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적극 행보’ 텍사스, AL 서부 판도 제대로 흔들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텍사스가 다시 강자로 올라설 수 있을까. 과감한 행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 겨울 뜨거운 팀 중 하나였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임한 텍사스는 직장폐쇄 전까지 두 선수에게 무려 5억 달러를 투자했다. 코리 시거와 10년 3억2,500만 달러, 마커스 세미엔과 7년 1억7,5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스캇 보라스의 고객' 두 명을 비싼 값에 영입했다.
영입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시거는 151경기에 출전해 .245/.317/.455 33홈런 83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30홈런 고지에 올랐고 2017년 이후 5년만에 올스타에 선정됐다. 세미엔은 161경기에 출전해 .248/.304/.429 26홈런 83타점 25도루를 기록했고 팀 내에서 가장 높은 bWAR 5.9를 기록했다. 각각 유격수, 2루수를 맡아 키스톤 콤비를 이룬 두 선수는 텍사스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성공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두 선수 모두 준수했지만 기대치보다는 낮은 성적을 썼고 무엇보다 68승 94패, 승률 0.420에 그친 팀 성적이 불만족스러웠다. 2020-2021시즌 2년 연속 3할 승률에 그치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던 텍사스는 올해 4위로 한 단계 올라서며 승률 4할을 넘겼다는 것으로 아주 작은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었다.
5억 달러를 투자해 겨우 '탈꼴찌'라는 성과를 얻는데 그친 텍사스는 올겨울 다시 움직이고 있다. 전력을 더욱 강화해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제프 배니스터, 크리스 우드워드 등 초보 사령탑에게 지난 몇 년 동안 팀을 맡겼던 텍사스는 은퇴했던 '명장' 브루스 보치 감독을 복귀시켜 지휘봉을 건넸다. 67세의 보치 감독은 빅리그에서 25년 동안 통산 2,003승을 거둔 인물. 텍사스는 '젊은 피'나 '패기'같은 막연한 기대보다는 시행착오 없이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확실한 지도력을 가진 사령탑에게 팀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겨울 중앙 내야 최대어를 둘이나 품었던 텍사스는 올겨울에는 선발 최대어를 영입했다. 제이콥 디그롬과 5년 1억8,5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것.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틴 페레즈를 퀄리파잉오퍼로 잔류시켰고 좌완 앤드류 히니까지 1년 1,250만 달러 계약으로 품었다. 그리고 네이선 이볼디와도 2년 3,4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트레이드로 제이크 오도리지도 영입했다.
지난해 합류한 존 그레이를 포함해 디그롬, 페레즈, 히니, 이볼디, 오도리지까지 보유한 텍사스는 특급 에이스 디그롬의 뒤를 베테랑들이 지키는 탄탄한 로테이션을 구성하게 됐다. 데인 더닝, 글렌 오토, 테일러 헌, 스펜서 하워드 등이 로테이션을 책임지던 2022시즌과는 전혀 다른 마운드를 갖게 됐다. 불펜 쪽에서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있지만 로테이션 만큼은 누구와 견줘도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다.
시거와 세미엔을 장기계약으로 묶어둔 텍사스는 야수진도 탄탄해지고 있다. 1루수 네이트 로우와 외야수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확실한 생산성을 갖춘 타자로 올라서며 시거-세미엔과 함께 타선을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조시 영, 레오디 타베라스, 버바 톰슨 등 기대주들도 속속 빅리그 무대를 밟고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아직 빅리그에서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TOP 100 수준의 유망주들인 만큼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미치 가버까지 기량을 회복한다면 텍사스는 타선도 충분히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최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독무대다. 휴스턴은 2015년부터 단축시즌(승률 0.483) 제외 7시즌 연속 위닝시즌을 기록했고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시즌 동안 단축시즌 제외 5번이나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승률 0.654를 기록한 휴스턴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메이저리그 최강팀이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제왕이다. 2015-2016시즌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한 텍사스의 몰락은 휴스턴 '왕조'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휴스턴이 카를로스 코레아, 조지 스프링어, 저스틴 벌랜더 등 스타들과 연이어 작별하는 사이 다른 구단들도 힘을 키우고 있다. 올해 20년 묵은 한을 풀어내고 가을야구를 경험한 시애틀 매리너스를 비롯해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이 있는 LA 에인절스, 그리고 2년 연속 적극적인 보강에 나선 텍사스까지 모두 휴스턴을 따라잡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특히 6년 연속 루징시즌을 기록한 텍사스의 전력 보강은 서부지구 판도를 흔들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당장 전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머지 4개 구단은 2023시즌 모두 포스트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왕조를 이어가겠다는 휴스턴, 오타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는 에인절스, 드디어 가을의 한을 풀어내고 상승세를 타려고 하는 시애틀, 명예 회복을 노리는 텍사스까지 모두가 포스트시즌 티켓이 절실한 팀들이다.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지난 겨울의 투자는 올겨울 투자와 맞물려 제대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다. 과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텍사스가 남은 오프시즌 어떤 행보를 보일지, 새 시즌 서부지구 판도를 제대로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글로브라이프 필드)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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