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에코밴스 이어 청푸까지… 투자 잇따라 연기한 이유는

조승예 기자 2022. 12. 3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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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 중국 라이신 생산업체 청푸 지분 매입을 세 차례 미루면서 재무불안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대상 천안2공장 전경. /사진=대상
대상이 지난달 합작사 에코밴스 주식 취득을 연기한 데 이어 중국 라이신 생산업체 지분 매입을 세 차례나 미루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일 대상은 오는 31일 예정된 흑룡강성복식품집단유한공사(이하 청푸)의 지분 취득 일자를 연기했다. 회사 측은 "거래상대방의 기업결합신고 관련 필요서류 제출 지연 등에 따라 취득예정일을 정정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중국 내 제조 기반을 마련해 아미노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청푸 지분 32.87%를 265억2750만원에 취득할 예정이었지만 이틀 앞두고 일정을 변경했다. 다음 취득 예정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대상은 지난해 8월 청푸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1월 말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7월로 한 차례 연기했다. 또 다시 오는 31일로 연기한 데 이어 3차례나 지분 취득이 미뤄지면서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청푸그룹은 사료첨가제용 아미노산 제조기업으로 라이신과 아니라 트레오닌, 사료첨가제용 비타민 B2 등을 생산하고 있다. 라이신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지만 생명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으로 사람은 고기나 곡물 등을 통해 충분히 섭취하지만 동물은 먹어서 섭취해야 한다.

대상은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 개발에 성공해 세계 3대 라이신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라이신 사업 부문을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에 매각했다. 바스프가 2007년 백광산업에 매각한 라이신 사업 부문을 2015년 되찾아오며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대상이 청푸를 인수한 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푸의 자본총계는 2019년 350억6700만원에서 2020년 212억8000만원, 2021년 30억8600만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실적도 2년째 적자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019년 12억5300만원에서 2020년 마이너스(-)145억500만원으로 적자 전환한 뒤 2021년 -181억9400만원으로 적자 폭을 확대했다. 대상은 9월말 기준 청푸에 대해 205억6500만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봉쇄 상황이라 청푸의 행정적인 준비가 미비하게 되어 있어 취득 예정일을 정정해야 했는데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합작사 에코밴스 지분 취득 일정도 2024년으로 연기


업계에서는 대상이 에코밴스에 이어 한 달 만에 청푸 지분 투자까지 연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대상은 내년 10월31일 취득하기로 한 에코밴스 주식을 2024년 2월7일로 연기했다. 에코밴스 주식회사(가칭)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업을 위해 대상이 22.22%, SKC와 LX인터내셔널이 각각 57.8%와 20%를 출자해 설립 예정인 회사다. 대상은 에코밴스 주식 4000주를 400억원에 현금으로 취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상은 최근 몇 년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상태다. 2019년 용인물류센터(1176억원)와 미니스톱 지분(416억원)을 매각했고 2020년에는 자산매각대금 미수령분 반환 소송 승소에 따른 현금 유입(358억원)과 신설동 사옥 매각(1450억원)으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됐다.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105억9700만원이다.

하지만 단기차입금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높이는 부분이다. 대상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3분기 기준 5347억8300만원으로 지난해 말(3696억700만원) 대비 65% 증가했다. 자본총계 대비 단기차입금 비율은 40%를 넘어섰다.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장기차입금은 287억2424만원으로 지난해 말(136억1017만원) 대비 111%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27.95%에서 3분기 156.03%로 28.08%포인트(p) 뛰었다.

실적도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상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0% 줄어든 344억원으로 컨센서스(450억원)를 하회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5.9% 증가한 1조 61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법인 중 가장 높은 매출액 비중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 법인도 경쟁 심화에 따른 판가 조정 지연으로 적자 전환해 영업손실 1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대상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554억원으로 순유출 기조를 보였다. 영업활동을 통해 거둬들인 현금보다 영업활동 과정에서 쏟아부은 현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전년 대비 감익 흐름이 이어졌다"며 "해외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투자와 매출 확대가 잇따르고 있지만 오히려 이익 체력은 약화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대상 관계자는 "에코밴스의 경우 주원료인 부탄디올을 바이오매스 유래 원료로 공급하기로 했는데 공장 설립이 지연되면서 주식 취득일정도 연기된 것"이라며 "자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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