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① 실리콘밸리 1호 韓 유니콘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 “프로게이머 때 밤샘하듯 신제품 개발”

이소연 기자 2022. 12. 30.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美에 창업한 韓 최초 B2B 유니콘 스타트업
서울대 컴공 출신 프로게이머 1세대 연쇄창업가
성공 비결은 ‘집념’, 합숙도 마다하지 않아
고객 원하는 것 빠르게 보여줘야 성공
그래픽=손민균
“강남의 한 PC방에서 밤을 새워가며 ‘총 쏘기’에 매진하던 프로게이머 시절의 집념이 어디 가겠나. 일상과 게임의 경계 없이 열정을 쏟아부으니 여러 게임 대회에서 상금을 휩쓸 수 있었고, 이렇게 게임을 하듯 밤낮없이 창업도 하다 보니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한국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스타트업 혹한기인 지금, 결국 집념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마치 프로게이머가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연연하지 않고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듯, 스타트업도 외부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전진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는 대학 시절 삼성전자 프로 e스포츠 게임단 ‘삼성 칸’에서 활동하며 1세대 프로게이머로 활약했다. 게임에 푹 빠져있던 그는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도 게임단으로부터 서울 강남의 한 PC방 고정석, 해외 대회 출전 비용 등을 제공받으며 게이머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의 자신을 ‘게임 폐인’이라 평가했다.

이후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그는 2007년 게임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하고 2012년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좋아하던 취미가 창업 아이템이 돼 열중하다 보니 사업도 어렵긴커녕 즐거웠다. 이후 2013년 미국에서 워킹맘 육아 커뮤니티 스마일패밀리를 창업한 그는 2015년 커뮤니티 내 채팅 기능만을 떼어내 사업 방향을 바꾸고 사명을 센드버드로 바꿨다. 이 회사는 온라인 채팅과 음성·영상 통화 플랫폼을 기업에 제공하며, 기업은 센드버드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실시간 채팅 등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에 손쉽게 넣을 수 있다.

그래픽=손민균

센드버드는 한국 스타트업계의 한 획을 그은 기업이다. 지난해 1억달러(약 1276억원)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센드버드는 10억5000만달러(약 1조3404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회사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는 첫 유니콘이자, 한국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최초의 기업 간 거래(B2B)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비상장사)에 등극했다. 쏘카, 야놀자, 컬리 등 다수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이라는 점에서 센드버드의 도약은 특히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야후, 레딧, 딜리버리히어로, 라쿠텐 등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KB금융, 신세계, 넥슨 등 국내 기업까지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스타트업 업계 전반은 경기 침체와 자금난으로 지독한 혹한기를 견뎌야 했다. 지난 21일 화상으로 조선비즈와 만난 김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스타트업은 초심을 잃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위기에서도 이들을 놓지 않아야 한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가져야 할 제1 덕목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바로 캐치하고 이를 서비스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열정’을 꼽았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센드버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합숙 근무 문화다. 고객 가까이에서 이들이 원하는 바를 듣고 함께 일하는 팀원끼리 바로 옆에서 이를 달성할 방법에 대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토론하며 빠르게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센드버드의 채팅 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센드버드 제공

다수 기업이 사용하는 B2B 서비스를 늘리긴커녕 줄이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김 대표는 센드버드가 2022년에도 다양한 고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비결은 역시 합숙을 불사하는 근무 문화였다. 김 대표는 “혹한기에는 고객 하나하나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라며 “영업하는 과정에서 올해 싱가포르의 한 고객이 계약을 주저하자 우리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PM), 디자이너 등 직원이 바로 싱가포르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고객을 설득하고 계약을 따냈다”라고 했다.

그는 “금요일에 싱가포르에서 직접 가 고객과 미팅을 한 후 주말 동안 밤새 그들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한 서비스를 바로 만들어 월요일에 이를 보여주고 계약을 완료했다”라고 했다. ‘계약하면 원하는 걸 만들어줄게’가 아니라 ‘당장 주말 안에 만들어줄게’가 가능한 문화, 이것이 ‘스타트업 정신’이라고 김 대표는 자신했다. 센드버드는 2017년 미국 기업 레딧과 계약을 따내기 위해 김 대표를 포함한 직원들이 레딧 건물로 출퇴근하며 끊임없이 고객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기도 했다.

센드버드는 이러한 기업 문화를 살려 올해 5월 ‘스카우트 팀’이라는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했다. 직원들이 소규모 팀을 구성해 캐나다 밴쿠버의 에어비앤비에서 한 달간 합숙하며 고객과 대화하고 다양한 제품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서로 토론하는 방식이다. 현재 센드버드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머테이오에 있으나 한국 사무실에서도 일부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3명의 센드버드 한국 오피스 직원이 서울의 집을 떠나 캐나다에서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만들기 위해 한 달간 동고동락했다. 그중 2주는 김 대표 역시 이들과 함께하며 머리를 맞댔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 시차도 잘 맞고 위치가 가까우며 비자 문제도 없는 캐나다에서 직원들이 오로지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라며 “방이 부족해 한 명은 침낭에서 자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결국 이 합숙을 통해 ‘푸시 및 SMS 알람’ 등 기능을 제공하는 ‘노티피케이션 센터’ 기능을 약 반년 만에 내놓을 수 있었다”라고 했다. 팀은 한 달간 온전히 일에 집중한 결과 고객사가 소비자에게 보내는 푸시나 SMS 알람을 한곳에 모아 볼 수 없어 불편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한눈에 관련 알람을 카테고리화해 정리해주는 결과물을 이른 시일 내 내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는 내년에도 이러한 합숙 기반의 소규모 팀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21일 조선비즈와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줌 캡처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대표인 자신이나 직원들의 피에 모두 일에 몰두하면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는 ‘프로게이머의 도파민’이 흐르고 있다며 웃었다. 결국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말처럼 ‘잘하는 스타트업 위에 좋아서 밤새며 일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라는 말이다.

또 김 대표는 이러한 근무 방식을 절대 강요하지 않으며 원하는 직원만 자율적으로 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아서 하는 사람’이 아닌 그 외 사람에게 이를 강요할 땐 효율적이긴커녕 상대방에게 고통만 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원래도 게임이 좋아서 취미로 직접 게임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한국에서 구하지 못하는 게임용 마우스를 구해 공동구매를 하고, 게임 강좌까지 진행했었다”라며 “기본적으로 내겐 ‘덕후’ 성향이 있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 역시 이렇게 ‘좋으면 매진하는 사람’을 애초에 뽑았기에 합숙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는 “지금 사업을 하는 나나 직원들도 모두 결국 좋아서 매진하고 있고 이는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우리가 원해서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IT 스타트업 전반적인 상황이 여의찮은 것은 사실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그가 현재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원조 스타트업’ 격인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도 연일 직원을 대거 해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원래 미국에선 전체 직원의 10~15% 정도는 성과가 좋지 않으면 내보내는 상황이 일반적이었다”라며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현재 20~60%까지 스타트업이 직원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은 심각한 불경기임을 증명하고 있으며 내년까지도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결국 불황기일수록 스타트업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고객에게 끊임없이 입증해야 한다”라며 “2021년처럼 그저 ‘우리 서비스를 쓰면 좋아요’라는 식의 영업 방식은 2022년에 통하지 않았고, 우리 서비스를 쓰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비용 절감이 될지를 보여줘야 했다”라고 했다. 이어 “내년에도 스타트업 업계는 속도전이 될 것이다”라며 “결국 합숙이든 뭐든 빠르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며 센드버드는 자신 있다”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