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통령’ 김영삼 9단, 바둑판 바깥에서 찾은 행복 ‘걷기’ [스타 7330]

양형모 기자 2022. 12. 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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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48)은 1993년 입단해 올해 30년 차 프로기사다.

이제 김영삼의 '걷기'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됐다.

주변에서는 '걷는 호모사피엔스' 김영삼에게 '걷기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걷기는 한때 김영삼을 일으켜 세웠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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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괴로운 일이 슬금슬금 사라져요”
“가까운 이에 배신당해 시작한 걷기
원망도 사라지고 건강도 되찾았죠
한달에 100만보 찍은 적도 있어요
요즘엔 사회에 기여할 일 생각하죠”
한국기원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한 김영삼, ‘꽃미남·미녀 기사’ 커플이자 프로기사 1호 부부탄생으로 화제가 됐던 김영삼·현미진의 결혼식, 공식 일정 중에도 그는 짬이 나면 물 한 통 들고 걷기를 좋아한다(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한국기원·김영삼
김영삼(48)은 1993년 입단해 올해 30년 차 프로기사다.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9단이며 제8대 한국기원 사무총장(2018. 11∼2020.2)을 지냈다. 국내 바둑 최대 리그인 한국바둑리그에서 영남일보, 정관장, BGF리테일 CU에 이어 현재는 ‘바둑메카 의정부’ 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TV 바둑해설가로도 인기가 많은데 2016년 이세돌 vs 알파고 세기의 대결 때는 공중파를 능가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4년 현미진 3단(현재는 5단)과 결혼해 ‘국내 1호 프로기사 부부’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여기까지가 공식 프로필. 이제 두 개의 ‘비공식 명함’을 더하면 비로소 ‘인간 김영삼’의 퍼즐이 모두 맞춰진다. 하나는 ‘바통령’이고 또 하나는 ‘걷기의 제왕’이다.

제14대 대통령과 이름이 같아 김영삼은 입단할 때부터 별명이 ‘바둑 대통령’이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입단한 해에 김영삼 대통령도 임기를 시작했다. 2020년 김영삼은 바둑해설과 팬들과의 소통을 묶은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는데 채널명은 ‘바통령’이다. 바둑채널치고는 꽤 인기가 있어 구독자가 3만을 돌파했다.

●그는 왜 그렇게 걸어야 했을까

이제 김영삼의 ‘걷기’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됐다. 그는 ‘걷는 사람’이다. 시간이 생기면 걷고,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 걷는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걸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에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사기, 배신을 당하면서 걷기 시작했다. 걷기라도 안 하면 못 살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걷는다는 것은 온전한 치유행위가 됐다. 걷다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원망도 사라지는 걸 느꼈다.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 그 뒤로 1∼2년쯤 정말 많이 걸었다(웃음).”

스마트폰의 걷기 애플리케이션은 그가 ‘세계에서 많이 걸은 사람들 중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김영삼은 “0.3%인지 0.03%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정도로 많이 걸었던 시기였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걷는 호모사피엔스’ 김영삼에게 ‘걷기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김영삼이 꼽는 걷기의 매력은 ‘가성비’와 ‘마음정리’. 하긴 세상에서 가장 돈 안 드는 운동종목 중 하나가 걷기다. 이 분야에서 걷기에 ‘비벼볼 만한’ 운동은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김영삼은 “걷다보면 마음 아픈 일, 복잡한 일, 괴로운 일들이 슬금슬금 사라진다”고 했다.

●그가 요즘 걸으면서 하는 생각

김영삼이 애용하던 걷기 코스는 은평구 증산동에서 출발해 한강을 지나 행주산성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으로 대략 3만 보. 많이 걷는 날은 5만 보 이상 걸었다. 5만 보면 40km쯤 된다. 한 달에 100만 보를 찍은 적도 있었다. 김영삼이 대망의 ‘전 세계 많이 걸은 위인 0.3%’인지 ‘0.03%’인지에 들었던 때도 이 즈음의 일이다. 요즘은 이렇게까지 걷지는 않고 하루 1만∼2만 보 정도로 만족하고 있단다.

“바둑계에서 안 해 본 일은 이제 없는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새로운 일도 좋겠지만 해온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의정부팀 감독을 맡고 있는데 의정부와는 인연이 깊습니다. 한국기원 사무총장 시절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한국기원의 의정부 이전을 꼭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요. 바둑을 둔 지 올해로 42년이 되었는데, 과분한 사랑을 받은 만큼 사회와 인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걸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웃음).”

걷기는 한때 김영삼을 일으켜 세웠고,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김영삼은 그래서 또 걷는다. 바둑판 한 귀퉁이 소목에서 시작해 화점을 지나 천원을 건너고, 반대편 화점을 밟고는 아예 바둑판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는 과연 어디까지 걸을 수 있을까.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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