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韓 무더기 판호 준 중국…배경은?
[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중국 당국이 2016년 이후 6년 만에 국내 게임에 판호를 대거 부여한 결정을 두고 내년 한중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자국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전날 120여 개의 게임을 대상으로 판호를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국내 게임에 부여된 판호는 7종으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을 비롯해 넷마블의 '제2의나라',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북미 자회사인 카밤의 '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국내 게임이 무더기로 한번에 판호 발급을 받은 것은 2017년 3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본격화한 한한령(한류 제한령)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20년 중국이 3년 만에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 판호를 발급하면서 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됐으나 지난해 국내 게임 판호 발급은 2월 '룸즈' 이후 6월 '검은사막 모바일'과 '카운터사이드' 등 소수에 그쳤다.
이번 결정은 중국이 한한령 이후 교류 활성화 신호탄을 시장에 내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15일 진행된 한중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게 민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시 주석 역시 "인적·문화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실제 게임 외에도 국내 영화인 2018년작 '강변호텔'이 지난달 허가를 거쳐 중국 OTT에서 공개됐으며 앞서 2020년작 '오! 문희'가 지난해 12월 중국 본토에서 개봉된 바 있다. 드라마의 경우 이달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스물다섯 스물하나', '힘쎈여자 도봉순'을 잇따라 OTT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앞서 올해 1월 '사임당, 빛의 일기'를 시작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또 오해영',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태원 클라쓰' 등이 OTT를 통해 방영됐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국과의 교류를 재개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고 미·중 전략 경쟁 시대에서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정치외교적 부담이 덜한 부분부터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게임산업은 이용자도 많고 전체적인 시장 파급력이 워낙 크다 보니 주도권을 뺏기는 데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욱연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한한령 이후 한중 감정과 중국에 대한 인식 문제 등이 악화하면서 우리 정부가 문화교류 활성화 요구를 지속한 가운데 중국 정부도 이에 공감해 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이 보통 제한을 전면적으로 풀진 않고 조금씩 푼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경제침체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국은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규정하고 게임중독방지법을 시행하는 등 자국 게임을 포함해 게임시장을 전반 규제해왔다. 그러나 도시를 봉쇄한 '제로코로나' 정책 이후 경제 위기에 직면했고 이에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번 외자판호 발급은 자국산 게임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외산 게임 길들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이 외산 게임을 대상으로 판호를 발급한 것은 약 1년 6개월 만이다.
실제 이번에는 국산게임 외에 글로벌 유명 게임이 다수 포함됐다. 라이엇게임즈의 슈팅게임 '발로란트', 포켓몬 IP 기반 '포켓몬: 유나이트', 생존 어드벤처 게임 '돈트 스타브', 징가의 퍼즐게임 '엠파이어즈 앤드 퍼즐스' 등이 판호를 받았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중국 게임 수준이 이미 기술이나 그래픽 등에선 국내 게임을 능가하고 있고, 당국 입장에선 이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열어준 영향도 있다고 본다"면서 "이번에 판호를 받은 국내 게임들을 보면 대부분 출시한 지 몇 년이 지나 참신함은 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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