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2 증시]삼천피는 '꿈'이었나…750p 빠진 코스피
전문가 "내년엔 불확실성 크지만 '반등' 기대해볼만"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출발할 땐 '삼천피'(코스피 3000선) 회복이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착지는 삼천피와 너무 멀어졌다. 올 한해 증시는 1400만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 혹독한 시간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을 막판까지 괴롭힌 건 금융투자소득세 신설 논란과 대주주 요건 상향이다. ◇1년간 750p, 25% 이상 빠지며 '내내 내리막길'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폐장'을 맞은 코스피는 44.05포인트(p) 빠진 2236.40으로 2022년을 마무리했다. 전일대비 1.93%나 하락한 수치다.
올해 1월3일 개장날 코스피는 2988.77을 기록해 '삼천피'를 금방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때와 비교하면 폐장날 코스피는 752.37p나 밀리면서 25.17% 하락했다.
지난 9월30일 2155선까지 하락했던 '연저점'보다는 다소 회복했지만 막판 외국인과 개인의 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지수는 더 이상 힘을 내지 못했다.
국내 증시는 올 한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글로벌 금리인상 및 긴축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211조원에 달했던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은 폐장일 1767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거래량은 3억5000만주 수준으로, 연초 6억주를 넘나들던 것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거래대금 역시 연초 10조 규모에서 5조9000억원으로 얼어붙었다.
◇동학개미 배신한 삼성전자·네카오…최대 -53% 동학개미가 올 한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16조709억원어치를 샀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7만8600원에서 이날 5만5300원으로 29.64%나 하락했다. 동학개미의 수익률 역시 참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네이버(3조2263억원), 카카오(2조2627억원), SK하이닉스(1조7163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조6926억원)가 개인이 많이 담은 종목들이다.
네이버, 카카오의 경우 개장일보다 주가가 각각 52.79%, 53.62%나 급락했고 SK하이닉스도 41.63% 추락해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컸다.
'천스닥'으로 출발했던 코스닥 역시 1월6일 천스닥이 무너진 이후 단 한번도 회복하지 못했다. 막판엔 700선마저 내주며 679.29로 마감했다.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증시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도 개미들을 울렸다.
올해 1월27일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해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하면서 모기업인 LG화학 주주들에게 피눈물을 안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는데,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2위로 직행하다보니 국민연금을 위시한 기관들이 '포트폴리오' 비중을 맞추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을 고점에도 사들여야만 했다.
이로 인해 기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매도해야 했고, 이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이중고로 어려움을 겪던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의 하락을 부추겼다.
또 LG에너지솔루션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리면서 '자금 블랙홀' 현상이 발생해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대어급 IPO는 줄줄이 상장철회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계기로 기업의 자회사 물적분할과 동시상장에 대한 제도를 정비해 모회사 주주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상장심사 규정을 크게 강화했다.
새해부터는 자회사 물적분할 후 동시상장을 하려면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등 기존 주주 보호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개미 애간장 녹인 금투세…고통만 2년 유예?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도 개미들의 애간장을 태운 이슈였다.
국회는 지난 2020년에 여야 합의로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 소득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20~25% 수준의 양도소득세를 신설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만들었다. 당시엔 주가가 '대세상승기'였고 주식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수익을 창출한 사람에게만 세금을 걷는다는 금융투자소득세에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금투세 시행이 임박하자 세금 회피 물량 등으로 인한 주식시장 추가 하락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여기에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 '부자 감세'라는 야당(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연말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결국 금투세는 대주주 요건을 현행과 동일한 10억원으로 동결한다는 조건으로 '2년 유예'를 이뤄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2년 후에 또 똑같은 논란을 반복할 것인가"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아울러 대주주 요건 동결로 인해 세금 회피 물량이 26일과 27일 집중되면서 연말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 상황에 대해 "어렵지만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른바 '공포에 사라'는 증시 격언을 실천할 만한 타이밍이 바로 내년 증시라는 것이다.
유종우 한국투자 센터장은 "증시 격언에 따르면 공포 국면에서 매수하는 게 옳지만 실제로 시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한다면 재무적으로 건전성을 확보한 우량 종목과 산업 내 1등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풍문에 따라 투자하기보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고 장기 투자 관점에서 종목에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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