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에 인재, 산재까지…인명피해 많았던 대구·경북

대구CBS 류연정 기자 2022. 12. 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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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연말결산⑦]
편집자 주
다사다난했던 2022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대구CBS는 올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 보도기획을 마련했다. 30일 마지막 순서로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의 원인과 문제점을 정리했다. 2022년은 유난히 대형 사고가 많았다. 대구, 경북에서도 인명피해가 큰 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다.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홍준표 시정 개혁 시동 … 현안 해결 속전속결,갈등 조정 관건
②군위군 대구 편입 일단락…통합신공항 탄력
③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지사,불협화음과 엇박자로 이어진 '마이웨이'
④지방선거 특정 정당 쏠림 여전…"견제 못해 시민만 손해"
⑤대구 수출 웃었다…사상 첫 100억 달러 달성
⑥교수 채용 비리·개인정보 유출…경북대 지방 거점국립대 위신 실추
⑦방화에 인재, 산재까지…인명피해 많았던 대구·경북
(계속)

'사법 테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지난 6월 9일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상대측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 A(53)씨.

A씨는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가며 입구부터 휘발유를 뿌렸고 직원들을 흉기로 협박한 뒤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끔찍한 범죄로 사무실 직원 6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건물에 있던 41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었다. A씨 역시 현장에서 사망했다.

A씨는 재개발 사업에 투자했다가 수익을 거두지 못하자 반환 소송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소송에서마저 패소해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상대측 승소를 이끈 변호인에게 보복을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약 22분 만에 진화된 화재 현장에서 무려 48명의 사상자가 나자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사법 테러'의 위험성이 알려지며 법조계 역시 술렁였다.

유족들은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32세 여동생을 잃은 A씨는 "죽은 동생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크리스마스, 연말이 되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때 동생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A씨는 또 "어디서 불이 났다고 하면 마음이 불안하고 동생 생각이 난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말했다.

자연재해인가 인재인가…포항 아파트 주차장 침수 사고

김대기 기자

지난 9월 6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덮친 경북 포항. 폭우가 쏟아지자 한 아파트에서는 '차량 침수'를 경고하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방송을 들은 주민들은 차를 이동 주차하기 위해 황급히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때 순식간에 물이 불어났고 주차장에 있던 이들 모두 실종됐다.

수색 결과 8명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약 10시간 이상 오수관을 붙잡고 버티거나 에어포켓에 엎드려 구조를 기다리던 주민 2명만 생환했다.

태풍으로 인해 폭우가 내리며 발생한 사고. 그러나 물이 급격히 불어나는 상황에서 안내 방송을 했을 만큼 '안전 매뉴얼'이 부재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고를 단순 자연재해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가족들은 포항시가 실시한 냉천 친수공사로 인해 범람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경북경찰청은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10여명을 입건했다. 경찰 수사는 내년 초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자 8명 난 LPG 충전소 폭발, 1명 숨진 죽곡 사업소 질식 사고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대구 서구 중리동에서 발생한 LPG 가스 충전소 폭발 화재. 사고 초까지만 해도 사망자는 없었다. 부상자 8명이 발생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치료를 받던 충전소 직원 2명이 숨졌다. 이 중 최근 사망한 직원은 사고 직후 가스 밸브를 잠근 인물로 피해 확산을 막았다.

사고는 가스를 충전하던 탱크로리 차량이 움직이면서 연결 부분이 파손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경찰에서 조사 중이다.

'산업재해'인 죽곡정수사업소 질식 사고는 지난 7월 발생했다.

저류조 청소에 투입된 직원 1명이 사망한 사고로 그를 구하러 간 공무원 2명도 질식해 쓰러졌다가 깨어났다.

당시 현장에서는 다량의 황화수소가 검출됐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아찔했던 봉화 광산 사고 '기적의 생환'으로 마무리

경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10월 26일 경북 봉화의 한 광산 내 지하 갱도가 무너졌다. 당시 작업 중이던 노동자는 모두 7명.

5명은 탈출하거나 구조됐지만 2명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구조 작업은 열흘 동안 계속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에 구멍을 뚫어 내시경으로 내부를 살피는 등 고립된 노동자들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의 흔적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모두가 지쳐갔지만 희망을 잃지 않던 11월 4일 늦은 밤. 고립 약 221시간 만에 노동자 2명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건강이 상하긴 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였다.

이들의 무사 구조 뒤에는 열흘 동안 최선을 다해준 구조 인력의 노고가 있었다. 더불어 믹스커피, 라이터로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준 두 노동자가 직접 기적을 만들어냈다. '221시간의 기적'은 10.29 이태원 참사 직후 상처로 얼룩진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희망과 위로가 됐다.

성공적인 구조의 기쁨은 뒤로 하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만큼 매몰 원인과 안전 관리의 문제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 광산의 경우 지난 8월에도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경찰은 두 사건을 병합해 처리할 방침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 교수신문은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로 올해를 요약했다. 과이불개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2022년. 피해자 가족들뿐 아니라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과이불개'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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