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출간한 책 노벨 문학상 받다 [2022 행복한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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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6일(현지 시각)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던 날, 전북 전주에 있던 신승엽 1984Books 대표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켰다.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아니 에르노가 호명되자, 신 대표에게 축하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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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6일(현지 시각)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던 날, 전북 전주에 있던 신승엽 1984Books 대표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켰다. 출판사 독자들과 함께 수상자 발표를 기다렸다. 라이브 방송엔 80명 정도 들어왔다.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아니 에르노가 호명되자, 신 대표에게 축하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언젠가는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올해가 될 줄은 몰랐다.” 얼떨떨해하던 신 대표는 방송을 급히 꺼야 했다. 지난 두 달간 새로 책을 발주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노벨 문학상 수상 후 1984Books에서 펴낸 ‘에르노 컬렉션’ 판매량이 5~10배로 늘었다.
1984Books가 올해 출판인들이 꼽은 루키 출판사로 선정됐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국내에 가장 많이 소개해온 곳이다. 국내 출간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이 17편인데, 이 중 6편을 펴낸 곳이 1인 독립 출판사다. 2017년 〈사진의 용도〉를 시작으로 〈세월〉 〈진정한 장소〉 〈빈 옷장〉 〈남자의 자리〉 〈다른 딸〉 등을 해마다 냈다. 〈시사IN〉 ‘행복한 책꽂이’ 설문조사에 응답한 출판인들은 “아니 에르노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결국 뚝심 있는 출판에 쾌거를 남겼다” “아니 에르노 컬렉션으로 시작해 꾸준히 자기만의 색을 구축해온 끝에 올해 큰 결실을 보게 된 출판사”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 대표는 에르노의 작품을 일찍부터 좋아했다. 사진 전공으로 프랑스 유학을 한 영향도 있었지만, 절반 정도는 팬심이었다. “마치 사진을 찍듯 프랑스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모아두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 경험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그는 〈세월〉을 에르노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1941년에서 2006년까지 프랑스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한 여성의 시각으로 담아낸 소설이다. 철저히 감정이 배제된 글쓰기인데도, 수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일처럼 공감한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아니 에르노 다음 ‘미는 작가’ 누굴까
한국에서 에르노는 문학적 성취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한 작품을 알리기보다 한 작가를 꾸준히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2016년 1984Books를 열면서 신 대표는 아니 에르노를 떠올렸다. 그의 누나이자 프랑스에서 문학을 전공한 신유진 작가의 출간 권유도 있었다. 신유진 작가는 1984Books에서 펴낸 에르노의 작품을 모두 번역했다. 판권 계약을 도맡은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선 한국어판 출간 제안을 매우 반가워했다.
막상 책을 만들면서 ‘한국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부담이 늘 있었다. 2022년은 그런 ‘뚝심 있는 출판’이 빛을 본 해다. 신 대표는 훌륭하지만, 아직 유명하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더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이 여전했다.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 실비 제르맹 등은 1984Books가 ‘밀고 있는’ 작가다. 에르노의 신간 판권 경쟁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동안 에르노를 많이 소개해왔으니 이제 다른 국내외 작가들을 알리고 싶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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