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세터'가 그리워진 순간… '1강' 대한항공이 공백에 대처하는 법[초점]

허행운 기자 2022. 12.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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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3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주전 세터 이탈'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맞았다. 그리고 분명 쉽지 않은 한판을 펼쳐야만 했다. 하지만 '1강' 대한항공은 두터운 선수층에서 엿보이는 선두의 품격으로 승점을 챙겼다.

대한항공의 주장을 맡고 있는 세터 한선수(오른쪽). ⓒKOVO

대한항공은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삼성화재와의 홈경기에서 풀세트 혈전 끝에 3-2(25-23, 25-21, 21-25, 19-25, 17-15) 신승을 따냈다. 이 승리로 대한항공은 지난달 25일 대전 삼성화재전을 시작으로 시즌 9연승을 내달렸다. 또 연승흐름이 다음해로 이어지면서 팀 역대 최다 연승기록인 2011~2012시즌의 13연승까지 바라보게 됐다.

물론 이날 예고된 고비는 있었다. 경기 전 전해진 팀의 캡틴이자 한국 '넘버원 세터'로 불리는 한선수의 이탈 때문.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한선수는 지난 25일 우리카드전을 마친 후인 지난 26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아 숙소에서 격리에 들어갔다. 그에 따라 이날 경기는 물론 다음해 1월 1일 안산 OK금융그룹전까지 뛸 수 없게 됐다.

다행히 팀에 추가 확진자는 없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코트 위 사령관' 한선수가 빠진 공백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의 뒤를 받치던 1985년생 동갑내기 유광우 세터에게 갑작스레 한 경기를 풀로 소화해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승리 과정은 힘겨웠다. 하지만 어떻게든 난관을 헤쳐나가 최종 승리를 장식하는 대한항공의 모습에선 왜 그들이 선두를 질주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유광우의 초반은 순조로웠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경기 전 "유광우는 본인이 뭘 해야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선수"라며 두터운 신뢰를 보낸 이유가 있었다. 3라운드 MVP급 활약을 보이는 링컨 윌리엄스와 정지석-곽승석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를 살리면서도 간간히 섞는 김규민-김민재의 속공 타이밍까지 나쁘지 않았다. 다양한 공격 루트에 상대가 대처하지 못하는 동안 링컨이 1~2세트에만 18점을 올리며 빛났다. 2세트 대한항공의 공격성공률은 무려 82.61%를 찍기도 했다.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 ⓒKOVO

그러나 3세트부터 피하고 싶었던 변수가 결국 터졌다. 바로 유광우의 체력 문제였다. 그는 올시즌 선발 출전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스타팅으로 나선 한선수를 대신해 세트 중간 투입돼 무거운 짐을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들어왔던 지난 2달 남짓이었다. 하지만 한선수의 이탈과 함께 미처 준비되지 않은 풀타임 출전이 찾아온 것.

토스 볼끝이 다소 떨어지는 등 세터가 흔들리자 대한항공의 공격이 주춤했다. 고공행진하던 공격성공률이 3세트부터 떨어지더니 4세트에 28%까지 추락했다. 그러는 동안 삼성화재는 3~4세트에 각 7득점을 올리면서도 공격 성공률을 100%-66.67%를 연달아 찍은 김정호가 완전한 '게임 체인저'로 거듭났다. 그렇게 대한항공은 다소 허무하게 세트스코어 2-2를 허용했다.

그렇게 절체절명의 위기로 보이는 5세트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때 다른 포지션의 두터운 선수층이 대한항공의 약점을 메웠다. 바로 링컨과 함께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고 있는 임동혁이 그 주인공. 그는 3-5로 뒤지던 때에 링컨을 대신해 코트에 투입됐다. 그리고는 홀로 6득점을 책임지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소방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두 번의 듀스까지 이어진 접전에서 대한항공이 최종 승리를 따낸 데에는 임동혁의 수훈을 빼놓을 수 없었다.

대한항공의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 ⓒKOVO

대한항공의 9연승은 그렇게 완성됐다. 최하위임에도 멋진 승부를 펼친 삼성화재의 저력이 매서웠지만, 그 유쾌한 반란을 결국에는 제압해냈다. 스포츠의 세계는 결국 결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그것을 해냈다.

한선수의 공백을 직접적으로 메운 유광우도 기어코 5세트를 풀로 치르면서 마지막까지 혼을 불살랐다. 체력이 부치는 상황임에도 공격수가 좋아하는 토스를 마지막까지 잘 뿌려줬다. 그리고 그것을 잘 해결해준 임동혁까지 간접적으로 주장의 빈자리를 함께 채웠다.

경기를 마친 김상우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패인에 대해 이 말을 남겼다. "역시 대한항공 선수층이 두텁고 정말 쉽지 않은 상대다. 중요한 순간에 상대가 더 잘했다". 대한항공이 2위와 승점 11점차 선두팀인 이유를 역시 모두가 알고 있었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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