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으로 보는 ‘2022 투자 시계’

2022. 12. 30.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 정상화는커녕 전쟁에 고금리·고환율 굴레에 맥 못춘 12개월

[비즈니스 포커스] 

1월 기대

1년 전, 2022년을 맞는 경제계의 기대는 컸다.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경제 활동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경기 변동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감에 따라 2020년의 급격한 하락이나 2021년의 급격한 상승 추세가 정상화되는 구간, 즉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터졌다. 2월 24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 공격을 개시했다. 전쟁 충격이 세계 금융 시장을 덮치면서 각국 주식과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찍었다. 동남아 다국적 은행인 OCBC은행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확대되면 에너지 가격이 더 높아지고 위험 회피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에 몰렸다. 당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0.12%포인트 하락해 1.90% 밑으로 내려갔고 금값은 2월 들어 8%나 올랐다.

3월 미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상

3월에는 세계 경제를 뒤흔들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 2022년 3월까지 이어진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 정책이 반대로 선회했다. Fed에서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022년 3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제로 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2020년 3월 1.25%에서 1.00%포인트 인하한 0.25%로 조정한 이후 2년간 제자리였던 기준금리의 변화다.
이후 조정은 가팔랐다. 5월 22년 만의 최대 폭인 0.5%포인트(빅 스텝) 금리 인상을, 6월 그보다 한 단계 뛴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후 자이언트 스텝은 계속됐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50%. 시장은 출렁였다. 당초 예견된 금리 인상에도 속도와 규모를 놓고 혼돈이 멈추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은 Fed의 뒤를 쫓았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2년 2월 1.25%에서 12월 현재 3.25%다. 한·미 금리 차는 1.25%포인트다.


4월 상하이 전면 봉쇄

세계 성장 엔진 중국도 멈춰 섰다.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가 코로나19 확산에 전면 봉쇄됐다. 3월 28일부터 6월 1일 0시까지 65일간 진행된 봉쇄는 중국과 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상하이·장쑤성·저장성의 ‘창장삼각주’의 물류가 막히면서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생산이 급감했다. 중국의 2022년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연초 정한 5.5%는커녕 2020년의 2.3%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상하이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의 피해도 막심했다. 현대차·LG전자·아모레퍼시픽·오리온·SPC 등 현지 진출 기업들이 피해를 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내려갈 때 한국의 GDP는 0.5%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산했다.

5월 루나·테라의 몰락

수십조원을 호가하던 코인 가격이 하루 아침에 휴지 조각이 되며 암호화폐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사건도 발생했다. 테라와 루나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30세의 권도형 대표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다. 5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시가 총액 기준으로 전 세계 가상 자산 중 8위까지 올랐던 이 코인들이 무너졌다. 당시 국내 거래소에서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던 루나는 단 6일 만에 그 가치가 1원 미만의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암호화폐 세계의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빗댔다. IMF 총재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6월 킹달러의 서막

원·달러 환율이 6월 23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넘었다. 글로벌 긴축 움직임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며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킹달러’의 시대가 본격화했다. 달러가 기축통화를 넘어 ‘제왕 통화’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재테크족 사이에선 ‘환테크’에 관심이 커졌다.

7월 66년 만의 최대 무역 적자 

7월 2일 관세청이 발표한 무역 적자는 충격 그 자체였다. 2022년 들어 6월까지 무역 적자가 103억 달러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56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66년 만의 최대 적자다. 외환 위기가 발생한 1997년 상반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상반기 적자보다 규모가 더 컸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무역 적자는 12월 20일 현재까지 9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8월 ‘생산 소비 투자’ 트리플 감소

경기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통계청이 8월 31일 발표한 7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전월 대비 기준으로 3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반도체 중심으로 광공업 생산이 줄고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가 주춤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소매 판매는 통계 작성(1995년)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9월 2155.49

9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코스피가 울었다. 코스피는 이날 2155.49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점 기록을 갈아 치웠다.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당초 2022년 코스피 전망이 3000선을 뚫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고환율·고금리의 굴레 속에 코스피가 맥을 못 추자 주식투자도 이른 겨울잠에 빠졌다.

10월 레고랜드발 ‘돈맥경화’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이번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 시장이 나빠지면서 모기업이 있거나 그간 충당금을 쌓아 온 건설사들은 버티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형 건설사들이 자금을 막지 못해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첫 위기가 감지된 것은 충남이다. 이 지역 6위 건설 업체인 우석건설이 9월 말 납부 기한인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 곧 이어 2022년 상반기 개장된 강원도 테마파크인 ‘레고랜드’에서 잡음이 생겼다. 레고랜드를 개발한 회사에 강원도가 2000억원 정도 보증을 섰는데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그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지방자치단체에서 채무 불이행(디폴트) 선언이 나오자 금융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투심’은 위축됐고 채권 시장은 얼어붙었다. 우량 채권인 지방채는 물론이고 회사채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PF의 핵심 축인 건설사·증권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돈맥경화’가 시작됐다.


11월 FTX 파산

한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암호화폐 시장은 2022년 암전에 가까웠다. 5월 루나·테라 사태에 이어 11월 11일(미국 현지 시간)에는 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회사 부채만 최대 66조원에 이르는 FTX의 이번 파산 신청은 암호화폐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글로벌 코인 거래소 가운데 한때 3위를 기록했던 코인 제국이 유동성 위기에 좌초되자 시장이 출렁였다. 암호화폐의 기축 통화로 일컬어지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2년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투자자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암호화폐 굴지의 거래소, 대부 업체, 채굴 업체가 속절없이 스러졌다. 

12월 예고

12월에는 ‘2023년 전망’이 매일같이 쏟아졌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9월 전망치보다 0.8%포인트나 내린 1.5%로 예측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둔화와 에너지 값 상승 여파로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 역시 ADB보다는 높지만 2023년 성장률을 1%대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한국개발연구원(KDI) 1.8%,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1.7% 전망치를 각각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6월 2023년 성장률을 2.5%로 전망했지만 12월 중 1%대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2.0%로 전망한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2023년 상반기에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물가는 당분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고 취업자 증가도 기저 효과 등으로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