩍 뛰어 넘었다. 올해 1~11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5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글로벌이 인정한 현대차그룹 전기차, 비결은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눈부신 활약, 그 시작에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가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면 배터리 용량을 다르게 변경·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제작할 수 있다. 복잡성과 비용, 시간 등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고 다양한 차종을 개발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앞세우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전기차의 뼈대와도 같은데, 현대차는 첫 번째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경쟁사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완성도로 탄생시켰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E-GMP에는 전용 전기차에 걸맞는 독창적 디자인과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 안정적이고 민첩한 주행 성능, 실사용성을 고려한 주행 가능 거리와 효율적인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 등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집약됐다.

E-GMP의 경쟁력 중 하나는 뛰어난 설계 구조다. 앞뒤 바퀴 사이의 바닥에 무거운 배터리를 넓고 평평하게 배치해 무게 중심을 낮추는 동시에 차체 바닥을 고르고 넓게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차의 무게 중심이 낮아짐에 따라 고속 주행이나 역동적인 코너링에서 차의 움직임이 안정적이다. 독일의 아우토빌트는 EV6에 대해 “차의 움직임, 조향 감각, 서스펜션 등이 적절하고 완벽하게 조율됐다. 운전하는 재미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E-GMP는 우수한 설계를 바탕으로 전기차의 핵심인 주행거리 확대에 특히 집중했다. 사용되는 배터리 용량과 위치는 물론 각종 기술 등에 따라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크게 좌우되는데, 현대차는 우선 리튬이온 배터리의 패키징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밀도를 높이기 위해 하이니켈 소재를 사용했다. 또 배터리 충·방전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 주행 거리 향상에 도움을 주는 제어 기술도 적용했다. 아울러 구동 모터에 헤어핀 권선 기술을 적용하고 모터의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유냉 방식을 사용하는 등 구동 모터 자체의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아이오닉5는 429km, EV6는 475km, 아이오닉6는 524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또 다른 장점은 전기차를 마치 대용량 보조 배터리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V2L(Vehicle to Load)' 기능이다. 현대차그룹은 V2L 기술을 사실상 업계 최초로 구현해냈다. E-GMP에는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와 보조 배터리를 모두 충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별도의 어댑터 없이도 차의 전력을 외부 기기에 공급할 수 있다. 전기차의 배터리가 100% 충전돼 있을 경우 17평 에어컨과 55인치 TV를 24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고, 충전이 필요한 다른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E-GMP는 '빠른 충전 능력'도 발휘한다. E-GMP는 800B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덕분에 18분 만에 배터리의 10%에서 80%까지 초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의 온도에 따라 충전 전류를 최적화하는 등 충전 성능을 극대화하고 배터리의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전시 배터리를 포함한 차의 각종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탑재됐다. 400v/800v 멀티 충전 시스템도 갖췄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제공)

◇슈퍼카 앞지른 'EV6 GT'·최상위권 공기저항계수 '아이오닉6'…퍼포먼스도 '기술'

뛰어난 기술이 집약된 'E-GMP'에 강력한 동력 성능을 자랑하는 초고속 모터 기술이 탑재되며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는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E-GMP 전기 모터의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전기 모터보다 회전수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는데, 제네시스GV60과 GV70 전동화 모델의 모터 최고 회전수는 1만9000rpm에 달한다. 시중에 출시된 대부분의 전기차 모터 최고 속도인 1만5000~1만7000rpm보다 월등히 뛰어난 수준이다.

특히 EV6 GT는 현존하는 전기차 중 가장 높은 회전수를 자랑한다. 앞뒤 차축에 각각 적용된 전기 모터는 최고 2만1000rpm까지 회전, 이를 바탕으로 430kW(584마력)의 시스템 최고 출력, 740Nm의 최대 토크, 100km/h 가속 시간 3.5초, 최고 속도 260km/h 등의 압도적 성능을 낸다. 기아가 지난해 공개한 400m 드래그 레이스 영상에서 EV6 GT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메르세데스 벤츠 AMG GT, 포르쉐 922 타르가4, 맥라렌 570S, 페라리 캘리포니아T와 같은 고성능 슈퍼카를 앞지른 바 있다.

최고 수준의 공기 저항 계수 달성 역시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의 성능을 끌어 올리는 요소다. 아이오닉6는 6.2km/kWh의 뛰어난 전비 효율과 524km에 달하는 넉넉한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를 갖췄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이상적인 형태의 유선형 디자인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설계한 리어 스포일러를 비롯해 다양한 공력 성능 아이템을 적용함으로써 현존하는 전기차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CD 0.21의 공기 저항 계수를 달성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6'. (현대자동차 제공) 2022.11.18/뉴스1

◇E-GMP 이어갈 미래 먹거리 기술도 '창창'…'K-EV 파워'는 계속된다

E-GMP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5와 EV6 등이 현대차그룹이 선보일 혁신적인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알린 가운데, E-GMP를 이어갈 미래 먹거리 기술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배터리 및 전기 모터의 모듈화를 완성해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 IMA(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IMA 기반 하에 2025년에는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eS'를 적용한 차량을 선보인다.

특히 IMA 체계에서 E-GMP의 차세대 버전으로 활용될 eM은 현재 전용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를 50% 이상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최고 수준의 전비 효율을 유지하고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동시에 실내 공간 활용성 등을 개선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같은 기술이 적용된다면 eM 기반의 전기차는 우리가 익히 알던 자동차의 모습을 벗어나 혁신적인 미래 모빌리티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E-GMP 및 eM 플랫폼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각 11종, 6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며,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2030년 도합 307만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신차 판매량의 30% 이상을 전기차로 채워 전기차 시대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보통 자동차 1개를 개발하는데 3000억원 이상, 3~4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한데 전용 전기차 플랫폼은 이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며 "현대차그룹만 하더라도 E-GMP 플랫폼 하나만으로 아이오닉5, EV6, 아이오닉6 등 여러 차종을 개발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전용 플랫폼을 통해 20여종의 전기차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를 통한 비용·시간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현대차그룹의 E-GMP 개발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도 "완성차 업체가 전동화로 전환하기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술은 없어서는 안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여타 완성차 업체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전동화로의 전환을 선택하고, 전용 전기차 플랫폼 역시 개발해냈다"고 했다. 또 "앞으로는 eM, eS 등 다양한 차종의 전기차로의 변환이 가능한 차세대 플랫폼 개발 여부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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